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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발' 레임덕엔 법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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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발' 레임덕엔 법칙이 있다

[김종배의 it]이국철 사건, 쉽게 덮어질 일이 아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촉구했다. "대한민국 정권들은 후반기에 들어가면 언제나 권력, 측근, 친인척, 고위 공직자 비리로 침몰했다"며 청와대의 선제적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특정했다. "신재민 전 차관의 비리 연루 의혹 문제를 조속히 수사 착수해서 밝혀주기 바란다"고 콕 찍어 요구했다.

청와대도 받았다. 고위 관계자가 "권력형 비리와 관련해 동물적 감각과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분이 그런 말을 할 때는 경고의 의미"라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왜일까? 권력형 비리에 관한 한 '동물적 감각'과 '히스토리'를 알고 있다는 홍준표 대표는 왜 지금 시점에서 측근 비리를 언급하고,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비리 의혹을 특정했을까?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비롯한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연루 의혹이 적지 않았는데 왜 지금에 와서 사안을 심각하게 보는 걸까?

굳이 '동물적 감각'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 측근 비리의 '히스토리'를 조금만 살펴도 그 연유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뉴시스

단적인 예가 김현철 씨의 국정농단 사건이다. 김영삼 정권을 회복 불능의 레임덕 상황으로 몰아간 김현철 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결정적 계기는 박경식 G남성클리닉 원장의 폭로였다. 김현철 씨가 박경식 원장의 병원에서 전화로 국정에 개입하는 상황을 담은 영상이 폭로된 것을 계기로 국정농단 사례 폭로는 줄을 이었고 김영삼 정권은 결정타를 맞았다.

주목할 점은 당시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던 '소통령' 김현철 씨의 국정농단을 폭로한 주체가 다름 아닌 그의 지인이었다는 점이다. 김현철 씨의 행적을 가장 잘 아는 지인이 구체적 증빙자료를 갖고 국정농단을 폭로함으로써 권력의 무마 또는 은폐 시도가 먹혀들 여지를 없애버렸다는 점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인이 대통령 측근의 비위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상황이다. 정권이 말기에 접어들어 힘이 빠져야 하고, 정권이 힘이 빠지는 만큼 야당 세력의 힘이 커져야 한다. 그래야 폭로를 뒷감당할 수 있다. 아무리 기우는 달이라 해도 엄연히 달인 만큼 권력이 맘만 먹으면 스산한 음기는 내뿜을 수 있다. 이 음기에 뼈마디가 쑤시는 처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보위해줄 세력이 있어야 한다. 박경식 원장의 경우도 그랬다. 문제의 동영상을 폭로하기 전, 김현철 씨가 얽힌 다른 사건을 갖고 박경식 원장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였다.

결국 측근 비리의 '히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두 가지이다. '내부', 즉 측근의 지근거리에 있는 지인이 씨줄이라면, 그 지인의 폭로공간을 열어주는 상황이 날줄이다.

신재민 전 차관의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신 전 차관의 비위 의혹을 폭로한 주체는 다름 아닌 그의 지인,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다. 호형호제 하던 사람이고, 직접 돈을 건넨 사람이다. 그래서 폭로 내용이 구체적이다.

상황도 비슷하다. 이명박 정권이 말기로 접어들면서 민심 이반이 폭넓게 나타나고 있고, 야당의 상승기류는 그만큼 가파르다. 그래서 이국철 회장은 민주당에 기대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어제 말하지 않았는가.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신재민 전 차관의 비위 의혹을 경청한 다음에 "당신 뒤에는 박영선 박지원이 있으니까 소신껏 하라고 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정리하면 알 수 있다. 이국철 회장이 주도하는 신재민 전 차관, 아니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위 의혹 사건은 단기간에 끝날 사안도, 이국철 대 신재민의 단순 대립구도로 전개될 사안도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이미 사안이 권력 말기의 정치게임으로 확장돼 버렸기에 여야 모두 총력전의 태세로 전면전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국철 회장의 행보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국철 회장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는데도 신재민 전 차관 등의 비위 의혹을 입증할 증빙자료를 일체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하면서도 수사 협조는 안 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상할 게 없다. 이국철 회장이 검찰이 아직도 권력의 손아귀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검찰에 증빙자료를 순순히 내주면 사안이 '조율' 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면 순순히 증빙자료를 내놓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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