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제10차 헌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 대통령 개헌 발의안 발표가 오래전 이야기처럼 아득하지만, 다른 이슈가 드라마틱해 묻혀있을 뿐이다. 개헌안 발의에 대한 주도권, 정부 형태에 따른 정치권의 이해관계, 재판권이나 기소권 주체 변화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실상은 다양한 인권을 기본권으로 더욱 명확히 하고 이를 국가가 보장하는 시스템에 관한 논의가 핵심이다.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제2장)를 규정한 서두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제10조)고 말하고 있다. 후반부의 '기본적 인권'이란 말에서 '인권'과 '기본권' 차이를 유추할 수 있다. 인권 중에 기본적인 것(기본권)은 국가가 법률로 이를 보장한다는 의미다. 즉, 인권의 어느 범위까지 기본권으로 포함하느냐가 관건이다.
권리의 주체는 국민(대통령 발의안은 '사람')이고, 권리를 보장할 의무 주체는 국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제2장 30개 조항 중 납세의 의무(38조), 국방의 의무(39조)만이 사실상 의무에 관한 사항이고 모두가 권리에 관한 내용이다. 교육의 의무(31조), 근로의 의무(32조)는 권장 사항일 뿐이며, 지금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근로다.
더 나아가 헌법 제37조 ①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사회진보는 필연적으로 기본권으로 보장해야 할 인권의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앞서 헌법 개정이 있었던 1987년 이후 30년간 시대 상황이 달라져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엄밀히 말해 우리 사회 인권 의식이 향상되어 기본권 범주에 포함해야 할 다양한 인권이 생겨났다는 의미다.
이후 내용인 국회(제3장), 정부(제4장), 법원(제5장), 헌법재판소(제6장), 선거관리(제7장), 지방자치(제8장), 경제(제9장), 헌법개정(제10장)은 2장에서 열거한 국민(또는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해 1장은 국가 이념과 운영 원리를 담고, 2장은 인권 정책을, 3장부터는 국가 운영 원리에 입각해 인권 정책 이행을 위한 시스템을 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헌법기관은 물론 국가기관이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보호할 의지가 없으면 헌법 위반은 일상다반사가 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헌법 37조 ②항을 근거로 국가가 직접 과도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도 많다. 정작 근거가 되는 규정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헌법 37조 ②항)은 어떠한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으며, 제한하는 경우라도 까다로운 조건(요건충족, 필요성, 법률형태)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인데도 말이다.
헌법은 인권의 문제다. 그래서 인권의 관점에서 개헌을 접근해야 한다. 충청남도 인권조례안 폐지, 공공기관 채용 비리, 금융기관 채용 과정 중 여성 배제, 미투, 제주4·3 항쟁, 세월호와 안전, 박근혜 국정농단 재판, 잠실야구장과 충남 농가·축사 장애인 현대판 노예 등 개헌 이슈를 덮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다양한 이슈 또한 기본권이자 인권의 문제다.
헌법에 열거하지 않은 모든 인권도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중 어떤 인권들이 기본권으로 명확히 해야 할 만큼 취약한가. 또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인권 증진을 위한 보다 나은 정부 형태는 무엇일까. 검사의 기소 독점권은 인권에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지금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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