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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제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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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제도의 딜레마

['촛불개헌' 관점에서 본 정부 개헌안·<2>]

['촛불개헌' 관점에서 본 정부 개헌안·<1>] "대통령 개헌안, 일단 합격"...다음은?


정부 개헌안에 대해 야권은 대통령권력의 효과적인 분권과 통제에 실패한 제왕적 대통령제 유지안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일색이다. 야4당이 내놓은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방안은 국무총리의 국회추천제다. 정부안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공감하지만 나는 국회총리추천제가 해법이라는 야4당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 현행 헌법상 전면적 각료제청권(내각구성권)을 갖는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지명하자는 야권의 제안은 내각구성권이 국민직선 대통령에게 있는 대통령제 정부의 근본원칙과 양립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은 정부안이 현행 헌법의 국무총리 제도를 '그대로' 존치한 것이 더 큰 문제다. 정부안은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명에 따라' 내각을 통할한다는 기존조항에서 '대통령의 명에 따라'를 삭제함으로써 국무총리의 위상을 더 높여놓았다. 대통령에 대한 책무성을 전제로 국무총리에게 좀 더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내각통할권을 행사하라는 취지다. 정부의 개헌안은 대통령의 국가원수 표현삭제와 지방정부 권한강화, 감사원 독립과 예산법률주의 도입에 이어 총리의 상대적 자율성을 강화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견제장치를 적절하게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만약에 총리가 각료제청권을 100%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면 대통령개헌안의 입장도 큰 줄기에서 수긍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앞으로도 다당제와 결선투표제 아래서 승리한 대통령이 대선연대 파트너를 총리로 지명하지 않는 이상 대통령이 총리에게 각료제청권을 일부라도 떼어주는 것은 기대가능성이 없을뿐더러 정치적으로도 무책임한 일이기 쉽다. 총리의 각료제청권이 종이위의 권한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은 지난 수십 년간 일관되게 확인된 사실이다. 따라서 총리의 각료제청권과 해임건의권, 내각통할권을 이유로 우리헌법상의 정부 형태가 이미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따위의 변론은 더 이상 제출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양식에 부합한다.

헌법상의 국무총리 권한과 의미

우리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지명해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할 권한과 뜻에 따라 아무 때나 해임할 권한을 갖는다. 다시 말해서 국무총리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신임을 먹고사는 대통령의 보좌기관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내각을 통일적으로 관할할 권한을 갖는데 개정안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를 삭제했을 뿐이다. 내각의 원활한 통할을 위해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장관)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갖는다. 대통령은 총리의 각료제청과 해임건의를 거부할 수 있고 국무위원(장관)도 총리의 해임건의 없이 아무 때나 해임, 경질할 권한이 있다. 헌법적으로 볼 때 현행 국무총리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총리가 일차적으로 각료제청권을 갖고 내각통할권을 행사한다는 데 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신임이 있는 동안에만 자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철두철미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며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국무총리는 내각구성권(각료제청권과 해임건의권)과 내각통할권을 1차적으로 행사한다. 국무총리는 자신이 신임하는 자를 국무위원으로 제청하겠지만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으므로 대통령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국무위원은 총리의 신임과 제청으로 각료가 된 후에도 해임건의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총리의 통할권행사에 따르며 그의 신임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의 신임을 잃으면 그날로 해임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신임도 의식해야 한다.

한마디로 현행 헌법과 정부 개헌안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내각의 모습은 총리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의 내각이다.

분권총리제의 대전제 : 대통령 하위 파트너로서 각료제청권 행사

국무총리 제도는 대통령과 내각 사이에 국무총리라는 대통령의 하위파트너를 두고 그에게 일차적 각료제청권과 해임건의권, 내각통할권을 나눠준 헌법상의 분권장치로 볼 수 있다. 다만 분권장치로서 국무총리 제도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상하위계가 분명한 정치파트너이자 행정파트너로 움직이는 것을 전제할 때만 작동가능하다. 대통령이 행사하는 최종임면권의 자장 안에서 국무총리와 각료들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통일적으로 국정을 수행한다는 전제아래 국무총리에게 일차적인 각료지명권과 감독권, 해임건의권을 준 것이 현행 헌법과 정부 개헌안이 공통적으로 기대하는 국무총리제 분권의 요체다. 총리제에 의한 분권의 실체가 일차적 각료제청권에 있기 때문에 국무총리의 각료제청권 행사수준이 총리 제도에 의한 분권의 실효성을 결정한다.

