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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개헌 발효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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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개헌 발효 시점이다

['촛불개헌' 관점에서 본 정부 개헌안·<8>]

['촛불개헌' 관점에서 본 정부 개헌안·<1>] "대통령 개헌안, 일단 합격"...다음은?

['촛불개헌' 관점에서 본 정부 개헌안·<2>] 국무총리 제도의 딜레마

국회 주도 개헌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정부여당은 대통령의 권한 중 일부를 축소지향적으로 조정한 4년 연임 대통령제 개헌안을 내놓았다. 자유한국당은 그 정도로는 제왕적대통령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국민 직선 외치대통령과 국회 선출 내치총리를 행정부의 투톱으로 삼는 이원정부제를 대안으로 내놨다. 바른미래당과 정의평화모임도 자유한국당의 권력구조 개헌안에 동조한다.

6월 개헌이 무산될 위기상황이다

정부여당의 대통령제와 야당의 이원정부제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4년 연임 대통령제를 지지한다. 20대 국회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각자 단독으로 개헌저지의석을 보유한다. 양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어떤 개헌도 불가능한 정치구도다. 현재 양당은 정부형태뿐 아니라 개헌시기와 개헌내용에서도 사사건건 충돌한다.

나는 여야가 권력구조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6월 개헌은 물론이고 20대 국회의 개헌가능성 자체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냐 이원정부제냐는 2년 후 21대 총선의 주요 쟁점이 돼 거기서 판가름이 날 것 같다. 다만 한두 가지 탈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여야는 권력구조를 제외하고 합의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만 이번 6월에 개헌하기로 합의할 수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6월 동시개헌은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 때 개헌국민투표를 실시하면 투표율이 높아져서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게 공식 이유다. 명색이 제1야당이 국민투표비용 절약과 국민투표율 제고라는 이중공익 실현기회를 자신의 득표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내차겠다는 것.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널리 알려서 다시는 이런 얘기 입도 뻥긋 못하게 해야 한다.

탈출구가 없진 않다

두 번째 탈출구는 여야가 권력구조 개헌 발효 시점을 20대 국회의 종료이후로 늦추는 데 합의하는 안이다. 여야의 극한대치는 권력구조 개헌안이 연임 허용 조항을 제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20대 국회에 곧바로 적용되는 것을 전제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여당과 야당 간에 싸움이 끝나지 않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어른거려서 이성적 대화와 토론에 따른 양보와 타협이 일어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으면 훨씬 더 합리적 접근이 가능하다.

국회 주도 여야합의개헌이 개헌시기와 정부형태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를 해소하지 못한 채 무산될 위기에 처한 최근의 상황전개를 지켜보면서 나는 좀 더 근본적으로 다음의 두 질문에 답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첫째, 전면 개헌은 한 번에 해치우는 게 바람직한가, 아니면 순차적 단계적으로 해나가는 게 바람직한가? 만약 후자라면 이번에는 어떤 헌법사항을 최우선적으로 개헌하는 게 바람직한가? 당장 합의가 불가능해 보이는 권력구조부분은 시간을 더 갖고 더 논의해도 되지 않을까?

둘째, 권력구조 개헌의 발효 시점을 언제로 잡는 것이 바람직할까? 대통령 개헌안에 드러난 청와대 생각은 공포즉시 발효인데 빠르면 다음 국회, 늦으면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이렇게만 해도 권력구조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대폭 정리되지 않을까?

순차적·단계적 개헌이 바람직하다

첫째, 전면 개헌은 반드시 한 번에 단행해야 하는 게 아니다. 합의 가능한 만큼만 순차적으로 추진해도 된다. 이게 실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생각을 이미 여러 번 밝힌 바 있고 머지않아 국회 연설을 통해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야당들에 호소할 게 틀림없다.

전면 개헌을 할 때에는 오히려 순차 개헌이나 단계 개헌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무엇보다 몇 개 쟁점사항 때문에 이견이 전혀 없는 부분까지 개헌이 늦춰질 이유는 없다. 여러 편으로 묶어서 따로 진행할수록 국회의결과정과 국민투표과정도 좀 더 의미를 갖게 된다. 실은 국회의결과 국민투표는 조문별로 찬반표시가 가능한 수준까지 나아가야 바람직하다. 그래야 어떤 헌법조항도 도매금으로 다른 좋은 것에 묻어서 넘어가지 못한다. 그렇지만 현행 개헌절차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국회가 (전면)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도, 국민도 아무런 수정가감을 하지 못하고 패키지로 찬반투표를 할 수 있을 뿐이다.

