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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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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갇혔다

[김종배의 it]'안철수 돌풍'은 계기일 뿐

신문 제목이 재밌다. '바람에 흔들리는 박근혜'란다. 안철수 바람 때문에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는 현상을 이렇게 압축 표현한 것이다.

답이 있다. 그 신문 제목에 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안철수 바람 때문이 아니다. 그건 계기일 뿐이다. 근본원인은 따로 있다. 바람에 흔들릴 정도로 허약한 박근혜 의원의 뿌리가 근본원인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박근혜 의원의 뿌리는 한나라당이요 보수세력이다. 이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안철수 바람이 불기 훨씬 이전부터 흔들렸다. 지난해 지방선거가 그 증좌다. 안철수 바람이 불기는커녕 야당의 허약체질에 국민들이 답답해했는데도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은 졌다. 그것도 무참히 졌다.

반MB 정서 때문이었다. 야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무당파층까지 폭넓게 반MB 정서를 갖고 있었고, 이 정서를 투표장에서 표출한 것이다.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연합

안철수 바람은 반MB 정서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싫고 한나라당이 싫지만 그렇다고 다른 곳에 마음 의지할 수도 없어 방황하던 사람들에게 거처를 마련해준 것이다. 반MB 정서를 맘껏 표출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해줬기에 안철수 바람이 불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증좌가 있다. 오늘 나온 여론조사 결과다. '조선일보'가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철수 원장을 지지했던 표의 69.8%가 박원순 변호사에게, 18.4%가 나경원 의원에게 향한 것으로 나왔다. 돌아갈 사람만 돌아간 것이다. 애초 한나라당을 지지하다가 안철수 원장에게 마음 끌렸던 사람들만 한나라당으로 돌아갔을 뿐 나머지 사람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는 물론 무당파층까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려버렸다.

박근혜 의원의 뿌리인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의 실상이 이렇다. 민심에 착근하지 못하고 있다. 민심으로부터 수분도, 영양분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조금씩 말라가고 있다.

뿌리가 붕 떠 있는데도 박근혜 의원이 지지율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반사이익 때문이었다. 야당이 반MB 정서의 반사이익을 누린 것처럼 박근혜 의원 또한 비야당 정서의 반사이익을 누렸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싫고 한나라당이 싫지만 그렇다고 야당이 좋지도 않은 사람들, 즉 무당파층으로부터 조건부 지지를 받아온 것이다. MB의 그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마다하는 박근혜 의원의 모습에 일말의 호의를 보이면서도, MB와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는 박근혜 의원의 모습에 일말의 회의를 보였던 사람들로부터 비판적 지지를 받아온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나오면 떠나갈 사람들과 일시적 동거를 해온 것이다.

이제 끝나가고 있다. 박근혜 의원의 일시적 동거는 이제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 파탄과 재결합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박근혜 의원이 이삿짐 싸는 사람들과 재결합을 하려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MB와의 차별화에 적극 나서면서 반MB 정서를 극복해야 한다. 반MB 울타리에 더 깊숙이 갇히기 전에 그 울타리를 뛰어넘어야 한다.

한데 쉽지 않다. 그래도 두 가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의원이 MB와의 차별화에 나서봤자, 반MB 정서를 극복하려고 해봤자 아류에 머물 수밖에 없다. 다른 건 몰라도 반MB에 관해서만큼은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진보세력의 뒤꽁무니를 좇는 모양새 밖에 연출하지 못한다. 자칫하면 더 큰 걸 잃을 수 있다. 보수세력의 대동단결만이 살 길이라고 부르짖는 '골수' 보수세력의 원성을 살 수 있다. 한쪽과 재결합하려다가 다른 쪽과 파탄날 수 있다.

박근혜 의원의 '양다리' 스텝이 꼬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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