유감스럽게도 대통령 신임을 먹고사는 국무총리가 지금까지 헌법설계도나 헌법교과서대로 전면적인 1차 조각권(각료제청권)을 행사한 경우는 우리헌정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각료제청권이 곧 조각권이고 정부구성권인데 대통령제의 대통령이 과연 각료제청권을 자기 손으로 세운 총리에게 헌납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또한 대통령이 세운 총리가 과연 각료제청권을 행사할만한 독자적인 정치권력과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겠는가. 어떻게 봐도 미션 임파서블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국무총리가 우리헌법의 대통령분권장치라는 주장은 아무런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항상적 위헌 사태의 원인

현실적으로 지난 30년의 헌법 현실에서 총리는 대통령을 위한 의전, 대독, 방탄총리 이상이 되지 못했다. 아무리 실세총리라고 해도 각료제청권의 실질적이고 전면적인 행사라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반역이었다. 역대 대통령은 그동안 총리의 각료제청권을 무시하고 직접 조각권을 행사해왔다. 역대 대통령 중 누구도 총리에게 일차적 각료제청권 행사를 허용할 생각이 없었고 역대 총리 중 누구도 각료제청권 행사를 꿈꾸지 않았다. 예외는 국민의정부시절 연정파트너로 총리직을 맡았던 JP밖에 없었다. 하지만 독자적인 정치권력을 갖고 국민의정부에 지분참여를 했던 그도 자기 몫의 제청권행사만 했을 뿐 헌법이 예정한 전면적 각료제청권은 언감생심이었다. 독자적인 정치권력을 갖지 못한 임명제 총리의 각료제청권 행사포기로 역대 대통령과 총리는 모두 위헌사태의 주인공으로 내몰렸다.

이는 근본적으로 헌법설계를 잘못한 결과다. 국민직선 행정수반이 가져야 할 내각구성권을 독자적 정치권력이 없는 임명직 총리에게 내준 헌법의 설계 오류로 말미암아 70년간 지속된 헌법의 실패이자 권력구조의 실패였다. 이런 항상적 위헌사태는 헌법의 총리위상과 총리권한이 부조화를 이룬 결과이기 때문에 총리의 권한을 위상에 맞게 축소조정하지 않는 이상 바로잡을 길이 없다. 그래서 나는 총리의 2인자 위상에 맞게 내각구성권은 주지 말자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총리가 내각구성권을 행사할 수 있게 대통령 지명이 아니라 국회 추천을 받게 하자는 입장이다.

국회 추천 총리의 제청권 행사, 국회 상황에 따라 다르다

구체적으로는 국회가 복수 추천한 총리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의 점지를 받아도 국회추천총리는 예전의 대통령지명총리와 달리 그 힘만으로도 각료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야권의 희망 섞인 예측이다. 국회추천을 받은 총리는 과연 전면적인 각료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데 필요한 독자적인 정치권력이나 민주적 정당성을 갖게 되는가? 국회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국회상황은 셋 중 하나다. 첫째는 여대야소국회다. 이때 과연 총리는 내각구성권을 전면적이고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경우에도 대통령이 내정한 여당의원이 총리후보로 추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같은 정당에 소속돼있더라도 대통령과 총리는 당내와 정부에서 모두 권력서열이 1, 2위로 차이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추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총리가 내각구성권의 전면적, 실질적 행사를 고집하면 어떻게 될까? 나는 그가 머지않아 다른 이유로 해임, 경질될 가능성이 100%라고 생각한다.

