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명박 정부 '권력 사유화' 논란의 핵이었으며, '왕차관', '실세 차관'으로 불렸던 그는 한나라당의 묵인 하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박 전 차관이 연루된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사업 주가조작 의혹은 여야 합의로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될 지경에 처했다.
특히 박 전 차관의 국감 증인 채택과정에서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이 묵인했고,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증인 채택을 강조했다"는 뒷얘기도 흘러 나왔다. 청와대가 박 전 차관 경질을 검토했다는 소문이 돌던 시점이었다. 박 전 차관이 출마를 준비 중인 대구 중남구 현역 국회의원인 친이계 배영식 의원은 박 전 차관이 연루된 자원 외교 실태와 관련해 '저격수'로 나섰다. 박 전 차관의 '정치 진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의 늪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박 전 차관이 이번에는 '자원 외교 비리 의혹'의 수렁에 빠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의 '대주주' 중 한 명으로 각종 '논공행상' 과정에서 이름이 빠지지 않았던 박 전 차관의 위상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외교부, 1800만 캐럿을 4.2억 캐럿으로 20배 뻥튀기"
▲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뉴시스 |
민주당 김재균 의원이 1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카메룬대사가 외교부 에너지기후변화환경과장 앞으로 보낸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민관합동 자원개발 모델)'이라는 제목의 비공개 문서에서 "주재국(카메룬) 광업국장은 C&K사가 2009년 5월 제출한 최초 탐사보고서에는 1800만 캐럿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고 언급함"이라고 보고했다.
당초 외교부는 매장량이 4억 2000만 캐럿(우리 돈 50조 원 상당)이라고 공시한 C&K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지난해 12월 17일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보고서에 기재된 카메룬 정부 광업국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C&K는 1800만 캐럿을 4억 2000만 캐럿으로, 20배나 '뻥튀기'했다는 게 된다. 4억 2000만 캐럿은 전 세계 연간 총 다이아몬드 생산량인 1억 8000만 캐럿의 2.5배에 가까운 양이다.
이 공문으로 추정할 수 있는 사실은, 17일 보도자료를 낸 후 늦어도 11일 후에는 매장량이 4억 2000만 캐럿이 아니라 1800만 캐럿이었음을 외교부가 알게 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추가로 실사를 하거나 시정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외교부는 개미 투자자의 손실을 방조하고 키웠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대박' 홍보하던 시점에 헐값 주식 매각…공무원 로비 자금?"
실제로 17일 외교부의 보도자료 배포 이후 3000원 대였던 C&K의 주가는 다음해 1월 10일 1만6000원 대로 급등했다. 이후 7140원 대까지 급락했지만, 올해 8월 19일에는 1만8500원까지 급등하는 등 등락을 거듭하며 개미 투자자들 상당수에 피해를 입혔다.
민주당 신건 의원에 따르면,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낸 시점을 전후로, C&K 오덕균 대표가 신주인수권(워런트) 172만 주를 제 3자에게 헐값에 팔았다. C&K 주가가 폭등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이전 처분단가는 1262원이다. 지난 8월 최고가를 찍었을 때(1만8500원) 매각했을 경우, 약 300억 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이 가능했다고 계산할 수 있다.
신 의원은 "회사에서 (외교부 등을 통해) 사업 성공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과정에서 대표자가 상식에 맞지 않는 워런트 헐값 매각을 단행한 것은 회사의 사업 진행과 주가 폭등에 도움을 준 관계 공무원, 또는 특정인에게 부당한 이득을 제공하기 위한 편법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한다"고 주장했다. 주식 등이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민주당 김재균 의원은 "이 사건은 현재 C&K 계열사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초기 총리실장을 지낸 조중표 전 실장과, 총리실 비서관 출신인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대사, 그리고 총리실 차장 출신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연루돼 있는만큼 권력형 비리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 배영식 "박영준 재직 시절 주가조작 사건이 판을 쳐"
국지식경제위 소속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은 "2009년 1월~2011년 8월 현재 자원을 개발하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총 17개인데, 이들 기업의 대부분은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 거액의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한 뒤 몇 개월 뒤 부도를 내거나 대표이사가 자금을 빼돌려 해외로 도피하는 등 투자자 손실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이 지적한 시점은 박영준 전 차관이 총리실장으로 임명된 시점(2009년 1월), 그리고 총리실장에서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 옮겨 아프리카 자원외교에 전념하던 시점(2010년 8월~올해 5월)과 대부분 겹친다.
배 의원은 이어 "이들 기업은 회사가 파산직전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광물개발명분을 앞세워 허위공시를 한 뒤 유상증자를 통해 대규모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다"며 "특히 이들 기업은 허위정보를 유포 고의적으로 회사주가를 띄워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긴 뒤 파산 수법을 활용했다. 이같은 수법이 판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C&K 마이닝과 비슷한 사례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
특히 배 의원은 "총리실은 자원외교라는 명분으로 지난 2008년부터 9월 현재 20회나 자원외교 출장을 승인해줬는데, 이 출장보고서를 분석하면 대부분 주무부처가 주도하고 총리실은 명분세워주기 위해 고위공무원이 동행하고 있다"며 "어떤 출장은 특정기업 또는 특정인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들의 이익을 챙겨주고 있는 것으로 이미 보편화된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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