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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왜, 어떻게 박원순의 손을 들어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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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왜, 어떻게 박원순의 손을 들어줬나?

[단일화 막전막후] "두 사람 사이엔 어떤 정치적 요구도 없었다"

6일 오후, 안철수 서울대 융합대학원장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메가톤급 파괴력을 보였던 '안철수 태풍'이 박 이사에게 이전될지가 관심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던 박 상임이사로의 단일화에 대해 의아해 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지만, 두 사람의 회동이 결정되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이번 단일화 '대화'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하승창 희망과대안 공동운영위원장은 단일화 발표 직후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두 사람의 이번 결정을 정치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아무런 전제조건도 부대조건도 없다"고 전했다.

▲ 단일화 합의를 밝힌 뒤 포옹하고 있는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변호사 ⓒ프레시안(김하영)

"이면 합의도, 어떤 정치적 요구도 없었다"

하 위원장은 '안 원장이 선거운동 지원에 나서기로 했냐'는 질문에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전혀 안했다"고 대답했다.

하 위원장은 또 "정치적 시각에서 보면 이번 단일화를 이해할 수 없다. 두 사람이 워낙에 신뢰가 깊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박 상임이사에게 예컨대 민주당 당적을 갖지 말라 거나 이런 요구를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하 위원장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두 사람 간에 이메일이 오갈 때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이었나'는 질문에도 하 위원장은 "아니다. 박 상임이사는 '그냥 터놓고 이야기해보겠다'고만 말했다"고 답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하 위원장은 "내일이라도 출마기자회견을 하고 캠프를 꾸릴 것이고, 민주당 등과의 경선 문제도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철수, 원래는 2014년을 준비했었다?

지난 1일 오후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검토' 기사가 처음 보도된 이후 채 일주일이 안 되는 동안 정치권은 안철수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여야 정치권은 '3세력설', '반한나라당 선언' 등 안 원장과 안 원장 주위 인사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원장의 발언의 강도가 세지면서 출마 가능성도 높아보였지만, 결국 안 원장은 박 상임이사에게 '양보'한 것. 이 '양보'에는 박 상임이사에 대한 안 원장의 신뢰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 원장의 최근 일주일간 행보가 '기획되지 않은 것'이라는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과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원장의 청춘콘서트를 기획했고 김제동, 김여진 씨 등 소셜테이너까지 포괄하고 있는 정토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사실 안 원장 쪽은 2014년을 준비했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안 원장이 카이스트에서 서울대로 올라오면서, 2014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는 쪽의 이야기가 많았다"면서 "서울대 융합대학원장 임기를 잘 마치고 자연스럽게 정치 쪽으로 이전하면서 출마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박원순 서울시장-안철수 대통령 밀약설 같은 것은 일부 보수언론의 소설에 불과하다는 것.

이 인사는 "그런데 오세훈 전 시장이 갑자기 일을 저지르면서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안 원장이 박 상임이사에게 양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박경철 원장, 윤여준 전 장관 등 안 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초기 국면에서 '非여非야'식의 뉘앙스을 풍기자 조국 교수 등 진보개혁진영 인사들이 강하게 우려를 표했고 안 원장이 평소보다 훨씬 강한 어조로 '반한나라당 선언'을 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안 원장이 反한나라당 진영의 '원 오브 뎀'이 되버린 이상 안철수 고유의 색채가 어느 정도는 퇴색될 수밖에 없고 김이 좀 빠져버려 '양보'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얘기다.

"사실 박원순이 더 낫다" vs "판 엎을 기회인데 아깝다"

'박원순으로의 단일화'에 대해선 반응이 엇갈리는 편이다. 서울의 민주당 당적 한 구청장은 "안 원장도 훌륭한 인물이지만 박변(박원순 상임이사)은 더 준비된 인물 아니냐"면서 "어렵지 않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안철수 바람을 박변호사가 얼마나 흡수할진 좀 지켜봐야겠지만, 어차피 일대일 구도에서는 우리가 이긴다고 봤다. 안철수를 업은 박변호사가 주인공이라면 승부는 더 쉬워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공중파 방송사의 정치부 중견기자와 4대그룹의 한 임원도 "어떻게 보면 안 원장이 보여준건 아직 부족하다"면서 "공적 영역에서 박 변호사만큼 탁월한 인물이 있냐"고 입을 모았다.

반면 야권통합운동기구 '혁신과 통합'의 제안자로 이름을 올린 한 정치학 교수는 "아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박변호사가 정말 준비된 인물이고, 공적 영역에 대한 헌신도 안 원장보다 뛰어다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정치권에 엄청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안철수로 상징되는 새로운 흐름을 받아 안기엔, 인격이나 컨텐츠 문제가 아니라,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박 변호사의 이미지가 틀렸다기 보다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만약 (단일화 양보가) 거꾸로 되었다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이라는 예측 가능한 구도가 짜여지고, 반한나라당의 간판이 꽤 괜찮아졌다는 정도로 의미가 축소됐다"면서 "하지만 박 변호사가 뛰어난 분이니 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진 않다"고 정리했다.

박원순, 단기간에 지지율 끌어올릴 수 있을까?

이제 문제는 박 상임이사가 자력으로 단기간에 지지율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이 '반한나라당의 간판'이냐 '안철수를 포괄하는 새로운 흐름의 대표'냐에 따라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은 물론 나아가 총선과 대선을 관통하는 정치판의 새흐름의 단초를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반한나라당'세력을 결집시켜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민주당이나 친노 진영에 휘둘릴 경우 '박원순 색채'마저 잃어버리고 선거 승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시민사회 진영의 한 인사는 "박원순이 그렇게 녹록한 사람도 아닐 뿐더러, 민주당이 그럴 능력이 되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압도적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양보'의 주인공이 된 안 원장에 대해선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가 됐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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