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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외출, 중국이 초조하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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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외출, 중국이 초조하다는 증거

[정세현의 정세토크] 북중 정상회담으로 미북 정상회담 깨지지는 않을 것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2년 제1비서와 제1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되어 북한의 최고지도자에 오른 뒤 6년여 만에 처음으로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 그가 택한 첫 해외 순방지는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중국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26일 김정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 영부인인 리설주를 포함, 최룡해 당 부위원장과 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및 리용호 외무상과 동행했다. 북한의 최고 지도부 및 대외·남북 문제를 총괄하는 인사가 총출동한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방중을 두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국면에서 중국이 다소 소외돼있는데, 이에 대한 중국 내부의 초조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주장대로 중국이 북한을 불렀다면 중국은 북미 관계가 너무 빨리 가까워지는 것에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관계가 가까워지면 그만큼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장악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국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국면에서 북한과 행동을 같이 하려면 지금부터 협조관계를 구축해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 참석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진전 상황에 따라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에 중국은 빠져있다"며 "이걸 보고 중국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북한과 만남을 서두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이후 한반도 정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과 만나는 자리에서 외교 데뷔무대를 가질 줄 알았던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먼저 만난 것을 불쾌해할 수 있고, 이에 당장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첫 해외 순방이 미국이 아닌 중국이었다는 점은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어그러뜨릴 수도 있는 문제이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에 비교적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회담 자체가 깨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김정은이 각각 11월 중간선거 및 9월 9일 정권수립기념일 등 국내 정치적으로 북미 회담을 성공시켜야 할 요인이 있다면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국내정치적 필요가 서로 엉키면서 의외로 빠른 속도로 양측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 화끈하게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인터뷰는 27~28일에 걸쳐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격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2012년 4월 11일 4차 당 대표자회와 이틀 후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12기 5차 회의를 통해 당 제1비서 및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자신의 시대를 열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6년여 만에 첫 해외 순방지로 중국을 택했는데요. 이번 방문의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 북한은 시진핑 주석이 초청했다고 하는데, 만약 북한 주장이 맞다면 현재 중국이 '차이나 패싱'에 대한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단순히 소외되는 문제를 넘어 북미 관계가 너무 빨리 가까워지면 그만큼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장악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국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게 됩니다. 앞으로 국면에서 북한과 행동을 같이 하려면 지금부터 협조관계를 구축해 둘 필요가 있죠. 그래서 중국이 초조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던 남북미 정상회담 때문에라도 중국은 마음이 급했을 겁니다. 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중국은 빠져있습니다. 이걸 보고 중국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북한과 만남을 서두른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은 여기에 중국이 끼어드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을 확실한 고리로 삼아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자기들의 몫을 챙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중국은 이같은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조지 W. 부시 정부가 들어선 뒤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문제 때문에 미북중 3자 간 회담이 열렸습니다. 당시 북한은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제임스 켈리 당시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따로 불러서 말하곤 했습니다. 중국을 젖혀 버린 셈이죠.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북미 정상회담, 급기야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언급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외교 무대에서 절대 빠지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일부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지금까지 중국을 방문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의전 문제에서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후진타오 당시 주석이 다른 나라의 정상급 인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의전을 해줬는데요. 시진핑 현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방문이 성사된 것은 의전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이 요구한 경호 및 의전 수준에 중국이 맞춰준 셈이죠. 이렇게까지 하면서 북한을 불러들이려 했던 중국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북한을 관리하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외교무대에서 나름의 이니셔티브를 가지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중국에 방문할 이유는 충분히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그런데요. 우선 지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과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남북 정상회담을 수락했습니다. 그런데 정상회담 이후의 전략을 생각하면 중국과 관계 개선이 필요합니다. 북중관계를 불편한 상황으로 두면 북한의 대남, 대미 협상력이 커질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과 관계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불시에 중국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좀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북한은
중소 분쟁 당시 때로는 중국을 등에 업고 소련과 협상하고, 때로는 소련을 등에 업고 중국과 협상했습니다. 지금 북한이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이러한 외교를 재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즉 미국과 협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협상력을 키우려면 중국과 관계를 좋게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결국 북한은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한 손에는 완성된 국가핵무력을, 또 한 손에는 지정학적으로 북한에 큰 힘이되는 중국과 관계 개선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쥐고 미국과 협상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의도 하에 중국에 방문한 것으로 보입니다.

