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석패율 제도 적극 추진하자"

"정치권, '안철수 현상'으로 자학해선 안 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8일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석패율 제도를 적극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정치 입문 이래 처음으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지도부의 용단을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석패율 제도란 기본적으로 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출마를 허용하고 중복출마자들 중 가장 높은 득표율로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제도다. 정치권에서는 이 제도가 지역구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라는 공감대가 있다. 석패율 제도를 통하면 영남에서 민주당 지역구 의원이 나올 수 있고 호남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탄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진보정당과 자유선진당 등 소수정당은 석패율제가 덩치가 큰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만 유리한 제도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이미 중앙선관위에서 제출한 법안도 있고 여야 공히 지역주의 폐해를 염려하는 의원들 다수가 공감하고 있어 여당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이번 국회에서 이 제도를 채택해 다가오는 총선부터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현상'으로 정치권이 자학해선 안 돼"

손 대표는 또 "최근 경험한 '안철수 현상'은 분명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 주장했다. 손 대표는 "우리 정치인은 여야 할 것 없이 이런 현상에 대해 깊이 있는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자기 성찰이 단순히 자학이나 자기비하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겸허한 자세로 국민 앞에 엎드리되, 자중자존(自重自尊)의 당당한 자세로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이제 변화는 정치권의 몫"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우선 대통령의 과도한 집중과 남용을 막기 위해 감사원의 국회 배속 등 의회권한을 강화해야 하며 고위 공직자에 대한 특별수사청 설립과 같이 검찰 등 권력기관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차별해소·노동시간 단축" 방안도 제시

손 대표는 민생과 보편적 복지도 강조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는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높여 소비 수요를 늘리며 특히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의 선순환에 도움이 되고 '좋은 성장'의 기초를 제공해 준다"며 "복지는 재정의 문제일 뿐 아니라 의지의 문제, 역사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만능주의, 토건주의에서 벗어나 사람에게 투자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이 바로 고용정책"이라며 "비정규 근로자 보호를 위해 과도적으로 대기업은 기업부담으로 4대 보험료를 부담토록 하고 중소기업은 정부 50%, 기업 50% 부담 원칙으로 4대 보험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노동시간을 선진국 평균 수준으로 줄이고 그만큼 고용을 늘린다면 선진국 수준인 70% 이상의 고용률을 실현할 수 있다"며 "야근을 제한하는 정시 퇴근제, 여름휴가를 2주일로 늘리는 집중휴가제 등으로 실근로시간을 줄인다면 일자리와 삶의 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육성 정책으로 그는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납품단가 조정신청 등 강력한 조치를 도입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도입하며, △영세 상인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고, △중소기업간 공동사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익을 공동 항유하도록 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았다.

손학규 대표가 1993년 경기 광명을 보궐선거로 국회 의원 배지를 단 이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손 대표는 지난해 10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지난 4.27 재보궐 선거 전까지는 현역 의원이 아닌 당 대표여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