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거취 문제를 두고 민주당은 통일된 입장 하나 내지 못한채 오락가락 하고 있다.
곽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건넸으나 대가성이 아니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재빠르게 "책임있게 처신해 달라"고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곽 교육감의 '묻지마 사퇴'를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범야권이 총체적으로 '우왕좌왕' 하는 사이 한나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전병헌, 지도부에 반기 "노무현, 한명숙 잃고 탄식했다…곽노현도?"
민주당 지도부도 곽 교육감 사퇴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가성 여부를 떠나 곽 교육감이 본인의 입으로 "2억 원을 건넸다"고 실토한만큼, 정무적 판단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이같은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전병헌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곽노현 교육감의 경우는 '죄'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사람'부터 미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개혁 진영에서도 그렇다"며 "다수가 '사퇴'를 주문하고 있지만, 그냥 침묵하기엔 무언가 석연찮다"고 지도부의 입장에 반기를 들었다.
전 의원은 "이명박 정권에서 검찰의 수사는 민주개혁진영의 '아이콘'을 끊임없이 겨냥해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고, 한명숙 전 총리가 그랬으며, 지금 곽노현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검찰의 혀와 여론재판에 잃고 나서 탄식을 했지만, 때는 항상 늦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인가? 최소한 법치주의 대한민국에서 법으로 보장된 항변의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 의원은 "일부 위법한 사실이 있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지금과 같이 사실상의 여론재판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곽노현 교육감 스스로, 선의에 의한 것이었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법의 판단을 받겠다고 말한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대가를 약속한 사실이 있었는지는 법적 공방을 통해 가려질 일"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최소한 우리가 진보개혁진영의 단일후보로 선출했던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마저 놓지 말기를 기대한다. 아니 아직은 놓을 때가 아니다. 곽 교육감에 대한 조급한 사퇴 압박으로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국민참여당 이백만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곽 교육감은 2억 원을 준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가성을 부인한 것이다. 곽 교육감의 주장과 검찰의 주장이 정반대다. 이것은 법정에서 가려질 문제다. 이것이 법의 원칙이다. 어떤 예단도 금물"이라며 "언론은 한쪽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기사화하여 사건을 희화화하는 '소설 쓰기'를 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언론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정치적 의도가 실려 있는 편파보도는 금물이다. 이것이 기본 상식"이라고 여론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용환의 위장 전입 눈감아 주고 한상대 놓쳤던 민주당
곽 교육감의 사퇴 여부와 관계 없이 민주당의 이번 태도가 비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불법 위장 전입을 시인했을 때 민주당은 조 후보자를 끝까지 엄호했다. 곽 교육감 사퇴를 외치는, 도덕성에 민감한 민주당의 모습은 아니었다.
이런 태도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불거졌던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장 전입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임명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지금도 불법 위장전입을 자백한 조 후보자 인준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렇다고 조 후보자 인준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31일 있을 본회의에서 조 후보자 선출안 상정을 거부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당 일각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재빠르게 '곽노현 자르기'에 나섰던 것이다. 과거 한나라당의 도덕성 문제를 공격했던 저격수들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는 민주당의 이중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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