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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감사원·선관위에 왜 대통령 몫이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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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헌재·감사원·선관위에 왜 대통령 몫이 있어야 하나?

['촛불개헌' 관점에서 본 정부 개헌안·<4>]

['촛불개헌' 관점에서 본 정부 개헌안·<1>] "대통령 개헌안, 일단 합격"...다음은?

['촛불개헌' 관점에서 본 정부 개헌안·<2>] 국무총리 제도의 딜레마


정부 개헌안의 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절실하지 않은 것 같다. 대통령이 권력기관과 공영방송을 정치적 목적으로 장악하지 않고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게 놔두면 우리 헌법 아래서도 제왕적 대통령이란 게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것이 헌법적 권한을 넘어 불법권력까지 행사하는 대통령, 예를 들어 국정원과 검찰, 공영방송을 불법적으로 장악하고 수족처럼 부리는 대통령을 의미하는 용어라면 제왕적 대통령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청와대의 자부심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이 헌법적 권한은 큰 반면 견제는 받지 않아서 국가와 행정부의 제왕처럼 군림하기 쉬운 존재를 의미한다면 나는 대통령 개헌안이 그리는 한국 대통령도 제왕적 대통령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미국 헌법의 대통령제와 우리 헌법의 대통령제를 비교한 직전 연재 글에서 나는 정부 개헌안이 대통령의 장관(급) 인사에 대해서도 국회동의를 요구하지 않는 점을 들어 대통령의 제왕적인사권을 방치했으며 이로써 제왕적 대통령제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한 채 주변의 곁가지만 몇 개 쳐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권력기관장의 임명방식에 역지사지의 제도화를 도입하여 실질적 여야합의를 요구하는 방식의 가중과반수 국회 동의를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미국에는 이른바 3부구성주의가 없다고 지적하며 3부구성주의가 국회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하고 대통령의 권한과 역할을 키우는 제왕적대통제의 또 하나의 얼굴이라고 비판했다. 이 글에서는 3부구성주의의 의미와 기능에 대해 상세히 알아본 후 그 폐기를 주장한다.

3부구성주의의 역사

우리 헌법에서 3부구성주의는 중앙선관위 구성원리로 처음 모습을 비쳤으나 1987년 헌법은 이를 헌법재판소 구성원리로 확대했다. 그 후 3부구성주의는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구성원리로 채택되며 영토를 늘렸다. 3부구성주의는 이번 정부 개헌안에서 독립감사원의 구성원리로 다시 채택됨으로써 난공불락의 승전비를 쌓고 있다. 만약 이번 개헌과정에서 3부구성주의를 축소, 폐기하지 못한다면 3부구성주의는 난공불락의 헌법독트린으로 굳을 것이 확실시된다.

중앙선관위, 헌법재판소, 감사원은 업무의 속성상 업무수행에서 가장 강도 높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요구받는 독립헌법기관들이다. 헌법기관은 아니지만 국가인권위도 동일하다. 그러니까 3부구성주의는 처음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준)헌법기관에 적합한 구성원리로 수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동등한 3부(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힘을 모아 독립헌법기관을 만들어내되 각부가 동등한 구성지분을 갖자는 3부구성주의는 처음에는 그럴 듯하게 보인다. 구성원들에게는 우리기관의 구성에 국가의 3부가 동등하게 관여할 만큼 우리기관과 업무가 중요하다는 자부심마저 준다.

