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해역에서 한국 선원들이 피랍된 사건과 관련, 선원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엠바고(보도 유예)를 요청했던 정부가 특별한 상황 변동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문무대왕함 출동을 공개하며 엠바고를 파기해 이를 둘러싼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7일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 출입 기자들과 만나 가나 인근 해역에서 한국 선적의 참치잡이 어선인 마린 711호가 피랍됐다면서, 선원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엠바고를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위와 같은 피랍 사건이 일어날 경우 외교부는 기자들에게 이같은 요청을 해왔고, 기자들은 피랍 인원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던 중 지난 31일 저녁 외교부는 '가나 해상 우리 국민 탑승 어선 피랍'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엠바고를 해제했다.
외교부는 해당 자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안전 및 무사 귀환을 위해 정부 차원의 최대한의 노력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이에 따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우리 선박의 안전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 중인 청해부대(문무대왕함)가 피랍된 우리 선원들의 안전과 석방지원을 위해 3월 28일 09시 부로 인근 해역으로 긴급 이동 중에 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외교부는 피랍 인원들의 상황에 변동이 발생하고 이를 알려도 이들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엠바고를 해제해왔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피랍된 인원들에 대한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었다.
외교부가 해당 보도자료에서 "납치세력은 동 어선을 나이지리아 해역으로 이동 중 우리 국민 3명 등을 스피드보트로 이동시킨 후 도주(현지 시각 3월 27일 17시 40분경)하였으며, 현재까지 스피드보트 행방 및 우리국민의 소재 불명"이라고 밝혔듯 선원들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 문무대왕함 출동을 적시하며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을 두고,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홍보에 급급해 피랍 인원들의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2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홍보가 급했나'라고 기사를 쓴 데 대해 대단히 악의적이고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조심스럽고 민감한 국민 생명 달린 문제라 관례에 따라 엠바고를 걸고 진행하다가 가나와 나이지리아에서 보도가 됐다. 납치된 분들의 신변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엠바고로 있었는데 현지에서 (기사가) 나와버린 것"이라며 "우리 피랍자 생명을 손에 쥔 (납치세력들이) 보도를 다 본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단호한 대처(를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랍 인원들의 소재도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도가 나오면 혼란이 크게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괴-납치 사건에 대한 보도가 나가면 공개 수사로 전환하는 것은 상식"이라면서 공개로 전환하는 것은 청와대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건이 어떻게 될 것인지 예단하지는 않고 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사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문무대왕함의 출동이 (납치세력들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공개 결정의) 하나의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피랍 인원들의 신변 문제에 변화가 없음에도 외신 보도가 나올 경우 엠바고를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정부 차원에서는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기본적 사실 관계를 넘어선 석방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현재까지 정부는 피랍 인원들의 구체적 상황이나 피랍 원인에 대해 명확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통상적으로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대개 생계형"이라며 "인질의 몸값을 염두에 두고 또는 배에 실려있는 물품이나 금품을 절취 또는 강탈할 목적으로 사건을 벌이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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