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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태 살리려다 전두환 잡아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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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태 살리려다 전두환 잡아버렸네

[김종배의 it] '주범' 전두환, 교사죄까지 추가?

기가 차다. 법을 희롱해도 유분수지, 이건 아예 갖고 놀았다.

안현태 전 청와대 경호실장의 국립묘지 안장을 주장한 국립묘지안장대상 심의위원들이 주장했단다. 전두환 씨의 비자금 조성에 깊이 관여하고 대기업에서 5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는데도 그가 받은 돈은 '떡값'에 불과하다며 이런 주장을 늘어놓았단다.

ㄴ위원 "(안 씨의 범죄는)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결호실장이었기 때문에 행한 범죄다."
ㅋ위원 "(안 씨의 행위는) 종범에 해당하는 범죄다."
ㅌ위원 "안 씨가 청와대 경호실장이 아니었다면 범죄는 없었을 것이다."


심의위원들의 이 같은 주장은 법원의 최종판단을 비웃는 것이다. '안 씨가 받은 돈 5000만 원은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해 주는 것에 대한 대가'라며 그의 유죄를 확정한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악성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국가기관인 국가보훈처의 심의위원들이 앞장서 지켜야 할 법원의 최종판단을 해괴한 논리로 비웃고 희롱했다는 점에서 악성 중의 악성이다.

그래도 낙심하지 말자. 매사 보기 나름이라고 했다. 건질 게 있다. 해괴하고 요상한 심의위원들의 주장 속에서 향후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것 하나는 건져낼 수 있다. 바로 전두환 씨의 국립묘지 안장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이다.
▲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

안현태 씨는 그저 '종범'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을 뒤집으면 다른 주장을 도출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두환 씨만은 국립묘지에 안장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치가 그렇지 않은가. 안현태 씨는 '종범'이니까 봐줘야 한다면 봐준 만큼 '주범'에게 더욱 엄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지 않겠는가. 안현태 씨가 청와대 경호실장만 아니었다면 범죄가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면 안 씨를 경호실장에 앉혀 범죄로 내몬 '주범'만큼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종범'이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면 '종범'을 범죄로 내몬 '주범'의 파렴치성은 더욱 커지는 것 아니겠는가.

심의위원들의 이런 주장에 따르면 전두환 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돼서는 안 되는 이유 하나가 추가된다. 쿠데타를 주도하고,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한 범죄행위 외에 '종범'으로 하여금 비자금 조성에 관여케 하고 5000만 원을 받게 만든 교사죄까지 추가해야 마땅하다.

아이러니하다. 심의위가 안현태 씨 국립묘지 안장을 결정했을 때 그 결정이 전두환 씨와 노태우 씨의 국립묘지 안장을 위한 길닦기용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는데 오히려 수렁을 파버린 셈이 됐다. 안현태 씨를 '종범'으로 규정함으로써 '주범'을 국립묘지에 안장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냈다.

시간이 지나면 심의위원들이 바뀔 것이고, 설령 남아있다 하더라도 한 입으로 두 말 할 게 뻔하지만 아무튼 전두환 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돼서는 안 되는 이유를 사회적으로 각인시켜준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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