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거물급 로비스트인 박태규 씨와 오랜 친분을 유지해왔던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15일 검찰 소환 통보를 받고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사표 수리가 아니라 사의 표명"이라면서도 "곧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전해 김 수석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했다.
박 대변인은 "김 수석이 오늘 오전에 검찰 쪽으로부터 (소환)연락을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후 임태희 실장, 몇 몇 수석과 논의 후 사의를 표명했고 임 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의 반응을 당장 확인해줄 순 없다"면서도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명으로 박태규 씨와 골프를 친 사실등이 밝혀진 바 있는 김 수석은 기자들에게 서면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김 수석은 "저는 오늘 3년 반의 청와대 생활을 접고 떠난다"면서 "청와대 수석으로 있으면서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간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을 모시는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태규 씨와 알고 지낸지 10년 남짓 된다"면서도 "부산저축은행 건과 관련해 어떤 로비를 한 적도, 금품을 받은 적도 결코 없다"고 항변했다.
김 수석은 "처음 박 씨가 부산저축은행 문제를 꺼냈을 때도 '범정부 차원에서 조사하고 있으니 그런 문제에 관여치 말라'고 오히려 선을 그었다는 점을 밝혀둔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미 지난 8월에 김 수석이 박태규 씨와 지난해 4~8월 사이 수십 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골프 사실 등이 드러났고 캐나다에 체류하던 박태규 씨가 귀국한 이후 검찰이 김 수석의 소환을 통보한 것.
김 수석의 검찰 소환, 사의 표명에 청와대는 침통한 분위기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현 정부 출범 때 청와대에 합류해 정무2비서관, 정무기획비서관, 메시지기획관,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홍보수석에 이른 김 수석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은 매우 깊었다.
김 수석은 정무와 홍보를 넘나들며 '조용한 실세'로 꼽히기도 했지만 박태규 연루설 이후 활동 폭이 줄어들었다. 추석 직전 이 대통령의 TV 생중계 대담 때는 김 수석 대신 이동관 홍보특보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김 수석 외에 박태규 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린지도 오래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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