과반수 여권연합 국회의 경우

둘째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당이 야당 하나를 포섭해서 과반수 여권연합을 만들어낸 경우다. 이때 연정파트너에게 총리자리를 줄지, 각료자리 몇 개만 줄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만약 전자라면 총리의 정책지향이 다르더라도 연정합의에 따라 내각을 통할하면 되기 때문에 대통령과 총리가 한 팀을 이루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과거의 DJP대선연합과 국회연합이 그런 예였다. 하지만 이때도 총리가 전면적 각료제청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JP의 사례로 이미 봤다. 엄연히 대통령이 여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이상 국회동의를 얻은 대통령지명총리가 아니라 국회추천 대통령임명총리라고 해서 이런 사실이 달라지진 않는다.

향후 국회의석이 정당득표율에 비례해서 배분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바뀌면 다당제가 제도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고 이 경우 여당 단독으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정부 개헌안에 따를 경우 2024년부터는 대통령 4년 임기의 한가운데서 정권심판형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가 항상적으로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총선도 정권3년이 지난 시점이라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지금처럼 고공행진을 계속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독자적인 집권가능성이 낮은 야당들이 이런 전망을 갖고 국회추천총리제에 매달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소야대 국회 추천 야당총리는 대통령제와 모순

세 번째 국회상황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드물지만 여당이 과반수 여권연합 형성에 실패하고 야대국회가 지배하는 경우다. 이때 국회추천총리는 불가피하게 야당총리 출현을 의미한다. 현행 헌법의 총리는 이원집정부제의 총리와 달라서 내치전담 행정수반의 위상을 갖지 못한다. 이원집정부제정부에서는 국민직선 대통령이 외치를 담당하고 국회선출 야당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여야동거정부가 가능하지만 대통령제 정부에서는 대통령과 야당총리(야당내각)의 동거는 상상할 수 없고 기능할 수 없으며 허용될 수 없다. 행정부는 국회와 달라서 행정수반(대통령)의 단일한 뜻이 통합적으로 집행되어야만 효율성과 책무성을 기할 수 있는데 야당총리와 야당내각으로는 그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총리해임권을 갖고 있어도 야대국회가 추천한 야당총리와 그가 구성한 야당내각이 대통령의 뜻에 맞게 운영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야당총리를 경질해도 야대국회가 또 다른 야당총리를 추천해 보낼 뿐이므로 국민직선 대통령이 임기 중에 통치불가능사태에 빠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요컨대 국회상황에 따라서는 야당총리와 야당내각의 등장마저 강제할 수 있는 국회추천총리제는 대통령제와 논리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야권의 억지요구에 지나지 않는다.

각료제청권 폐기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생각으로 국회추천총리제를 일축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개헌안은 총리위상과 권한에 손을 대지 않음으로써 총리위상과 권한 사이의 심각한 미스매치를 방치하기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헌법적 선택을 했는지 몹시 궁금하다. 문 대통령이 과연 총리의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각료제청권 행사가 대통령제에서 실현가능하고 바람직하다고 믿는지 궁금하다. 나는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향후 내각교체 필요성이 발생할 때마다 총리의 각료제청권을 전면적이고 실질적으로 보장할 각오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기서 하나 분명하게 짚어야 할 게 있다.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해도 국무총리 임명권의 실질은 지명권자인 대통령이 갖는다. 마찬가지로 대통령 동의가 필요해도 각료인사권의 실질은 제청권자인 국무총리에게 있다. 먼저 국무총리의 눈에 들어야만 각료자리의 입구가 열린다. 총리가 각료후보를 제안하고 청하는 권한이라 대통령이 그대로 따라야하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제청권행사의 방향과 기준에 대해 총리와 사전협의를 거치는 건 무방하다. 하지만 구체적 인선과 지명은 총리에게 맡겨야만 총리에게 각료제청권을 보장한 헌법의 분권취지를 지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구체적인 인선까지 협의하면 총리의 각료제청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분권취지가 살아나려면 대통령은 장관후보들이 총리에게 먼저 줄서는 현상을 인정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과연 이것이 바람직하다는 믿는가? 또한 그럴 의지를 갖고 있는가?