- 찬반만 묻는 현행 국민투표의 한계
만약 다른 게 다 마음에 드는데 1개 조문이 틀렸다는 확신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여론조사 결과도 반대여론이 더 우세하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일부 헌법조항이 몹시 엉성한데도 국회타협과정에서 넘어갔고 일부조항은 그 과정에서 앙상해졌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한두 조문만 반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체를 반대하는 게 타당할까?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 조문별로 하나하나 찬반표시가 가능하게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반대표가 더 나왔을 조문이 묻어서 헌법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한두 조문이 확실하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마음에 드는 나머지를 다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 미흡하고 나쁜 조항이 있어도 전체적으로 괜찮으면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원칙에 따르면 개헌안은 웬만하면 국민투표를 통과하게 된다. 물론 각자의 기대에 못 미치거나 선호에 어긋나는 조문이 하나둘씩 들어오는 게 흠이다. 헌법에는 누가 봐도 이게 아닌데 싶은 건 들어오면 안 된다.

- 순차 개헌은 현행 국민투표 한계 극복 방안

원칙적으로는 하나라도 틀린 게 있으면 반대해야 나쁜 헌법이 어물쩍 묻어 들어오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한 개 조문만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질 경우 국회의원의 2/3 이상의 찬성을 받은 개헌안도 국민투표를 통과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야만 여야의 타협과정에서 무원칙한 야합과 바터가 일어나는 일이 줄어든다. 개헌국민투표의 패키지 찬반표시가 강제하는 나쁜 조항의 무임승차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현행개헌절차를 개헌해서 국회의결과 국민투표에서 조문별로 따로따로 찬반표결을 실시하면 된다.

어떤 개헌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하나? 촛불개헌운동을 열심히 해온 시민단체 중 일부는 이미 국민개헌발의권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운동에 돌입했다. 국민개헌발의권을 확보하면 힘이 들더라도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확보해서 아무 때고 원 포인트 국민 주도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유한국당이 헌법조항 하나하나를 문제 삼고 비토하는 마당에 촛불개헌의 내용 하나하나에 집착하기보다 그때그때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좋은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국민개헌발의권은 이미 제3공화국 시절의 헌법도 인정했던 주권자의 원천권리다. 국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도 덮어놓고 반대하기 쉽지 않다.

권력구조 개헌안은 21대국회부터 적용되어야한다

둘째, 권력구조 개헌의 발효 시점은 2020년4월 총선으로 구성될 21대국회의 임기개시일이든가 2022년3월 대선으로 선출될 대통령의 임기개시일이라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의 국회조건과 이해관계를 떠나 역지사지의 바탕위에서 공정한 개헌논의와 합의가 가능하다.

- 여야 모두 '무지의 베일'을 써야 사심 없는 논의 가능
정의론으로 유명한 롤스에 따르면 국가를 만드는 사회계약을 할 때 구성원들은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을 써야 한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질수록 좋지만 단 하나, 자기가 구체적으로 누군지, 어떤 이해관계를 가졌는지는 몰라야 한다. 무지의 베일을 쓴 사람들만이 모두에게 공평한 정의의 원칙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만약 사회계약의 당사자들이 각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이해관계를 알고 있을 경우 그 영향을 받아 정의의 원칙을 합의하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합의가 이뤄져도 기득권의 논리를 닮아있기 쉽다. 나의 정체성(성별, 인종, 연령, 정치적 의견, 재산상태, 종교 등)에 관한 개인정보가 없는 상태를 뜻하는 무지의 베일은 공평무사한 논의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롤스가 만들어낸 첫 번째 전제조건이었다.

개헌 문제를 논의하면서 내가 롤스의 무지의 베일을 굳이 거론한 이유는 지금 여야 간에 진행되는 개헌논의는 무지의 베일을 쓴 상태, 즉, 여야가 공평무사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객관적 상태와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다. 현재 야3당은 모두 여소야대 국회의 야당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안다. 여당도 여소야대 국회의 여당이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않는다. 지금의 여소야대상황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020년4월까지 앞으로 2년 더 진행된다는 사실도 여야 모두가 잘 안다.

