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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인가 '삼성식 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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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인가 '삼성식 꼼수'인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에 시장 격한 반응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의 고리로 이어진 지배구조를 끊는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서는 '제2의 삼성 합병 사태'를 우려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부품 상장사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현대차-기아차, 다시 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로 묶여있는 지배구조다. 순환출자는 그룹 내에서 계열사끼리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총수 일가 적은 지분으로도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를 간결하고 투명하게 바꿀 것을,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강하게 압박해 왔다.

특히 공정위는 10대 그룹 중 순환출자로 총수 일가가 지배력을 유지하는 가장 낙후된 지배구조를 가진 재벌그룹으로 현대차그룹을 지목해 강하게 압박하며 3월 말까지 개편안을 내놓으라고 마감 시한까지 정했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재벌 3세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으로 주목받는 아들 정의선 부회장. ⓒ연합뉴스

5조 원 넘는 자금 부담 해결 방안 찾았나

현대차그룹은 고심 끝에 마감 사흘을 앞둔 28일, 시장의 예상을 깨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들고 나왔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성격도 가진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시장에서는 자동차 운반 등의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개편을 가장 유력하게 꼽아왔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미 글로비스 지분 23.2%를 가진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선택한 방안은 기아차가 가진 모비스 지분 16.8% 등 계열사들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정몽구 회장 부자가 모두 매입해 모비스를 사업지주회사로 삼는 것이다. 이 방안이 마무리되면 정몽구 회장 부자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30.2%로 늘어난다.

문제는 자금 마련이다. 정몽구 부자가 모비스 지분을 계열사들로부터 매입하는 데만 4조5000억 원 정도가 필요하고, 글로비스 등 보유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려면 주식양도세 등으로 세금만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준의 주가로는 정몽구 부자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29.9% 전량 매각으로 얻을 자금은 2조 5000억 원 정도에 불과해 글로비스 이외의 다른 계열사 지분 등을 처분해야 한다.

결국 추가 자금 마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묘수로 현대차그룹은 모비스를 인적 분할해 알짜사업(캐시카우)을 글로비스에 넘겨 합병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모비스의 모듈과 AS부품사업을 분할해 글로비스와 합병시킨다는 소식에 29일 코스피 시장에서 글로비스는 개장 직후 20%까지 폭등하는 등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모비스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23%)였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지분을 대거 확보한 사례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이익률이 5.4%에 불과한 현대글로비스 이익률은 모비스의 알짜사업을 인수하면 7.7%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수익성 향상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져 정몽구 부자의 재원이 될 '통합 글로비스' 지분의 가치도 급증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몽구 부자는 통합 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기아차 등에 팔아 재원을 마련해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이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 23.2%를 살 계획이다.

반면 '존속 현대모비스'는 알짜 사업을 내주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IR 자료에 따르면 분할 후 존속 현대모비스의 이익률은 10%가 훌쩍 넘었던 수준에서 4.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5월 29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분할합병안을 최종 결정한다. 통합글로비스와 존속 모비스 간의 지분 맞교환 시점인 7월 말 이후까지 통합 글로비스 지분 가치는 상승하고, 현대모비스의 지분 가치가 떨어지는 차이가 클수록 정몽구 부자가 가져가는 이익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이런 주가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겹치면서 모비스의 주가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지배구조 고민 끝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미완성 단계인 삼성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매각 방안을 찾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이 '기존 순환출자'에 해당돼 매각 대상이 아니라는 박근혜 정부 시절 공정위의 결정을 새 공정위가 특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공정위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새로운 순환출자 형성'에 해당한다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6개월 내에 전량 매각하라고 통보했다. 삼성 SDI는 오는 8월 말까지 삼성물산 주식 404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지분을 제 3자에게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고, 5300억 원에 달하는 가치의 지분을 계열사가 떠안는 것은 자금 부담과 새로운 순환출자 형성 문제로 역시 곤란한 상황이다.

또한 7월부터는 금융사가 보유한 비금융사 지분을 자산이 아니라 부채로 분류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가 도입되면, 삼성의 또 다른 지배구조의 정점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55%(20조 원이 넘는 가치)이 적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해 삼성생명은 막대한 자본 확충 부담이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는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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