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신계륜·천정배…민주 서울시장 경선 본격화

박지원 "박원순이 민주당에 입당하는 게 제일 좋은데…"

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 선거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내 경선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15일 신계륜 전 의원과 박영선 정책위의장이 출마 선언을 하고 뛰어 들었다. 추미애 의원도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이로써 천정배 최고위원까지 4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야권은 이미 서울시장 보궐 선거 후보 단일화를 위해 함께 경선을 치르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의 후보가 결정되면, 다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전 상임이사 등과 경선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박영선 "거부할 수 없는 순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왔다"

그간 출마를 저울질 해 왔던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거부할 수 없는 순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왔다고 느꼈기에 이 자리에 섰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개인적으로는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에 부족함이 많고 미약하다고 생각하지만 천만 시민을 위해, 민주당을 위해 기꺼이 서울시장 후보에 나서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 정책위의장은 지난 13일 한명숙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이후 당 지도부로부터 출마 요청을 받아 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전날 박 정책위의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흐르는 물처럼 낮은 곳으로 임해서 국민을 받드는 것이 최고의 정치, 최고의 행정, 최고의 서울시장"이라며 "사람 중심의 서울을 꿈꾸며 서로를 위로해 주는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서울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며 "포장보다는 사람에 투자해야 하고 사람이 대한민국의 중심에 있음을 확인하며 서울 시민의 용기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야권 단일후보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신계륜 "시장 선거 낙관 못 해…정통 지지세력부터 결집시켜야"

신계륜 전 의원도 팔을 걷어붙였다. 신 전 의원은 "민주당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는 사람들이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험도 있다"며 "정통 지지세력과 '안풍(安風, 안철수 돌풍)'의 긍정적 힘을 합하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이번 시장 선거를 낙관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전 의원은 "서울시 선거는 막판으로 갈수록 여든 야든 힘의 분배를 이뤄내는 특성을 갖는다"며 "민주당은 지금 전통적인 지지 세력의 결집에 우선적 촛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전 의원은 "오랜 시간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해 온 준비된 후보"라고 강조했다. 신 전 의원은 "(1998년~1999년) 서울시 부시장을 지냈을 때부터 시장을 꿈꿔왔다"며 "서울에서만 20년 시장선거를 경험한 만큼 그동안 준비한 것을 나와 당을 위해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천정배 "서울시장 되면 '민주당이 달라졌다'는 얘기 들을 수 있다"

주민투표 직후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혔던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복지를 달성할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라며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천 최고위원은 "이명박, 오세훈 10년 치하의 서울은 복지는커녕 반복지에 따른 불평등과 용산사태에서 보았듯 서민의 삶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절망과 파탄의 세월이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천 최고위원은 민주당 당원들을 향해 "민주당의 자존심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천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민주개혁진보진영의 맏이로서 소임을 다할 때만 대한민국은 전진해 왔다"며 "내가 서울시장이 되어 '민주당이 새로워졌다'는 확신을 인정 받겠다"고 말했다.

천 최고위원은 "서울시는 경제, 행정, 정치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인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명박 정권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데 가장 적임자가 누구겠냐"고 호소했다.

"선거는 전쟁정치의 정점…박원순, 정당정치로 들어와야"

한 전 총리의 불출마로 당초 민주당의 당내 경선이 '마이너리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지만 박 정책위의장에 이어 추미애 의원까지 출마를 고려하면서 '흥행 참패'는 면했다는 안도감이 번지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상임이사라는 막강한 '장외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상황에 대한 경계 및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민주당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도 오는 25일 당의 후보를 확정하지만, 결국 박 상임이사에게 양보하기 위한 모양새만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또 본선 승리를 위해 박 상임이사가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종포럼특강에서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경선이 돼야 한다"며 "제일 좋은 방법은 박원순 변호사가 민주당에 입당에 경선을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박 변호사의 입당은) 난망하다"면서도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 야권 통합을 이뤄야 하며 서울시장 당선을 위해서는 민주당의 조직과 선거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부겸 의원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박원순 변호사는 정당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의원은 "민주당 경선이든 통합 경선 참여든 시기와 경로는 당사자가 판단할 문제지만, 선거란 갈등이 집약되는 전쟁정치의 정점이란 점을 이해한다면 박 변호사는 정당정치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정당정치의 떼를 벗기고 정치 불신은 씻어내는 청소부가 될 수도 있다는 각오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을 낳았던 이 나라 민주주의의 보루가 민주당"이라며 "그렇게 (민주당이) 대안이 되니 못 되니 말할 정도면 그 말에 책임질 각오도 해야 하는 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