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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폐환자·한센병 ‘대부’ 조창원 원장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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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폐환자·한센병 ‘대부’ 조창원 원장 ‘영면’

이청준 소설 ‘당신들의 천국’의 실제 주인공

진폐환자와 한센병 환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은인으로 알려진 조창원 원장이 최근 별세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6일 조창원 원장 가족들에 따르면 국립소록도병원장과 국립 마산병원 원장, 근로복지공사 태백 장성병원 원장을 지낸 조창원 전 원장이 지난 3일 새벽, 운명해 5일 국립서울현충원 국가유공자 묘역에 안장했다. 향년 92세.

1926년 3월 평남 평양시 이행리에서 6형제 중 5남으로 출생한 고인은 5년재 평양 안주중학교를 나와 평양의전에 입학한 뒤 1945년 월남해 서울대 의대에 편입했다.


▲지난해 12월 자택에서 생전에 취미였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붓을 들고 있던 모습. ⓒ프레시안

1950년 군의관으로 입대한 고인은 1961년 5.16혁명이 나자 현역 대령으로 국립소록도병원장으로 자원해 한센병 환자와 인연을 맺었다.

고인은 저서 ‘허허, 나이롱 의사 외길도 제길 인 걸요’를 통해 내 인생은 크게 한센병과 진폐증 환자들과의 동거동락 이었다고 할 수 있다“며 ”진폐증 환자는 불치의 직업병이고 나병(한센병)은 낫는 병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내가 나이롱 의사로 불리는 이유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생활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인이 소록도 간척사업을 하면서 겪은 드라마틱한 사연들이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지만 정치적인 박해 때문에 소록도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고인은 5.16 군사혁명정부에서 입각을 제의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한센병 환자들의 곁을 떠나지 않은 일화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80년 국내 최초로 태백에 규폐센터가 개설되면서 고인은 초대 소장으로 취임해 진폐환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진폐환자들의 비참현 현실을 목격한 고인은 환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장성 규폐센터에 요양중인 환자대표에게 진폐단체 설립을 권유, 국내 최초의 직업병 단체인 진폐협회가 설립되었다. 이후에도 고인은 유족보상에 필요한 진폐환자 부검비용을 한 푼도 받지 않고 부검을 해 준 일화는 유명하다.

류승규 전 국회의원(13·14대, 태백)은 “고인은 진폐협회 설립과 진폐환자들의 부검제도를 개선하는 등 진폐환자들의 권익신장에 크게 기여했던 분”이라며 “진폐환자들과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아쉬워했다.

고인은 1961년 소록도국립병원 원장시절부터 붓을 들었고 한센병 환자와 진폐환자를 소재로 대전과 서울, 소록도 등지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태백석탄박물관에는 고인이 진폐환자를 주제로 그린 유화작품 35점이 기증되어 있다.

고인은 생전에 돈을 벌기 위해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소설가 이청준이 쓴 당신들의 천국은 조창원 원장의 소록도 간척사업을 중심으로 쓴 사연이 소개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프레시안

고인은 그가 남기 자전적 에세이집 ‘나오롱 의사’에서 “의사는 병을 고치는 기술자가 되어 서는 안 된다. 의사가 물건 만들 듯 환자를 돌보고 잇속을 챙긴다면 그는 이미 의사가 아니라 생명을 가지고 흥정하는 흉악한 도박꾼이다”며 “의사란 오로지 환자의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함께 치료해 나가는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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