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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가장 많은 관심 보였던 가수는 백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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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가장 많은 관심 보였던 가수는 백지영

윤상 "우리가 북한 노래 많이 못 부른 이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남한 예술단의 평양 공연 중 가수 백지영 씨 무대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의 남한 대표단 단장을 맡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남한 대표단의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일 김 위원장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예술단 공연을 함께 관람했던 후일담을 전했다.

도 장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연주됐을 때 얼굴이 환해졌다며, 윤도현 밴드의 새로운 편곡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윤상 음악 감독에게 공연 도중 어떻게 편곡을 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김정은) 위원장이 계속 박수쳤고,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재밌어했다. (김 위원장이) 이거 어떤 편곡이냐 (물어보길래) 이 곡을 북측에서 좋아한다고 해서 YB(윤도현 밴드)가 특별히 편곡을 했다고 관람 중에 이야기했다"며 "본인(김정은)이 듣던 거랑 편곡 버전이 다르니까 (궁금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또 김 위원장이 백지영 씨의 무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도 장관은 "(김 위원장이) 특별히 언급한 가수는 백지영이었다. 워낙 열창을 했으니까"라며 "(김 위원장이) 백지영 씨 노래가 신곡이냐, 남쪽에서 어느 정도의 가수냐라고 물어봤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당시 공연에서 도 장관에게 "이 여세를 몰아 가을엔 결실을 가지고 서울에서 '가을이 왔다'를 제목으로 공연을 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 도 장관은 "'봄이 온다'를 잘했으니까 가을에는 '가을이 왔다'를 하자고, 서로 거의 동시에 즉석에서 이 말이 나왔다"고 밝혔다.

도 장관은 공연이 시작되고 스크린에 '봄이 온다'라는 부제가 자막으로 나오자 김 위원장이 "제목이 참 좋습니다"라고 말했다면서, '가을이 왔다'를 제안한 것은 "정상회담 이후 이어지는 가을쯤에는 생각이 있으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가수 백지영 씨가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에서 <총맞은 것처럼>을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이렇게 좋아하는데 준비를 해둘걸"

이번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의 음악 감독을 맡은 가수 겸 작곡가 윤상 씨는 북한 노래를 많이 준비해오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윤 감독은 2일 남한 대표단의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공연의 선곡과 관련, "그분들(북한 관계자)이 '우리가 남에 갔을 때 당신들 노래 많이 불렀다, 얼마나 준비했는지 기대하겠다'고 했을 때 미안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이 이같은 언급을 한 이유는 지난 2월 8일과 11일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강릉과 서울에서 각각 열린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에서는 다수의 남한 노래가 연주됐지만, 남한 예술단의 평양 공연은 북한이 아닌 주로 남한의 노래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실제 삼지연 관현악단은 당시 공연에서 이선희의 <제이에게>,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왁스의 <여정> 등 남한 노래를 메들리로 편곡해서 연주한 바 있다.

윤 감독은 남한 예술단이 북한 노래를 많이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북한 노래가 체제를 옹호하는 메시지 짙은 측면이 있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사실 북쪽 노래를 잘 모르고, 또 가사 때문에 우리도 부르기 편하지 않은 게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감독은 "그렇지 않은 곡 중에 좋은 곡들이 많이 있다"며 "서현이 <푸른 버드나무>(북한 노래)를 부를 때 관객들 손이 다 올라가더라. 저도 눈물이 났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우리가 준비를 해줄걸 (그런 생각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북쪽 음악을 우리식으로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때 관객의 반응이 좋았던 곡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뒤늦은 후회>와 관련, 윤 감독은 "그 노래 나올 때 분위기가 좋았는데 남측 노래 중에서 (북한에서) 인기가 많은 곡이라고 한다"며 "최진희 선배의 특화된 창법이랑 너무 맞는 곡이라 다른 가수들보다 최진희 선배가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생각했다)"고 말했다.

노래를 부른 최진희 씨는 이에 대해 "<사랑의 미로>와 내 노래 중에 다른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준비하는 측에서 <뒤늦은 후회>를 부르라고 했다. 나는 그 노래도 몰랐고 왜 내 노래가 아닌 것을 불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싫었다"면서도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공연이 끝나고) 내려와서 저랑 악수를 하는데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더라. 아! 왜 나에게 이 노래를 부르라고 했는지 알겠더라"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윤 감독은 조용필과 서현 등이 감기에 걸렸음에도 무대에서는 열창을 했다면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서현하고 조용필 선생님이 완전히 감기가 심하게 걸린 사람 목소리가 났다. 그런데도 (조용필 선생님은) 어제 무대에서는 전혀 그걸 못 느낄 만큼 열창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또 윤 감독은 "서현 씨도 보면 이 친구 감기 걸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도 창백하고. 하지만 무대에 올라가서 끝날 때까지 담대하고 너무 자연스럽게 잘했다. 이 친구가 이렇게 사회를 잘 보는 줄 몰랐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남한 예술단은 3일 오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과 협연을 한 뒤 북한 당국과 만찬을 가진다. 이날 밤 평양을 출발해 4일 오전 1~2시 경에 인천국제공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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