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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세월 너무 길어…평양서 다시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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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세월 너무 길어…평양서 다시 만나길"

남북 예술단 합동 공연 마지막으로 3박 4일 간 평양공연 끝마쳐

"감동적이었다. '우리 사이에 빈 공간만 남았다'는 가사가 있었는데,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통역도 필요 없잖아. 그런데 만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인 1178km를 뜻하는 윤도현 밴드의 노래 <1178>의 가사가 북한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15년 만에 이뤄진 남한 가수들의 합동 공연은 "안녕히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공연을 마친 남북 가수들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의 두 번째 공연이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에는 남한 예술단뿐만 아니라 지난 2월 남한에서 공연을 가졌던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공연의 사회 역시 지난 1일 남한 예술단의 단독 공연에서 사회를 봤던 서현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 소속 최효성 방송원이 공동으로 맡았다.

서현은 "불과 두 달 전에 삼지연 관현악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멋지게 공연하는 걸 보면서 우리도 평양에서 언젠가 공연하겠다는 꿈을 꿨는데 일찍 이뤄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며 "다시 한 번 만나서 너무나 반갑다"고 밝혔다.

이날 남북 가수들은 5곡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우선 남한의 가수 정인, 알리와 북한 가수 김옥주, 송영이 <얼굴>을 합창했다. 북한 가수들의 등장에 객석은 웅성거리면서도 박수 갈채를 보냈다.

지난 2월 삼지연 관현악단의 남한 공연에서 <제이에게>를 불렀던 북한 가수 김옥주는 이날 이선희와 함께 듀엣 무대를 선보였다. 이선희는 "김옥주 씨에게 큰 박수 보내달라. 처음 만났는데 목소리를 듣고 감동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가수 이선희(오른쪽)와 함께 듀엣 무대를 꾸민 북한 가수 김옥주 ⓒ평양공연공동취재단

그는 "노래한 지 이제 35년이 돼 간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16년 전 평양에서 노래를 불렀던 게 소중한 추억"이라며 "이 추억도 또 다른 것으로 간직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 후반부에는 백지영을 시작으로 이선희, 최진희, 정인, 알리, 레드벨벳과 김옥주 등 남북 여성 가수들이 함께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열창했다. 이후 남북 가수들이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북한 관객들은 남북 가수들이 함께 부른 무대에 10여 분 간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 남북 가수들이 마지막 곡으로 함께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이날 협연을 지휘한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은 "훈련이 많지 않았는데, 반나절 했는데도 남북 가수들이 너무 잘했다. 연습을 많이 못했는데 실수가 하나도 없었다"면서 "(남북이) 같이 부른 부분이 가장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을에 서울에서 다시 공연이 열렸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는 "네"라고 웃으며 답했다.

공연에 참가한 북한 가수 김성심은 "남북이 함께 (공연)하게 돼 감격스럽고, 이런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을에 서울에서 '가을이 왔다' 공연이 열리면 오는 것 아니냐는 말에 "그러면 좋죠"라며 미소를 보였다.

이날 공연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박춘남 문화상 등이 참석했다.

▲ 윤상(맨 오른쪽) 음악감독과 현송월(왼쪽에서 세 번째)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도종환(왼쪽에서 두 번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철(맨 왼쪽) 통일전선부장 등 공연 참가자들이 함께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다시 만날 그날까지 기다리겠다"

남북이 함께한 이날 공연은 몇 번의 감동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남한 예술단 명단에 뒤늦게 이름을 올린 가수 강산에는 실향민의 아픔을 노래한 <라구요>를 불렀다. 강산에의 부모님은 실향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굉장히 감격스럽다.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 아버지도 생각난다. 뭉클하고 가슴 벅찬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북한 관객 중에 일부는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강산에 씨가 <라구요>를 부른 뒤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2002년 공연 이후 다시 평양을 찾은 최진희는 "그동안 정말, 많이 오고 싶었다. 16년이라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또 다시 평양에서 공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회를 맡은 서현은 감기로 목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지난 1일 공연에 이어 <푸른 버드나무>를 또 한번 선보였다. 관객들은 이번에도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후 마지막 곡인 <다시 만납시다>의 마지막 소절이 끝나자 서현은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북한 가수 김주향과 마주보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 공연을 관람한 북한 관객 ⓒ평양공연공동취재단

백지영 역시 "공연을 할 때마다 마지막 곡으로 들려드리는 노래다.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을 잊지 말자는 곡이다. 이 노래를 여러분에게 선물해 드리고 가고 싶다"며 <잊지 말아요>를 불렀다. 그의 눈가가 점점 촉촉해졌고 관객들의 박수가 길게 이어졌다.

▲ 북한 관객들이 가수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1일 공연에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색다르게 편곡해 눈길을 끌었던 윤도현 밴드는 "삼지연 관현악단이 정말 훌륭하더라"라며 "윤도현 밴드와 전 세계를 돌면서 합동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샀다. 그는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1178>을 불렀다.

이날 공연에는 북한 예술단의 단독 무대도 마련됐다. 북한 가수 5명은 <찔레꽃>으로 시작해 <눈물젖은 두만강>, <아리랑 고개>, <작별>, <락화류수>, <동무생각> 등 개화기 당시 남북이 함께 부르던 가요를 메들리로 선보였다.

3박 4일 동안 두 번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남한 예술단은 이날 저녁 김영철 부위원장이 주재하는 만찬에 참석한 뒤 전용기를 통해 4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 공연에 참가한 남한 가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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