▲ 26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 위치한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역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봤을 때도 북한은 중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합니다. 북미 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결국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려면 정전협정 당사자였던 중국을 완전히 무시하고 갈 수 없습니다. 그게 북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7년 10.4 정상선언에서 남북은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라는 표현을 넣으며 중국을 포함시켰습니다. 또 전날인 10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합의된 공동보도문에도 중국이 포함돼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중국이 주장했던 이른바 '쌍궤병행'(雙軌竝行,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병행)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중국과 미리 협조관계를 구축해 둘 필요가 있는 겁니다.

프레시안 :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문이 앞으로 회담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북미 정상회담 전에 북중 정상회담이 먼저 열리게 되면 북미 정상회담이 틀어질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첫 해외 순방이 미국이 아닌 중국이었다는 점은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어그러뜨릴 수도 있는 문제이긴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를 내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고 말할 수도 있죠.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에 비교적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했다는 정황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에 비핵화와 북미 수교를 교환하는, 속도감 있는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끈하게 비핵화에 돌입할 것이니, 대신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달라는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도 5월까지는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겠죠.

특히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북한은 협상을 최대한 천천히 끌고 가려고 할 것인데, 협상이 시작되면 빨리 구체적인 본론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이것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조한 메시지라기보다는 북한이 했던 이야기를 트럼프로부터 전해들은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볼턴의 언급으로 북한이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던졌는지 확인된 셈이 됐습니다. 북한이 이정도까지 나왔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나쁘지 않은 카드입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먼저 만났다는 이유로 북미 정상회담을 깨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그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서'로 봤을 때 이득이 될까요?

정세현 : 평화협정은 곧 미북 수교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인데요. 이건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에서 미국이 상당히 유리해지는 겁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인중에 비수가 들어오는 격이라 북한과 만나서 협조를 구하는데 몸이 달아 있는 거구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성추문에 러시아 스캔들 등 위기 상황이 도처에 있습니다. 중간선거는 올해 11월에 치러지죠. 그렇다면 뭔가 업적을 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측면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겁니다.

프레시안 :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월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정세현 : 중동에서는 정세를 좋지 않게 하는 것이 미국의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고,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북한과 관계 개선해서 북한을 품는 것이 장악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실제 북미 수교가 이뤄지면 38선 남쪽에 있는 철책선이 38선 위쪽으로 올라가게 되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셈이죠.

트럼프 정부, 강경파 득세? 충성심이 좌우했을 것

프레시안 :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현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교체될 예정인데요. 이를 두고 트럼프 정부 내에 강경파가 득세하게 됐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세현 :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를 두고 정부 내 대화파를 경질하고 강경파를 내세운 걸로 해석해서 앞으로 미국의 북핵 외교가 압박과 제재, 나아가서는 군사적 행동으로 기울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그런 측면보다는 트럼프에 얼마나 더 충성하느냐의 문제로 나타난 결과라고 보입니다.

볼턴은 보좌관으로 내정된 이후 가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예전에 했던 말처럼 하지는 않겠다면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하는 말이며 내가 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트럼프 비위에 맞추겠다는 의사를 보인 겁니다.

▲ 지난달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컨퍼런스(CPAC)에서 연설하고 있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 ⓒAP=연합뉴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유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고른 것 같기도 합니다. 트럼프와 볼턴은 말을 과격하게 하는 측면에서 상당히 비슷합니다. 맥매스터나 틸러슨 등이 어른이라고 한다면, 트럼프나 볼턴 같은 경우는 유아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죠. 이런 요인들이 인사 문제에 개입된 결과였다고 봅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실제 성과를 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북미 양측이 합의하더라도 북한의 핵 검증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변수가 나올 것 같은데요.

정세현 : 예전 북미 간 합의했던 방식을 보면 차관보급에서 합의한 것을 대통령이 인준하고 그 뒤에 다시 실무진이 검증하는 순서였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자꾸 시간을 끈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의 실무자들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게 하려는 측면도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면 미국의 군산복합체들의 주요 시장이 줄어드는 건데, 군산복합체랑 연결돼있는 미 국무부나 국방부의 관료들 입장에서는 퇴직 후를 생각했을 때 이런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실무자들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검증이 가능하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직접 나서서 관리하든지 아니면 6자회담 참가국들이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검증 작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다른 형태의 검증이 가능합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성과를 내야 하는 국내 정치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화끈하게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중간선거인 11월 이전에 성과가 나와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9월 9일 정권수립 70주년 전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 대한 나름의 성과를 내야 합니다.

