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시작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움직임이 진보진영 내부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오는 25일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민주노동당의 임시 당대회를 앞두고 각계에서 찬성과 반대 선언이 쏟아진다.
가장 큰 갈등의 무대는 현재로서는 민주노총(위원장 김영훈)이다.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분열될 조짐마저 감지된다.
"참여당과 함께 하려는 세력, 진보정치의 적대적 세력될 것"
이수호,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필두로 하는 노동, 학계, 빈민 조직 대표자들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동당이 참여당과 통합을 결정하게 된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참여당 지도부는 수많은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청와대와 행정부를 책임졌던 인사들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있었던 강기갑, 권영길, 천영세 전 민주노동당 대표 3인의 '참여당 반대' 선언에 이어 이번에는 각계 대표자 353명이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선 것.
주된 참여자는 노동계 대표자들이다. "민주노동당 당원 번호 33번"이라는 임성규 전 위원장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지낸 이수호 전 위원장,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양경규 전 공공연맹 위원장,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이날 기자회견에는 심호섭, 이필두 전국빈민연합 공동의장 등 빈민단체 대표자들과 김세균 진보정치세력연대를위한교수-연구자모임(진보교연) 상임대표, 조돈문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공동대표 등도 참여했다.
김세균 대표는 "민주노동당과 참여당의 통합은 진보대통합이 아니라 자유주의-진보 연합정당의 성립"이라며 "이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희대의 기형아를 낳을 것이며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스스로 진보정치를 안락사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돈문 대표도 "참여당과 함께 하려는 세력은 진보정치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적대적 세력이 될 것"이라며 "민노당이 참여당과 통합하면 그 당은 더이상 진보정당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노동단체 대표자들은 '통합 이후' 대중조직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만일 민노당이 참여당과 통합을 결정하면 노동 현장에서는 이에 맞서는 새로운 조직이 또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도 "(민노-참여당이 통합하면) 진보의 정체성에 근거해 다시 (진보정치를) 시작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노-참여가 함께 만든 당을 노동자 정당으로 볼 수 없으며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민노당의 참여당 껴안기, 제2의 '소화기 사태' 불러올 것"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박금자 위원장 등 단위노조 대표자와 조합원을 중심으로 1988명이 "참여당과 통합을 위한 당론을 하루 빨리 결정하는 것만이 비정규 노동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길"이라는 정반대 주장의 성명을 내놓았다.
이들은 "우리는 고통스러운 삶과 척박한 노동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간절히 원하며 그것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진보대통합임을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정희 대표 등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들은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23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성명에 참여한 사람들의 조직 내 위상은 '반대' 성명 참여자보다 떨어지지만, 민주노총 산하 연맹 대표자 가운데 이 같은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격론이 예상된다.
실제 참여당과의 통합 결정은 대의원대회에서 신나와 소화기가 난사되는 사태를 불러 왔던 과거 노사정위원회 참여 때 만큼이나 격한 내부의 갈등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강력한 반대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참여당과 통합하면 당연히 배타적 지지 방침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온다. 당시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주장하다 소화기 분말을 맞아야 했던, 국민파 이수호 위원장까지도 참여당과의 통합은 반대하고 있다.
정용건 위원장은 "참여당과 통합 결정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민주노총의 갈등과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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