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퇴비라고 뿌려놨던데, 이거 음식물 쓰레기 아니에요? 동네가 악취 냄새로 역겨워서 밥 한 숟가락 뜨기 힘들어요”
2일 전북 완주군 화산면 한 마을에서 만난 이모(55)씨는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린 채 음식물 쓰레기 퇴비(이하 음식물 퇴비)가 뿌려진 곳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음식물 퇴비가 뿌려진 마을 인근 곳곳을 다니는 내내 손을 코와 입에서 떼지 않았다. 음식물 퇴비가 뿌려진 곳을 30여분 돌아다녔는데 악취가 이미 머리카락과 옷속 깊게 파고들었다.
현장 취재 중에도 역겨운 냄새 때문에 헛구역질이 났다.
이씨는 "농사도 망쳤지만, 이 악취 때문에 생활하기가 힘들어요.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밥 먹으려 해도 목구멍에 넘어간 밥알이 다시 기어 나와요"라며 호소했다.
마을 인근에 있는 저수지 2곳은 이미 음식물 퇴비가 섞여 물이 썩어 있었다. 특히 아래쪽 저수지는 섞인 퇴비가 썩으면서 흰 거품이 끓기 시작했다.
결국 이 악취는 봄 바람을 타고 완주 봉동읍을 거쳐 삼례와 전주쪽으로 퍼져 나갔다.
마을 주민 김모(48·여)씨는 “완주군에 고통을 호소하며 민원을 넣어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 여전히 쌓여있고 코가 적응해서 그런지 이제는 처음보다 냄새가 덜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주민 박모씨는 “이 퇴비로 마을의 특산품인 양파를 심었는데 죄다 죽었다”라며 “마늘도 심어봤는데 역시 죽더라”고 울분을 토했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음식물 부산물비료는 75일 동안 파쇄-선별-탈수-건조-발효-후부숙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육안이나 냄새로 볼 때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는 듯하다”고 주장을 폈다.
이어 “지난 1월부터 완주 화산을 비롯한 경천 및 무주 무풍 지역에 산더미처럼 방치된 곳의 사용 부적합한 음식물쓰레기 퇴비를 추적하다 보니 한 곳으로 연결됐다”며 충남 공주의 A업체를 지목했다.
즉, 충청도의 음식물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청정지역인 완주군에 대량 유기했다는 것.
하지만 해당 업체 담당자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인해 음식물 퇴비를 배달해줬다”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완주군 담당자는 “악취가 심해도 비료 성분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한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면서 주민들의 책임으로 떠넘겼다.
한편 행정은 지역 주민들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현재까지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주민들의 고통은 점점 심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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