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선생은 기존 정치 방식의 틀이라면 정치를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만약 본인이 정치를 하겠다면 새로운 정치여야 합니다."
이른바 `안풍'(安風)을 일으키며 여론조사상 일약 대권 후보군 선두에까지 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참여했던 '청춘콘서트'의 산파 역할을 했던 법륜 스님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안철수 바람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인도적 대북지원 활동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법륜 스님은 이날 북한 사정을 주제로 한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안 원장 문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승려가 미국까지 와서 정치 얘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발언을 극구 피하다 개인적 소견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취지로 청춘콘서트를 기획해 안 원장을 비롯, '시골의사'로 불리는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방송인 김제동, 김여진 씨를 강연자로 참여시켰고, 안 원장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안 원장에 대해 "참 좋은 사람이며, 우리 사회에 그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도 드물다"며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법륜 스님은 그러나 안 원장이 정치를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가 볼 때는 정치에 나갈 생각이 별로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제한 뒤 "물론 새로운 정치, 새로운 길이라면 모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안 원장이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치를 하라고 권유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법륜 스님은 "어떤 정치를 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기존의 정치방식은 안 원장에게 맞지 않으며 자신을 죽이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법륜 스님은 "권력투쟁, 이권투쟁을 하는 기존 스타일의 정치라면 하지 않는 것이 그를 위해서 제일 낫고, 만약 정치를 한다면 다른 차원의 정치, 새로운 틀의 정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틀의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개척해야 할 분야"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출마설이 불거진 와중에 안 원장이 반(反)정부·반한나라당 성향으로 비춰 진 데 대해 법륜 스님은 "그는 성향상 정치인 같은 발언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며 "정부 비판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본 안 원장은 야권이냐 여권이냐, 진보냐 보수냐는 분석 틀로 분류할 수 없다"며 "이쪽이든 저쪽이든 집어넣어야 하는 시각에서 그렇게 보면 모르지만 몇 마디 말만 갖고 그런 분석 틀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내가 이해하기에는 한나라당 출신인 서울시장이 물러나고 선거가 치러지게 됐기 때문에 또다시 한나라당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를 하다 보니 그게 전체적인 반한나라당인 것처럼 얘기돼버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 원장이 대통령을 할만한 능력이 있는 인물이냐는 질문에 법륜 스님은 "본인이 하겠다면 당연히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지만 본인은 자기 일에 충실하겠다고 하는데 자꾸 검증하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인이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면 그에게 부족한 문제가 무엇인지,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반대를 하든지, 아니면 보완을 하도록 도와주든지 하겠지만 본인이 대통령은 생각도 안 해봤고 서울시장도 안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안풍'의 배경에 대해 법륜 스님은 "대립·갈등하는 실망스러운 현재의 정치구도, 이쪽 아니면 저쪽을 선택해야 하는 만족스럽지 않은 정치현실 속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안철수란 캐릭터와 결합해 드러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법륜 스님은 그러면서 "새로운 틀이 아니라 기존의 정치 틀에서 안 원장이 야권 후보로 가느냐 안가느냐, 정치권이 권력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그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이느냐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는 그의 재능을 국가를 위해 올바르게 사용하느냐는 관점에서 정치 참여는 신중하게 생각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올해 청춘콘서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 지난해 하반기 함께 한 강연을 계기로 안 원장과 인연을 맺었다는 법륜 스님은 "지난 5일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 안 원장이나 박경철 원장과 연락한 바가 없다"며 자신의 발언이 전적으로 개인 의견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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