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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박근혜 대세론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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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박근혜 대세론의 앞날

[김종배의 it] '안철수 돌풍'이 드러낸 '박근혜 딜레마'

흥미로운 뉴스다. 뉴스통신사인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인 '모노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원장이 박근혜 의원을 제쳤단다. 차기 대선 가상대결 조사에서 박근혜 의원이 40.5%를 얻은 데 비해 안철수 원장은 42.4%를 얻었단다.

보수세력으로선 기겁할만한 뉴스다. 박근혜라는 버팀목이 있기에 반MB 정서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어느 정도 안도해왔던 보수세력이다. 이런 보수세력에게 빨간불이 켜졌으니 어찌 기겁하지 않겠는가.

그래서일까? '조선일보'가 발빠르게 움직인다. '박근혜 대세론의 앞날'을 짚으며 충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빨리, 과감하게 나서라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진단한 '박근혜 대세론의 앞날'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내년 대선 때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후보'에 대한 지지는 41% 대 42%로 팽팽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와 '야권 후보'의 대결에선 박 전 대표가 54%로 야권 후보 37%를 크게 앞서고 있는 데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었는데 "내년 대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후보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이상 내년 대선 승부는…50.5 대 49.5 승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럼 '조선일보'가 충고하는 박근혜 의원의 대처법은 뭘까? '조선일보'는 '발등의 불'과 '근본적인 문제'로 나눠 충고한다. '발등의 불'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과거처럼 국외자인 듯 처신할 것인지, 아니면 이번 선거를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보고 위험부담을 걸머지고 뛰어들 것인지의 고민일 것"이라고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박 전 대표가 당내의 친이·친박 구도를 허무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 당을 하나로 만든 후 그 바탕 위에서 당 밖 보수 진영을 대동단결시키고 중간층까지를 끌어안는 정치적 대변신을 보여줄 것이냐"라고 한다.

나름 냉정한 현실진단이요 진지한 충고이지만 엇나갔다. 핵심을 잘못 짚었다.
▲ '안철수 돌풍'은 '박근혜 대세론'을 뒤엎을 수 있을까. ⓒ프레시안(손문상)

'조선일보'의 장황한 논설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무당파층을 누가, 어떻게 잡느냐 하는 문제인데 이 무당파층의 성격이 간단치가 않다. '조선일보' 스스로 내린 진단에 따르면 이 무당파층은 "박근혜 대세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유권자층"이다.

왜일까? 왜 이 무당파층은 "박근혜 대세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그널까지 보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재는 게 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반MB 정서 속에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반MB 정서에 따라 박근혜 의원마저 외면하고 싶었으나 야권에 마땅한 대안이 없어 무당파층 일부가 그나마 박근혜 의원에게 호의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안철수 원장이 등장하자 순식간에 '조건부 호의'마저 거둬버린 것이다.

무당파층이 내보이는 반MB 정서의 핵심은 불만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 경제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먹고사는 게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불만이다. 보수세력이 약장수의 만병통치약처럼 내다팔았던 성장담론이 민생을 호전시키는 데 아무 힘을 쓰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다. 무당파층이 내보이는 불만은 정치적 불만일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불만이다. 그래서 좌로 반클릭 이동했다. 무당파층은 좀 더 공정한 분배와 좀 더 확대된 복지를 요구한다.

이렇게 진단하면 이해가 한층 쉬워진다. 박근혜 의원이 지금까지 '국외자' 처신을 해온 연유를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가재'와 '게'는 '종'이 다르고, '초'와 '록'은 '색'이 다르다는 것을 무당파층에게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무당파층을 확보하기 위해 MB와 거리를 뒀던 것이고, '복지 밥상'에 수저를 얹은 것이고, 무상급식 프레임 하에서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에 참여하기를 주저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외자' 처신을 던져버리라고? 한나라당의 구심점으로 우뚝 서라고? 보수진영을 대동단결시키고 중간층까지 끌어안으라고? 이는 이율배반이다. 스스로 대선의 관건은 무당파층 확보라고 해놓고서 무당파층의 정서에 반하는 처신을 하라고 주문한 점에서 모순이다.

물론 '국외자' 처신을 던져버리는 게 무당파층의 정서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박근혜 의원이 '국외자' 처신을 던져버리되 무당파층의 불만에 적극 호응하는 노선을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박근혜 의원이 이렇게 하면 보수진영 일각이 반발한다. 포퓰리즘과 기회주의를 운위하며 반발할 게 뻔하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당장 '조선일보'부터 그러지 않는가. 포퓰리즘 대항전선의 선봉에 서있지 않은가.

이러면 만사 끝이다. 박근혜 대세론은 다른 위기에 봉착한다. '조선일보'의 전망대로 내년 대선이 50.5 대 49.5의 승부가 될 것이 뻔하다면 보수진영 일각의 반발은 0.5%포인트 싸움의 향배를 가르고도 남을 만큼 크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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