딜레마다. 그러나 개헌을 통해 빠져나올 수 있는 딜레마다. 임명직 국무총리에게 각료제청권을 부여한 헌법조항은 정부구성의 민주적 정당성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도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행정수반의 지위에서 대통령이 갖는 가장 큰 책임이자 권력인 각료인선권한을 자신이 세운 총리에게 통째로 떼어줄 대통령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국무총리의 양대 인사권한 중 국무위원/장관제청권만큼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삭제하는 것이 헌법의 권위와 대통령의 양심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각료해임건의권은 있는 게 낫다

국무총리의 각료해임건의권은 각료제청권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무총리는 본래 내각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내각을 통할하는 게 본연의 임무다. 내각의 팀워크를 저해하고 총리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각료에 대해서는 총리가 해임을 건의할 수 있어야 한다. 총리 제도를 존치하는 이상 해임건의권은 효과적인 내각통할을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대통령이 존중해야 마땅한 권한이라고 생각한다. 해임건의권은 극소수의 각료를 대상으로 최후의 수단으로 행사된다는 점에서 모든 각료의 진퇴시점마다 행사되어야 하는 제청권과는 권한행사의 빈도가 다르다. 국무총리의 해임건의권을 대통령이 존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대독·의전·방탄 국무총리의 실제 효과

현행 헌법의 국무총리제는 본래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하는 장치로 설계되었지만 불가피한 유명무실화로 헌법현실에서는 거꾸로 대통령의 제왕적 위상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판단된다. 의전, 대독, 방탄총리를 앞세움으로써 대통령은 필요에 따라 초당파적 존재인 것처럼 위장하며 의회와 정당 위에 군림할 수 있었다. 국무총리제는 이처럼 설계당시의 권력분산목적과 정반대로 대통령의 제왕적 이미지를 굳히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헌법은 내각 위에 허수아비 국무총리를 두고 다시 그 위에 대통령을 위치 지움으로써 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으로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제가 아무런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제의 대통령은 행정수반과 국가원수를 겸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 부담을 갖는다. 이 점은 대통령이나 군주가 국가원수의 기능을 수행하는 의회제정부의 행정수반(총리나 수상)과 비교하면 명백하다. 국가원수의 기능을 수행하며 외치만 분담하는 이원집정부제의 대통령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제의 대통령은 절대적인 시간부족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총리가 일상적인 내각관리기능을 수행하고 각종 국가행사에서 대통령의 의전을 대행하며 국회에서 방탄역할을 맡아줘서 대통령의 시간관리에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한마디로 국무총리 제도는 대통령에 대한 분권과 견제장치라기보다는 대통령을 위한 분업과 협업장치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요약과 예고

우리 헌법이 예정한 국무총리제의 실질은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의 내각을 국무총리가 각료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의 뒷받침을 받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끌어주는 데 있다. 나는 야권의 총리국회추천제는 다수여권연합 구성에 실패한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총리를 추천할 경우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의 내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음을 밝혔다. 앞으로 비례성을 높인 선거제도 개혁을 염두에 둔다면 국회총리추천제를 사실상의 내각책임제 주장이라며 단호하게 반대한 정부 측 의견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행 국무총리제를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를 위한 권력분점 방안이라고 주장하며 그대로 둔 정부 축의 입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역대총리의 각료제청권 행사 실패가 보여주듯이 임명직 총리는 각료제청권을 행사할만한 독자적 정치권력이 없고 대통령은 핵심권력을 내려놓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국무총리 국회추천제를 기각할 때 그 기저에 있는 국무총리의 각료제청권도 과감하게 폐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때 남는 제3의 길은 권력분점수단으로서 국무총리 재활용론이나 재설계론이 아니라 미국식대통령제의 엄격한 권력분립 및 견제균형 장치를 통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벗어나는 방안이다.

안타깝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 형태 개헌안은 대통령의 인사권행사에 대한 국회임명 동의 확대와 3부 구성주의에 의한 대통령 지분 포기, 국회의원의 장관겸직금지라는 정공법 대신 국무총리 제도의 각료제청권 딜레마를 그대로 안고 가기로 선택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에 미흡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의 정부 개헌안대로라면 한국대통령은 앞으로도 대통령제의 원조, 미국 대통령에 비해 엄청난 초과권력을 보유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무총리(추천)선출제가 아닌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방안은 무엇인가? 다음 글에서는 미국 헌법의 대통령제와 정부 개헌안의 대통령제를 비교해서 그 답을 제시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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