후보 확정 이후 한나라당이 "정치적 시선 끌기", "거품", "반짝 인기" 등 박 후보 당선의 의미를 평가절하함과 동시에 "청문회 수준의 검증"을 예고했다.
보수언론도 마찬가지로 박 후보를 본격 겨냥하고 나섰다. 그런데 유독 애매한 상황에 처한 보수언론이 있다. '일등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다.
물론 이 신문은 4일 사설을 통해 박 변호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朴 변호사, '뭘 할 건지' 앞서 '뭘 해왔는지' 설명해야"는 제목의 사설이다. 이 신문은 우선 박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된 이유로 "박 변호사는 안철수 풍선의 상승세에 이끌려 제1 야당 후보를 물리치고 범야권 후보 자리까지 차지했다"고 규정했다. '안철수 바람'에 무임승차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어 "박 변호사가 스스로 힘으로 여기까지 헤치고 왔다면 그 과정에서 박원순이라는 인물의 면면도 알려질 만큼 알려졌을 것이지만 박 변호사가 '안철수 효과'를 타고 하루아침에 급부상한 관계로 서울시 유권자들은 불과 20여일 남은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이 누구인지를 속성(速成)으로 배워야 할 상황"이라면서 박 후보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 박 후보를 비판하고 나선 <조선일보> 사설. ⓒ프레시안 |
이 신문이 걸고 나선 의혹이 박 후보가 만든 '아름다운재단'의 기업 후원 문제다.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으로부터 출당당한 강용석 의원이 집중 제기하고 있는 문제다. 강 의원은 아름다운재단이 LG그룹, 론스타, 풀무원, NHN 등 대기업과 협약을 통해 벌인 각종 사업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결론은 하나. 아름다운재단 내지는 박 후보가 기업 후원금을 유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다. 그리고 기업 후원금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기업지배구조를 감시 연구하는 좋은기업지배연구소가 '권력감시'란 명분으로 대기업들을 압각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참여연대, 좋은기업지배연구소, NHN 등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강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강 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지점에서 박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박 변호사가 꾸려왔던 '아름다운 재단'이라는 단체가 지난 10년간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 10곳으로부터 140억 원을 기부받았다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 논란은 야권 내와 시장 본선거에서 계속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박 변호사가 대기업 사외이사직을 맡아 고액의 보수를 받았던 사실도 도마에 올라 있다"며 "박 변호사는 서울시장으로 뭘 할 것인지에 앞서 지난날 뭘 해왔나를 먼저 밝혀야 할 처지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조선일보>가 최근 '자본주의 4.0 시리즈'를 통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부 문화 확산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는 점.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모금과 기부 독려 활동을 해온 '박원순의 과거'를 문제 삼은 이날도 <조선일보>는 '아너소사이어티'(1억 원 이상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 회원 기사를 크게 실었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는 '더 나은 미래'라는 기획 시리즈에서도 아름다운재단이 기부를 받아 벌이는 지원사업에 대해 크게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아름다운재단의 저소득가정 미숙아 지원사업인 '다솜이 작은 숨결 살리기' 사업, 여성가장의 창업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 사업 등이 대표적인 기사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다문화가정 이른둥이 보호-]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 아이 포기할 생각도 했죠'","프레임 속 여성 家長은 편견과 싸우는 女戰士" )
물론 박 후보와 아름다운 재단이 대기업 기부금을 투명하게 운용했는지, 야권 후보로서 박 후보가 대기업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는 중요한 검증 지점이다.
문제는 박 후보를 검증하겠다고 나선 주체들의 태도다. '박원순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식의 일관성 없는 태도는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조선일보>가 주창해온 '자본주의 4.0'의 규정에 따르면 박원순 후보는 '자본주의 4.0'의 선두주자 쯤이 되지 않을까. '박원순 정체성'을 둘러싼 야권의 논란은 이 지점에서 촉발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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