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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용후핵연료를 어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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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용후핵연료를 어쩔 건가

[함께 사는 길] 10만 년의 짐, 한국에만 1만5000톤

10만 년 이후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과거는 추적할 수 있다. 1만2000년 전에 농업혁명으로 동물이 가축화되고 식물을 재배했다. 3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되었다. 4만5000년 전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호주에 정착하면서 호주의 대형동물이 멸종되었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30만 년 전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발견되었다.

100년도 못 살면서 10만 년의 위험을 만드는 우리


그런데 인류가 인공적으로 원자핵을 분열시켜서 만들어진 불안정한 방사성 물질들이 안정화되어 최초의 광석 수준의 방사능 세기로 돌아가는 데에는 100만 년이 걸린다. 최소한 10만 년은 생태계와 격리시켜서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원전을 상업가동하는 31개 나라, 원전 가동이 끝난 3개 나라 어디에도 아직 최종 처분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부지를 정했고, 핀란드가 유일하게 건설하고 있다.
10만 년 이후에 인류는 여전히 생존하고 있을까? 대륙이 지금 이대로의 모양일지, 기상과 기후가 지금과 같을지 장담할 수 없다. 새로운 빙하기가 올 수도 있고, 북극과 남극 얼음이 녹아 해안선이 대폭 상승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대도시들이 모두 바닷속에 잠기고 말는지 지금의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인류가 핵분열 기술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때는 70여 년 전인 2차 세계대전 때다. 급격한 핵분열 기술이 적용된 폭탄을 사용해 10만 명의 민간인을 순식간에 죽였다. 그 후 1948년 미국이 처음으로 원자로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했고 1956년 영국에서 최초의 상업용 원전이 운전을 시작했다. 원전이 가동되면서 '사용후핵연료'가 나오기 시작했다. 핵분열성 우라늄 핵에 중성자를 쏘아서 분열시키자 수백 종의 핵분열성 물질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석탄을 태우면 연기와 재가 남지만 핵연료를 태우면(핵분열을 시키면) 다른 물질로 바뀐다. 인공 핵분열로 지구에 없던 새로운, 하지만 아주 불안정한 방사성 물질 수백 종이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다. 불안정한 방사성 물질은 스스로 핵붕괴하면서 안정화되는데, 그 과정에서 고열과 방사선을 방출한다. '사용하기 전의 핵연료'는 그 옆에 있다고 심각한 방사선 피폭을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이 끝난 '사용후핵연료'는 사람이 그 몇 미터 근처에 20여 초만 있어도 한 달 내 사망할 만큼 강력한 방사선을 방출한다. 사용후핵연료는 표면 온도가 섭씨 수천 도까지 올라가면서 콘크리트건 금속이건 다른 모든 것들도 녹여 버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목도한 세계인들은 가동 중단 상태의 4호기가 폭발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처음엔 사용후핵연료 저장풀(풀장처럼 물에 사용후핵연료를 넣어 보관한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발생한 폭발이라고 추정했다. 전기가 끊기면 저장풀의 물이 순환하지 않아 냉각이 되지 않고 저장풀의 물이 끓어 증발되면 공기 중에 노출된 사용후핵연료가 녹아내리면서 화재가 일어나고 수소가 발생해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3호기에서 넘어온 수소로 인해 폭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폭발로 인해 사용후핵연료 저장고가 무너질 위험이 커져 저장고의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게 됐다. 또 한 번 세계인들이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원전 안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보다 몇십 배 많은 사용후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화재가 일어난다면 그때 방출되는 방사성물질의 양은 원전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가동 중에도 사고 위험이 있지만 가동이 끝난 뒤에도 사용후핵연료를 제대로 냉각해 주지 못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성 폐기물을 경주로 이송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10만 년의 짐, 한국에만 1만5000톤

