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주주 무시' 논란 현대차, 미국계 벌처펀드에 일격 맞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주주 무시' 논란 현대차, 미국계 벌처펀드에 일격 맞나?

<로이터> "판매 부진 현대차, 골칫거리 또 생겨"

최근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현대차그룹이 미국계 '벌처펀드(vulture fund)' 엘리엇 매니지먼트에게 일격을 당했다. 벌처펀드는 약점을 보이는 기업 등의 지분을 사들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투기자본을 뜻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모비스를 사업지주회사로 삼아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에게 현대모비스의 '알짜 사업'을 떼어 붙여주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개편안은 합병비율 등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에게 유리하고,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한 방식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마치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반면, 삼성물산 주주에게 현저히 불리한데도 이를 강행한 것과 비슷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삼성물산 합병안을 반대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4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지분율이 1% 정도에 불과해 독자적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현대모비스 지분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다른 외국계 투자자들이 동조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예상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순자산 가치 기준에 따라 0.61 대 1로 결정됐다. 비상장 상태인 현대모비스 분할 사업 부문과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은 전문 회계법인이 자본시장법에 준거, 각각 본질가치와 기준주가를 반영해 산정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성격을 지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4일 미국계 벌처펀드가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고 나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는 '경영권 방어' 위기감 고조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5월 29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번 분할·합병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등을 팔아 '지배회사'격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기아차 등으로부터 사들일 계획이다.

모비스 인적 분할 건이 주총에서 통과되려면, '의결권 있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와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참석, 동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모비스 지분 중 총수 측 우호지분은 개인 지분에 기아차(16.9%), 현대글로비스(0.7%), 현대제철(5.7%) 지분을 더해 약 30% 정도로 알려졌다.

외국인 지분율이 48%에 이르기 때문에 엘리엇이 '주주 가치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분할에 반대하고, 외국인투자자나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가 이에 동조하면 분할이 무산될 수도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정 회장 부자가 지분을 매입할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낮추고, 매각 대금 '재원'이 될 현대글로비스 주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현대모비스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방식을 꾀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 주총 통과를 낙관할 수 없게 됐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엘리엇의 입장 발표 직후 공식적으로 "향후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원론적인 대응을 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엘리엇의 요구가 현대모비스의 주주 이익 극대화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3% 가까이 급등하는 등 현대차그룹 주의 동반 상승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엘리엇의 요구로 미국과 중국에서 판매 둔화에 시달리는 현대차그룹에 또 다른 골칫거리(headache)가 생겼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움직임으로 외국계 투기자본에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이 휘둘리고 있다는 위기감도 퍼지고 있다.

특히 재계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법개정안의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상법개정안의 핵심 쟁점인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 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다시 내고 있다.

'3% 룰'은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 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계 투기자본들이 '지분 쪼개기'로 '3% 룰'의 제한을 피해 모든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국내 대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거나 경영권을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적대적 M&A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포이즌 필(독소조항)'이나 기업의 지배 주주에게 보통주의 몇 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