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 파견된 검역관의 현장 검사 실적이 한 건도 없는 데다, 선적 중단 조치를 내린 작업장에서 도축된 쇠고기가 한국으로 수출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한미 쇠고기 추가 협상 당시 정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특정 작업장은 파견 검역관이 모두 점검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손을 놓고 있었던 것. "당시 촛불 집회 여론을 의식했을 뿐, 정부가 애초에 도축장 현장 점검의 의지가 없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점검하라고 파견한 검역관, 도축장엔 가보지도 않아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20일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작년 10월 17일 파견해서 1년이 지났지만 자료를 보니 4명의 검역관의 현장 도축장 점검 실적이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특정 작업장은 파견 검역관이 모두 점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입 중단 요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추가 협상의 성과로 정부가 부각시킨 것 아니냐"며 "국민의 원성이 자자하니까 이를 가라앉히려고 (검역관을) 보냈는데, 이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장태평 장관은 "제가 알기로는 그 나라의 상시출입을 하면서 점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파견 검역관은) 정보 사전 입수라든가..."라고 얼버무렸다. 지난해 정부가 내세웠던 파견 취지와 어긋났음을 시인한 셈이다.
김 의원이 "정보 입수는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다 하고 있다"고 따졌지만 장 장관은 "전문가가 가서 하는 것은 다르다"고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18건 불합격에 1건 선적 중단 조치…그마저 관리 부실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현지 점검을 실시하고 18건의 불합격 건수를 발견했지만 선적 중단 조치는 한 차례에 그친 점도 문제다. 수출 중단 조치가 내려진 작업장 쇠고기가 한국에 수출된 일도 발생했다. 한국 측의 '점검 의지'와 함께 미국 측의 '개선 의지'도 담보할 수 없는 지경이다.
농식품부가 김 의원에게 제출한 미국산 쇠고기 불합격 현황(08년 6월 26일~09년 9월 30일) 자료에 따르면 이물질 검출(쇠붙이, 납, 못 등) 등에 의한 불합격 건수는 18건이고 2회 이상 불합격한 작업장의 수는 4개 업체다. 그러나 수입 중단 조치는 지난해 12월 12일 '부패·변질'이 발견된 '스위프트 비프'사(社)의 969번 작업장 한 곳에 그쳤다.
그러나 선적 중단 조치가 내려진 지 사흘만에 '부패·변질'이 다시 적발됐다. 게다가 이 작업장은 선적 중단 기간임에도 도축한 쇠고기를 올해 3월 3일과 5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 수출했다가 적발됐다.
이후 정부는 3월 29일부터 4월 13일까지 969번 작업장을 현지 점검해 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이마저 뒤집혔다. 점검이 끝난지 불과 1주일만인 4월 21일 해당 작업장에서 'O157' 오염 쇠고기 대량 리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검역과정에서 식품안전 위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작업장에 대해, 선적 중단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이 '개선 됐다'고 통보하면 즉시 재수출이 가능하게 돼 있다. 결국 농식품부의 이같은 실사 결과는 969 작업장과 같은 사례가 발생해 미국 측에 개선 요청을 하더라도 실제로 이행되는 것을 담보할 수 없다는 방증이 된다.
김 의원은 "969 작업장의 사례는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의 도축장 안전 점검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한국 정부의 안이하고 미온적인 검역으로 국민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