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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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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LGBT 차별을 넘어] 성적 소수자 연구 어디까지 왔나?

4. 성적 소수자 연구 어디까지 왔나? -1-

우리나라는 성과 관련해 활발한 공론화 등을 꺼린다. 이 때문인지 성적 소수자와 관련한 용어들이 많지 않지만, 서구 사회는 그렇지 않은 면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성애자, 동성애자 등에 대한 다양한 성관련 용어의 개념을 미국 아동사춘기 청소년 정신 의학 협회의 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성적 소수자에 대한 종합적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성(Sex)은 남녀의 존재를 기준으로 할 때 개인의 해부학적 성을 말하고 젠더(Gender)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남녀의 성을 일컫는다. 해부학적 성은 흔히 남녀로 구분하지만, 통상적인 남녀라는 범위에 속하지 않는 부류의 성이 존재한다.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은 개인이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타인의 성을 가리키는데, 거기에는 성적 환상, 생리적 흥분, 성적 행동, 성적 정체성, 성 역할 등이 포함된다.

동성애자(Homosexual people)는 같은 성의 타인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람으로 남성은 게이, 여성은 레즈비언으로 일컫는다. 이성애자(Heterosexual people)는 성이 다른 타인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양성애자(Bisexual people)는 두 개 성의 사람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다. 트랜스젠더(Transgender people)는 자신의 해부학적 성과 일치하지 않는 성적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다. 동성애 혐오증(Homophobia)은 동성애자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말한다. 이성애자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비이성애자(non-heterosexual)라고 표현한다.

LGBT의 가장 큰 원인은 후천적이지 않고 선천적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당사자들은 가정과 지역 공동체, 그리고 사회적 인식 등의 영향을 크게 받기 마련이라 시련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21세기 들어 20여개 국가가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 하면서 일부 서구 국가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인 대중적 인식이 확산하고, 그에 따른 동성애자의 법률적 권리 등이 크게 신장되고 있다.

네덜란드가 2000년 세계 최초로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전향적 추세로 변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많은 지역에서 동성애에 대한 뿌리 깊은 선입견은 여전히 정치, 사회적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아프리카, 중동, 일부 아시아 지역 등에서 동성애는 불법이면서 처벌 대상이다. 극소수 국가에서는 사형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성적 지향에 대한 정치적 논란은, 그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 등이 선천적 요인 쪽으로 크게 기울면서 그 강도가 약해지는 추세다. 결국 동성애 합법화나 학교 등의 성소수자 희롱이나 폭력 방지 대책 추진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성적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이성애자들의 공격적, 방어적 태도 등이 뿌리 깊고, 사회적 차별이나 학교 폭력 등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21세기 들어 LGBT의 권익은 정치적 권리 보장이 소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추구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더 얻고 있는 가운데,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마이클 베일리 심리학 교수 등은 성적 지향 등에 대한 종합적 연구 결과를 2016년 4월 아래와 같이 과학전문지에 발표했다.

비이성애자는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고, 자신의 성적 지향을 표현하는 방식은 문화권의 규범이나 관습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그에 대한 개인적인 감성은 전 세계를 통해 유사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

성적 지향은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생물학적 및 비사회적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남녀의 성적 지향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남성의 성적 지향은 성적 욕망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 여성의 그것은 다양한 생물학적 요인들과 연관되어 있는데, 태아기의 호르몬이나 특수한 유전적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성적 지향은 사회적 수단들에 의해 학습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비(非) 이성애적 지향, 즉 동성애 등이 사회적 관용이 증대되면서 더 일반화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성적 지향은 어떤 측면에서 경계선 등이 명쾌하지 않다. 일부 학자들은 성적 지향을 기본적으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 등으로 구분하지만, 다른 학자들은 성적 지향이 더 다양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양성애자'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사이에 들어가는 다양한 성적 지향을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로 쓰인다. 그 결과 비(非) 이성애적 체질인 사람은 흔히 통계로 표현되는 것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아동기에 발견되는 성적 불일치 – 일반적인 성 구분의 범주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 - 는 성인이 된 뒤 비이성애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성적 지향이 측정되는 방식은 개개인이 진술하는 성적 매력 등에 주로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실제 성적 지향은 다양한 요인들로 구성되는데, 그것은 성적 행동, 성적 정체성, 성적 매력, 심리적 성적 욕구와 같은 것이다.

개개인의 진술에 의존해서 성적 지향을 결정하는 방식은 실용주의적 필요에 따른 것이지만, 이는 개인이나 문화 또는 시기에 따라 성적 지향의 표출이 다양하다는 점을 파악치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개인적 또는 문화적 낙인찍기에 의해 비(非) 이성애적 행동과 정향 등이 보고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성적 지향은 자연적 욕구에 의한 것으로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질문 형식으로 그것을 묻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개개인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비(非) 이성애적 지향으로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성적 지향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성적 지향 측정 방식에 대한 논란은 과학이 아닌 도덕적 이슈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성적 지향과 그런 조사의 정치적 결과를 막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성적 지향이 선택 사항인가에 대한 의문은 지난 수십 년 간 사회가 게이 찬성과 반대 세력으로 양분되는 원인이 되어 왔다. 그 인과관계에 대한 의문은 문화적 전쟁과는 전혀 무관한 것임에도 말이다.

성적 지향과 관련한 여러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현실은 이에 대한 좀 더 다양하고 상세한 연구가 필요함을 입증한다. 성적 지향은 인간의 중요한 특성으로 그에 대한 연구는 두려움이나 정치적 제약 없이 행해져야 한다. 많은 논란이 일수록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한다. 과학은 균형 잡힌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다.

▲ 동성애를 향한 혐오는 반 과학적이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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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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