3부구성주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얼굴이자 방편이다

문제는 3부구성주의가 대통령의 과반수지배력을 보장함으로써 독립성 및 중립성과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3부가 균등지분을 갖는다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고 대통령이 우뚝 솟는다. 이는 국회의 여당 몫(1/3X1/2=1/6)이 정치적으로 대통령 몫(1/3)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은 자신의 지분과 국회 지분 중 여당 몫을 합쳐 절반(3/6)의 구성지분을 보장받는다. 지금까지는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 단독으로 인사권을 행사했으므로 대통령은 대법원장 몫(1/3)에서도 당연히 정치적 우군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욱이 그 기관의 장까지 인선하고 임명했으므로 대통령의 실질적 지배력은 언제나 2/3를 넘었다. 정부 개헌안이 이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우선 3부구성주의는 3부 중 유일하게 국민의 정치적 다양성을 대변하는 국회의 지분을 전체의 1/3로 축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여당의 수장에 지나지 않는 대통령에게 여당과 별도로 1/3의 구성권한을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심지어는 어떤 정파대표성도 없이 자신을 임명해준 대통령의 정파에 동조할 뿐인 대법원장에게도 국회 전체와 똑같은 1/3의 구성권한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안처럼 대법원장을 대법관회의로 바꿀 경우 대통령의 정파만 대표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법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이나 대표성 자체가 보강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대표성이 없는 대법원장이나 대법관회의에 독립헌법기관을 구성할 정치권력을, 그것도, 동등지분을 줄 필요가 있는지 지극히 의문이다. 비교헌법적으로 3부 동등구성주의는 어디서도 찾아볼 길이 없다. 사법부는 법관인사권이나 사법행정권을 책임지는 독립위원회(사법평의회, 사법최고위) 구성에나 관여할 뿐 다른 경우를 보지 못했다. 3부구성주의는 우리나라헌법에 특유한 제도라고 할 수 있지만 제왕적 대통령으로 귀결되는 속성 때문에 해외로 수출해서는 안 될 제도다. 현실의 3부구성주의는 고전적인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외의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감사원 등 헌법기관에 대통령의 실질적 지배력을 확립하는 주요한 통로로 기능했다.

정부 개헌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할 뿐 더 이상 국가원수는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행사해온 형식적 임명권도 대통령에게 몰아줄 이유가 없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국가원수의 모자를 쓰고 국회의장을 제외한 모든 헌법기관장을 인선하고 임명장을 수여해온 헌법제도는 대통령을 모든 헌법기관(장) 위에 올려놓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중요한 단면이었다.

한마디로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어내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떠받쳐온 한국 헌법 특유의 장치가 3부구성주의다. 헌법기관 3부 구성주의는 지금까지 국회의 기회비용으로 대통령과 대법원장에게 과도하고 근거 없는 구성 권력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또 하나의 존재양식이자 표현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감사원 독립 방안 비판

정부안에 따르면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던 감사원이 대통령, 국회, 대법관회의가 각각 3인씩 감사위원 지분을 갖는 3부 구성방식으로 구성돼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한다. 그러나 이는 반쪽 독립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3부구성주의에 고유한 대통령의 과도한 지배력 문제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이 감사원장을 임명하는 문제다. 3부구성주의아래서 대통령 몫과 국회여당 몫을 합치면 정확하게 절반이 되는데다 사법부 몫에서도 당연히 대통령 편이 나온다고 봐야 한다. 더군다나 감사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할 경우 감사원은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더욱 자유롭지 못하다. 합의제기관장의 자리는 반대위원 한두 명을 가볍게 설득할 수 있는 자리라고 보면 맞다. 물론 ‘독립’감사기관의 장을 피감사기관의 수장이 손수 골라서 임명장을 주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대통령의 감사원장 지명권을 없애야 한다.

국회 소속 감사원이 낫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성요소였던 대통령 소속 감사원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키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 제일 간명하고 효과적인 방안은 미국처럼 국회소속으로 바꾸는 것이다. 감사위원 전원을 국회가 비례성 원칙으로 선출해서 국회의장이 임명하면 된다. 감사원을 국회에 두지 않고 독립 헌법기관으로 설계한 정부안은 국민의 국회불신정서에 편승한 측면이 강하다. 감사기구를 가진 국회가 감사기구를 갖지 못한 국회에 비해 훨씬 강한 국회가 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공무원들에게 국회소속 감사원과 독립감사원 중 어디가 더 강하냐고 물어보라. 모두 국회소속 감사원이라고 할 것이다. 국회를 놔두고 국회바깥에 독립감사원을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대통령견제기구로서 국회를 약화시키고 대통령을 높이는 방안이다.

