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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임동원 "북미 정상회담 비현실적 목표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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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임동원 "북미 정상회담 비현실적 목표 버려라"

"즉각적 비핵화보다 프로세스 만들어야"

북핵 해법의 근본적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 받는 '페리 프로세스'의 주인공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남북‧북미 정상회담 직후 곧바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는 어렵지만, 국가 지도자들이 북핵 이슈를 다루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며 긴 호흡을 가지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 정립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뉴스핌> 창간 15주년 기념 서울 이코노믹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페리 전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결과물이 나오겠지만 즉각적인 비핵화는 어렵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합의를 낼 수 있다면 (북핵 문제 해결의) 초석이 될 수 있다. 더 좋은 것을 기다리다가 좋은 것을 놓치는 실수를 저지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페리 전 장관은 포럼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당장 북한을 비핵화하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북핵 문제 해결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비핵화와 (북미 간) 관계 정상화가 같이 가야 한다. 정상화 과정 중에 비핵화가 될 수 있고 비핵화하다가 정상화가 될 수도 있다"며 "남북‧미북 간 합의 체결, 즉 하나의 프로세스를 추구하자는 합의문 체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뉴스핌>주최 서울이코노믹포럼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스핌 제공

페리 전 장관은 북핵 검증 역시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북핵 검증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인데 문제는 북핵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며 "기술적 검증을 위해 북한의 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서로가 신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은 "이를 위해 관계 정상화 프로세스가 필요하고 또 한 쪽에서는 북핵을 검증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며 "남북‧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기술 검증이 같이 일어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는) 굉장히 더딘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희망적인 것과 동시에 참가 당사국들의 기대치가 다르고 시간이 오래 걸려야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우려도 있다"며 "하지만 국가 지도자들이 이 이슈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 즉각적인 성공을 노리면 안된다"고 재차 언급했다.

북한, 관계 개선 진정성 있다

이날 포럼에서 강연을 맡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에 대해 "김정은이 (한국, 미국, 중국 등을) 기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국면이) 김정은의 사기극이라면, 사기가 드러났을 때 후폭풍이 가장 최소화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나름의 전략일 텐데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까지 직접 다녀왔다"며 북한의 행태를 봤을 때 기만적인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은 남한의 대북특사단에게 대화 중에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전략 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건 사실상 '모라토리움'(중단) 선언이다. 여기에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도 이해한다고 했다"며 "위 두 가지 이슈는 만약 협상을 진행했다면 1년이 지나더라도 결과가 나오지 않을만큼 북한 입장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즉 북한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레버리지 두 개를 내려 놓고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은 지도자로 취임 이후 세계 경제발전 추세에 맞추자면서 국제적인 기준을 강조했다. 이건 과거 김정일 정권과 다른 점이다. 정상국가를 만들겠다는 뜻"이라며 "김정은은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여서 전면적인 개방을 통해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과 핵 포기를 교환하자고 말하는 밑바탕에 있는 진정한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이 전 장관은 "우리가 북한이 정상국가가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남북관계를 가져간다면 평화정착과 한반도 공동 번영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 1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뉴스핌>주최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임동원(오른쪽) 전 통일부 장관과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뉴스핌 제공

페리 전 장관과 함께 '페리 프로세스'를 사실상 기획하고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역시 비핵화와 관련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날 페리 전 장관과 가진 대담에서 "김정은은 핵 억제력을 확보했고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쟁의 가능성이 낮아졌으니 이제는 경제 건설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평화적인 분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남한 및 미국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응할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볼턴이 좌지우지 하지는 못할 것

이날 페리-임동원 전 장관 대담에 특별 게스트로 참석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미국 내에서도 강경파로 알려져 있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임명한 것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 열흘 정도 후에 미국을 방문해서 존 볼턴 전 대사를 만났는데 그 때 볼턴은 '지난 25년 동안 북한은 약속과 위반을 반복적으로 해왔고 핵무기 능력을 개발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며 페리 전 장관에게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 오른쪽부터 정동영 민주평화당 국회의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 ⓒ뉴스핌 제공

이에 대해 페리 전 장관은 "볼턴의 임명이 좋은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국무장관도 북한과 협상을 할 때 깊게 관여할 것이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있다. 대통령이 (볼턴으로부터) 아주 강경한 조언을 들을 수도 있지만 중립적인 입장의 사람들도 있다"고 답해 볼턴 보좌관의 생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않는다.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하든 별로 개의치 않고 본인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페리 전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귀결되거나 북한이 검증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결국은 한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다. 아무리 제한적으로 군사적 공격을 가한다 하더라도 첫 번째 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뒤에 이어지는, 즉 계속 공격이 이뤄지게 된다면 한국도 포함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진정성을 가지고 건설적인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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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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