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내용의 자유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의 논평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 지도부가 "우리 당 공식 논평이라고 확정하기 어렵다"고 논평 내용을 부인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홍 대변인의 거취까지 주목을 받게 됐다.
홍지만 대변인은 28일 오후 8시경 논평을 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정윤회 씨와의 밀회설, 종교의식 참석설, 프로포폴 투약설, 미용 시술설 등의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며 "거짓말을 일삼았던 세력에게 참회와 자숙을 요구한다. 세월호 7시간을 원망하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오는 지방선거에서 허공에 온갖 것을 쑤셔 넣어 스토리를 만들고 그 허상 위에서 권력을 잡은 이들을 단죄해 주실 것을 국민에게 요청드린다. 세월호 7시간으로 세상을 농단한 자들을 주시하고 추적해야 한다"고 했다.
홍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업무를 잘못했다고 탓을 했으면 됐지 7시간의 난리굿을 그토록 오래 벌일 일이 아니었다"며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그런 광풍을 저지하지 못해 수모를 당하고 결국 국정농단이라는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했다.
검찰의 '7시간 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은 단순한 '업무 잘못'이었을 뿐이었으며, '7시간 의혹'을 제기했던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논리다.
홍 대변인은 처음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고 한 문장을 추후에 "박 전 대통령이 편파적으로 수사받았던 게 사실"이라고 수정했다.
그러나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홍 대변인의 논평에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자유한국당은 경찰에 대한 '미친개' 논평 이후 또다시 '대변인 설화'에 휩싸이는 모양새가 됐다.
급기야 김성태 원내대표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의 입장이 최종 조율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자유한국당의) 공식 논평이라고 확정하기는 어렵다"고 못을 박았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지 않고 침실에 있었던 것 자체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이 어떤 경우든 납득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잘못했다"고 했다. 당 대변인의 논평과 180도 다른 입장을 낸 것이다.
현재 홍 대변인의 문제의 논평은 자유한국당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황이다.
홍 대변인은 SBS 앵커 출신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역구 인근인 대구 달서갑에서 친박계로 19대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친박'을 넘어 '진박' 공천이 이뤄졌던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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