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강기갑, 천영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당과의 통합을 결정하게 된다면 그것은 불행히도 진보의 반쪽을 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노동당의 건설과 역사를 함께 해 온 우리는 25일 대의원대회 추진에 우려를 전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참여당과 통합 반대…고민스러운 선택이나 두렵지는 않다"
이들은 "진보통합을 바라는 많은 분들이 참여당은 통합대상이 아니라고 입장을 표명한 상황에서 참여당과의 '선통합'이 추진된다면, 진보정치 세력의 절반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원하던 원치 않던, 25일 대의원대회는 양자택일의 대의원대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기갑 전 대표는 "민주노동당은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갈 것인지,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갈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며 "대중정당도 중요하지만 진보적 정당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2000년 창당정신과 2004년 총선의 영광, 2008년 분당의 고통, 그 모든 역사의 교훈이 무엇이었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우리의 진심이 국민과 통했을 때, 국민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했고 우리가 근간을 버리고 분열했을 때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 여부를 표결하게 되면, 가결이 되던 부결이 되던 그 결과는 당의 단합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결이 강행된다면 반대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부결운동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들은 이어 "고민스러운 선택이지만, 두려운 선택은 아니"라며 "진보대통합의 대의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세에 영향은 없다" vs "쉽게 가결되긴 어려울 것"
전직 대표 3인의 이같은 입장 표명이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참여당과 통합을 위해서는 대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민주노동당 내부에 반대 목소리도 없지는 않지만, 진보신당과 통합이 무산된 이후 "참여당과의 통합이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영길 의원 등이 당의 고문급 인사들이 당 지도부의 계획에 공식적이고 확실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표결 강행에 대한 지도부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망은 엇갈린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세 전직 대표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무난히 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세에 영향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대외적으로는 입장을 피력하지 않았던 세 대표가 확실한 반대 입장을 피력한 만큼 쉽게 가결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당 내부의 의견 분열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로서는 선뜻 찬성표를 들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최대 기반인 민주노총은 이미 참여당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권영길 전 대표는 "오늘 호소는 민주노총의 분열을 막고자하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등 진보신당 내 통합파들이 주축이 된 '통합연대'와 이수호,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세균, 조돈문 교수 등 진보진영의 대표자들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동당과 참여당의 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할 예정이다.
이정희 "진보정당이 언제까지 존재에서만 의미 찾겠나" 이정희 대표는 이날 '당원과 대의원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형식으로 참여당과 통합에 찬성해달라는 호소문을 내놓았다. 이정희 대표는 "진보정당이 언제까지 무력하게 국회 안에 존재하는 것에서만 의미를 찾겠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권영길 전 대표 등이 앞서 요구한 "표결 하지 말자"는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진보정당을 만들어준 노동자 농민의 명령은 힘을 키우라는 것"이라며 "논의를 먼저 촉발한 우리가 걸음을 내디뎌 11월 노동자대회 전에 통합진보정당 건설의 결실을 만들어내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참여당의 합류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정말 귀하지만 다수 당원들이 우리 당의 입장을 이번 당대회에서 확인하기를 바란다"며 "시간을 더 보내다가는 국민들의 기대는 더 흩어져, 내년 총선과 대선의 돌풍은 생각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참여당과) 통합되면 당이 우경화된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며 "나라고 어떻게 걱정 한 조각이 없겠냐만은 미래를 함께 만들 힘이 우리 당원들에게 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대의원 493명이 발의한 원안 그대로 가결시켜 달라"며 "그래야 우리가 2012년의 역사적 책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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