김정은은 지난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이 전략을 내놨고 올해 신년사에서도 이 대목을 언급했습니다. 올해는 반환점을 도는 시기이기 때문에 확실한 전망이 보일 정도로 경제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다른 나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뿐만 아니라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의 제재도 해제해야 합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여러 개의 경제특구를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해외 자본이 들어오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만약 김정은이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면 아마 김일성 주석 못지 않은 지도자라고 평가를 받게 될겁니다.

이렇듯 트럼프와 김정은의 국내정치적 필요가 서로 엉키면서 의외로 빠른 속도로 양측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습니다.

우물가 가서 숭늉 찾는 일본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지난 25일 일본 <교도통신>은 이달 중순에 미국을 방문했던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미국 고위 관리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포기와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등의 약속을 받아낼 것을 미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는데요. 미국은 난색을 표했다고 합니다.

정세현 : 당연합니다. 북미 정상회담에 왜 일본이 해결을 원하는 전제조건을 집어 넣겠습니까? 아무리 일본이 '재팬 패싱'이 두려워도 이건 기본적으로 말이 안되는 겁니다.

만약 일본이 현 국면에서 소외되는 것이 그렇게 우려된다면 자기들이 과감하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보상할 용의가 있으니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자고 나서야 합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는 겁니다. 실제 일본에는 북한과 연결할 수 있는 채널도 많지 않습니까? 북일 간 정상회담을 통해 다뤄야 할 문제를 왜 북미 정상회담과 연결짓는 겁니까?

아베 총리가 이른바 '사학 스캔들'이라는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국면을 열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그럴수록 과감하게 북한에 러브콜을 보내서 직접 해결하면 됩니다.

▲ 지난 2014년 10월 29일 평양을 방문한 일본 대표단이 북측과 납치자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일본 대표단 단장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왼쪽에서 두번째는 특별조사위원회의 일본인 유골 분과를 맡고 있는 김현철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국장 ⓒAP=연합뉴스

물론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를 가지고 북한과 논의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긴 합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2년 평양에서 열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당시 관방 부(副)장관 자격으로 고이즈미 총리를 수행했습니다. 일본은 당시 북한에 납치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고 결국 요코다 메구미(橫田惠)의 납치 및 그의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2004년 일본은 메구미의 유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유골이 메구미가 아닌 다른 사람의 유골임이 밝혀졌는데요. 이 유골의 진위 여부를 공개한 사람이 아베 당시 관방 부장관입니다.

만약 아베 당시 관방 부장관이 정말 납치 문제를 해결하려 했거나 메구미의 유골을 확보하고 싶었다면 이런 방식의 일 처리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북한과 비공식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이걸 다 공개해버렸습니다.

정말 그 유골이 가짜인지 여부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역사가 있기 때문에 납치자 문제 해결에 있어 아베 총리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겁니다. 아베 총리도 이를 잘 알고 있겠죠. 아마 납치자 문제에서 북한이 자신들을 상대해주지 않을까봐 미국에 이른바 '용역'을 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미국 입장에서는 황당한 겁니다.

프레시안 : 아베 총리가 4월에 미국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데요. 북미 정상회담에 변수가 될 수 있을까요?

정세현 : 아베 총리가 미국에 가서 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북한에 또 뒤통수 맞을 텐데 김정은을 어떻게 믿고 회담을 하려고 하느냐 등의 견제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대비해서 우리가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볼턴 내정자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와의 협조관계를 강화해야겠죠.

프레시안 : 그런데 일본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탐색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정세현 :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이야기할 것이고 북한은 과거사 및 배상 문제를 꺼낼 겁니다. 결국 양측이 서로 수지가 맞다고 생각하면 정상회담도 가능할 수 있겠죠.

그런데 여기서는 북한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상황을 의도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소외되는 상황에 대한 일본의 조바심이 북한의 몸값을 올리는 근본적 원인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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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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