- 자기이해관계에 발목 잡힌 청와대와 국회
지금의 여소야대 국회를 전제하고 총리의 국회 선출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개헌안은 문재인 대통령더러 연정합의를 통해 여권다수연합 연립내각을 만들어내든가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야당총리 및 야당내각과 불편한 동거정부를 운영하라는 뜻 이상이 될 수 없다. 그런데 현재의 여소야대 국회는 2016년4월의 민심을 반영할 뿐 이미 1년 가까이 확인된 여대야소 민심과 완전히 거꾸로다.

이걸 뻔히 아는 문 대통령이 야당 안을 일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앞으로 2년 동안 여소야대 국회에 시달릴 줄 뻔히 아는 문 대통령이 국회의 대통령인사통제권한을 강화시켜줄 마음이 나겠는가? 대통령 개헌안이 장관(급)조차 국회의 인사동의대상으로 잡아주지 않은 이유일 게다. 이런 상황에선 여야가 대통령과 국회 공히 바람직한 권력재편방안에 합의할 수 없다. 현재 여야정치권이 함께 빠져있는 최대의 개헌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 권력구조개헌안 적용은 21대 국회부터
다행히 해법이 없진 않다. 여야가 평행선 없는 설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여야정치권이 여소야대 국회를 전제로 철저하게 제로섬게임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제로섬게임은 국민투표를 통과한 개헌안이 공포 즉시 발효할 수밖에 없다는 착각 위에 성립한다. 그러나 개헌안의 발효 시점은 여야합의로 사항별로 얼마든지 달리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여야는 권력구조 개헌안의 발효 시점을 21대국회의 임기개시일로 잡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여야가 갑자기 무지의 베일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은 여소야대 국회지만 2020년 4월 총선에 의한 국회구성은 누구도 지금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 집권4년차에 접어드는 대통령과 여당이 좋은 평가를 받기란 쉽지 않다. 지금은 죽을 쓰지만 야당이 정신 차리고 혁신하면 이미 받아놓은 선거시점이 야당에 더없이 유리하다. 그런가 하면 문 대통령과 여당도 정부여당에 십중팔구 불리하다는 중간선거 신화 깨기에 도전해볼 만하다. 여전히 대통령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인데다 앞으로도 남북관계 해빙모드가 지지율 관리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니 여야 모두 미지와 형성의 영역에 속하는 2년 후 개헌 발효를 전제로 다시 권력구조 대안을 협상해보시라.

이번 개헌안의 핵심은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재분배다. 그것도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줄이고 국회의 견제권한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대통령과 의회 사이에 권력파이를 다시 나누는 완전한 제로섬게임인데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과 야당에게는 새로운 위험요인과 기회요인이 열린다. 우리현실에선 어쩔 수 없이 자유한국당 주도의 여소야대 국회가 권력재분배 제로섬게임의 주도권을 쥔다. 야당은 대선패배를 이 참에 만회하려는 듯 내치전담총리를 내놓으라며 떼를 쓴다.

- 권력구조의 결정권자는 주권자인 국민
본래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파이를 누가 새로 나눠야하는가? 당연히 당사자들이 아니라 국민이다. 그것도 촛불국민이다. 제왕적대통령과 측근의 국정농단에 맞서서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고 결국 대통령탄핵과 조기정권교체로 세상의 큰 변화를 만들어낸 주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에선 촛불시민의 목소리가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목소리가 크게 메아리친다. 제1야당이라 그렇다. 개헌저지선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의 몽니로 지금의 국회 주도 개헌과정에서는 촛불민심의 목소리는 최소화되고 촛불반대목소리가 최대화된다.

돌이켜보면 촛불시민들도 촛불광장에서 개헌구호를 외치진 않았다. 다만 더 이상 대통령이 제왕처럼 군림하지 않는 나라, 더 이상 재벌이 정경유착형 부패에 연루되지 않는 나라, 더 이상 국정원과 검찰이 정권안보에 동원되지 않는 나라를 열망했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진실이 일상적으로 확인가능하고, 사회경제권의 뒷받침을 받아 누구나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나라다운 나라를 꿈꿨다. 이와 같은 꿈과 열망의 실현에 꼭 필요한 개헌이 촛불개헌이라고 할 수 있다.