감사원을 어떤 위상으로 어떻게 구성해도 중점감사대상이 대통령과 행정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감사원을 어떻게 구성해야 대통령과 행정부를 독립적으로 감사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렇게 볼 때 피감사기관의 대표 격인 대통령은 감사원의 구성에 조금도 관여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 대신 국민대표기관인 국회가 의석수에 비례해서 감사위원을 선출하면 된다. 다만 여기서도 한 가지 파격적인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견제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감사원의 본업인 만큼 감사원장만큼은 여당보다는 제1야당의 추천을 받아 국회가 선출하자는 것이다. 이러면 대통령의 중점공약사업에 대해서도 강력하고 독립적인 감사권이 행사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감사원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지고 포청천 같은 이가 나타날 수 있다.

헌법재판소와 3부구성주의

정부 개헌안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던 헌재소장을 호선제로 바꾼다. 대통령의 헌재소장 지명권한을 내려놓은 것이므로 환영한다. 그러나 정부안이 헌법재판소의 3부 구성주의를 유지한 부분은 감사원의 3부 구성주의를 비판했던 것과 동일한 이유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헌재소장 호선제도 3부구성주의가 보장하는 정부여당 프리미엄을 축소하진 않는다.

정부안이 정치적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구성에서 3부구성주의를 답습하는 이유는 3부구성주의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성요소라는 인식이 약하든가 오히려 정부여당의 과반수확보 프리미엄이 국정운영에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결과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제왕적 대통령제의 존재양식과 역기능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한 결과다. 제왕적 대통령제란 근본적으로 국회권한의 과소와 대통령권한의 과대를 보장하는 헌법시스템으로 규정할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통령의 권력행사에 대한 의회의 통제권한이 약한 일반적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헌법기관의 3부 구성주의라는 모습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헌재구성에서 지금처럼 대통령과 국회, 사법부가 공히 3인의 지분을 갖는 제도 자체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성요소라는 나의 주장이 맞는다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복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헌재소장 임명권 박탈 못지않게 헌재구성에서 국회지분의 대폭 확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제일 바람직한 것은 헌재재판관 전원을 국회가 비례성 원칙에 따라 선출하는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이나 사법부의 몫을 인정하고 싶으면 상징적으로 1석씩만 인정하면 된다. 헌법재판관 9자리 중 최소한 7자리 이상은 국회 몫이 되어야만 정치적 사법기관인 헌재구성에서 국민의 정치적 다양성이 충실하게 반영될 수 있다.

요약과 결론

요컨대, 속성상 승자독식대표기관인 대통령은 통일적 지휘관리가 요구되는 행정부를 맡는 것으로 족하지 헌법재판소 등 여타의 합의제 헌법기관 구성에까지 관여할 이유가 없다. 정치적으로 볼 때, 대통령의 몫은 대통령이 속한 정파의 몫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그 정파의 몫은 국회에서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반영되는 것으로 족하다. 만약 대통령이 별도의 지분을 행사하게 되면 대통령의 정치적 의견과 이해관계가 과잉 대표된다. 이렇게 대통령이 과잉 대표되고 국회가 과소 대표되는 가운데 관료와 엘리트가 과잉 대표되고 국회 소수정파가 무대표상태에 놓이는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현실적 모습인 바, 이를 바로잡는 것이 이번 개헌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정부안은 이를 위해 선거원칙으로 비례성의 원칙을 도입했으나 3부구성주의 확대재생산으로 대통령의 과잉권력과 국회의 과소권력을 방치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나는 우리 사회가 하루바삐 3부구성주의로 구성되는 헌법기관의 독립성에 대한 환상과 미신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차제에 3부구성주의 그 자체의 신화에서 벗어나서 사법부(대법원장 혹은 대법관회의)는 물론이고 대통령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헌법기관 구성권한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독립헌법기관장 인사권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개헌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유감스럽게도 정부안은 정확하게 거꾸로 갔다. 더욱이 정부안에 따르면 국회는 지금보다 강한 국민대표성을 획득할 게 틀림없다. 향후 국회의석을 정당득표율에 연동해서 배분하라는 비례성의 원칙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안은 이런 예정된 변화를 감안하여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감사원 등 헌법기관을 구성할 때에도 지금의 3부 구성주의를 되풀이할 게 아니라 국회 몫을 대폭 강화하는 새로운 접근방안을 내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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