촛불시민혁명의 적통임을 자부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과정에 촛불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다시 이끌어냈어야 했다. 그래야만 자유한국당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고 견인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이 나서기 어려우면 여당인 민주당이 그렇게 해야 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이 길을 걷지 않아 생긴 공백을 어처구니없게도 민심과 동떨어진 여소야대 국회, 특히 지지율대비 현저한 과잉권력을 누리는 자유한국당이 채웠다.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재분배문제도 직접당사자인 국회의 개헌특위가 주도하게 됐다. 오늘의 촛불헌법 불임정국을 낳은 비극의 씨앗이 이때 잉태됐다.

- 당사자들의 단기손익계산을 허용하는 논의구조 바로잡아야
이번 개헌의 목적이 촛불시민혁명의 제도적 완성에 있고 그 핵심과제가 제왕적대통령제 극복이기 때문에 권력구조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현직대통령과 20대 국회는 권력구조 개헌안 마련을 주도하면 안 된다. 양자 모두 국민대표기관이지만 국민의 관점보다는 대의권력기관으로서 권력의 관점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의석수에 비해 지지율이 반 토막 난 자유한국당이 권력구조 개헌안 마련을 주도하는 건 불공정의 극치다. 촛불시민과 문재인정권이 만들어낸 현재의 민심분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0%안팎이다. 국민의 20%를 대변하는 자유한국당은 촛불개헌을 주도할 자격이 없다. 지금처럼 자유한국당에 개헌정국의 키를 쥐어주면 안 된다.

부질없는 사후가정이자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청와대는 진작부터 바른미래당, 국민당, 정의당까지 묶어서 개헌대연합을 도모하며 자유한국당을 탄핵대연합에 이어 두 번째로 고립시켰어야 했다. 이랬더라면 지금쯤 자유한국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고 보수의 주류교체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게다가 국회는 1년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가졌을지 몰라도 국민의 관점에서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바 없다. 청와대도 국민개헌자문특위가 불과 한 달 만에 뚝딱거려 만들어낸 개헌안을 국민 주도 개헌안으로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1년 이상 지속됐으나 조문화작업도 못한 국회개헌특위 시절 도대체 여당인 민주당은 뭐했는지 묻고 싶다. 국고보조금을 몇 백억씩 받는 여당으로서 주요 쟁점별 개헌토론회를 최소한 시군구별로 대여섯 번 이상 조직해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올렸어야 했다. 전국적 차원에서 이런 정도로 숙의민주주의형 개헌공론화장을 조직하지 않고 고작 국회밀실에서 개헌논의를 독점하며 자유한국당과 '밀당'만 하다 끝낸 것 아닌가. 국회와 원내정당 어디도 국민 주도 개헌과정을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만들어낼 의지가 없었다. 그저 시민자문위 구성이나 공청회 실시 등 구태의연한 시민참여 코스프레를 연출했을 뿐이다.

요약하자면, 첫째, 이번 6월에는 국민의 개헌발의권 기타 여야합의가 가능한 기본권과 자치분권을 중심으로 개헌하고 권력구조 개헌에 대해서는 추후일정을 합의하는 수준이면 된다.

둘째,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여야가 개헌 발효 시점을 2020년 4월 총선이후나 2022년3월 대선 이후로 늦추는 합의부터 해야 한다. 이래야만 여야의 직접이해당사자성을 최대한 없애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대한 무지의 베일을 쓰고 토론과 협상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순차 개헌 합의로 연내까지 개헌논의를 열어놓되 여야합의로 17개 시도별로 각300인 규모의 시민의회를 두세 달쯤 운영하고 그 결론을 국회가 최대한 따르는 게 필요하다.

넷째, 만약 여야정치권이 극적으로 전면 개헌안에 합의할 경우 여야정치권은 국민투표 부결 시 의원직 총사퇴 및 조기총선 실시라는 배수진을 치고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국회의 전면 개헌안이 부결되면 20대 국회는 존립근거를 상실한다.

탄핵 반대를 외쳤던 이들이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후보로 속속 확정·발표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자유한국당과 합리적 대화와 타협이 가능할지 몹시 우려되기는 한다. 그럼에도 대선 때 6.13 개헌 약속을 했던 자유한국당이라 개헌저지 몽니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이번 6.13 선거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빠른 시일 안에 순차 개헌과 개헌 발효 시점 조정에 합의해 30년 만에 찾아 온 역사적 기회를 살려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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