인류는 60년 동안 원전을 이용해서 전기를 사용하면서 2014년 말 기준으로 약 34만 톤의 사용후핵연료를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1만50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있다. 원전이 시작되던 당시, 50여 년이 지나면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기술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그런 기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를 화학적으로 분리한다는 재처리 기술은 습식방법이건 건식방법이건 핵무기 연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구체적 기재다. 핵연료인 우라늄이 분열되고 난 뒤 사용후핵연료에는 1퍼센트의 플루토늄, 핵무기의 원료가 섞여 있다. 우리나라엔 150톤의 핵무기 연료(플루토늄)가 있는 셈이다. 재처리 과정 중에는 주변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더 많은 방사성 오염물질, 즉 또 다른 핵폐기물이 생긴다. 재처리를 통해 재활용하려면 '고속로'라는 기술이 상용화되어야 하는데 이 역시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해서 세계적으로 실패한 기술임이 판명됐다.

결국 생태계와 오랜 시간 격리시켜서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최소한의 시간이 10만 년이다. 한 세대가 30년이라고 한다면 내가 쓴 원전 전기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3333세대 이후의 후손이 지나도록 남겨주게 된 것이다. 그때까지 인류는 현재의 문명을 유지할 수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보관이 가능하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보관비용이 도대체 얼마며,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그때의 인명 피해와 경제 피해, 환경오염 피해는 또 어떻게 복구할 셈인가. 우리는 모두 주범이거나 공범이다. 원전 전기를 쓰자고 주창하거나 원전을 건설하고 가동하고 확대하는 결정한 이들은 사용후핵연료를 만들어낸 주범이고 그 원전 전기를 쓴 나는 공범이다. 원전을 반대하는 운동을 했다고 해도 원전 전기를 쓴 이상 공범일 수밖에 없다. 신규 원전은 더 짓지 않으면 되고 비용이 들었다고 해도 결단을 해서 중단할 수 있다. 노후 원전은 폐쇄 결정한 후 해체하는 위험이 있지만 안전하게 해체에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그런데 사용후핵연료는 해결 방법이 없다.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고 숙제고 결국은 다음 세대로 떠넘기는 짐이다.

그런데, 언젠가는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책임 이상으로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복잡하다. 이미 이 땅에는 1만50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4개의 원전 부지별로 보관되어 있는데 조밀하게 보관하고 있는 습식저장풀이 꽉 차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는 계속 핵붕괴가 일어나면서 열을 내는데 간격을 줄여서 조밀하게 저장하면서 냉각 문제로 인해 칸막이까지 해 놓았다. 이런 조밀저장방법은 지진이 나는 등 자연재해로 인한 냉각 불능상황이 되면 냉각수는 더 빨리 증발해 버리고 2차적인 방사능 사고 가능성이 더 높다. 사용후핵연료를 불안해하면서 부지별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밀하게 저장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꺼내서 다발 별로 서로 떨어뜨려서 건식저장을 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인가? 그게 그렇지도 않다!

임시가 영구되고 안전하려다 더 큰 사고 날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습식 저장고는 전 세계인들을 불안에 빠뜨렸지만 건식저장고의 사용후핵연료는 지진 피해를 입었어도 안전상의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건식저장고 건설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건식저장고를 만들어 현재의 습식저장고의 사용후핵연료를 옮기기 시작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새로운 저장 공간이 생겼다는 이유로 전혀 해결되지도 않은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마치 해결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결과 무책임한 원전확대에 빌미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건설 중인 원전까지만 짓겠다고 하지만 언제고 원전확대정책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건식저장고는 무책임한 사용후핵연료만 계속 늘리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밀 습식저장고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임시로 마련한 건식저장고가 결국 영원한 핵폐기장이 될 가능성이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아무리 경제적 보상책을 마련해주었다고 하더라도 원전 지역은 원전이 폐쇄되고 안전하게 해체되고 나면 다시 부지가 복원되고 바다가 복원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그때가 다음 세대가 된다 하더라도 그들의 고향은 언젠가는 회복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건식저장고가 마련되면 그 희망의 땅이 10만 년 이상 핵폐기물을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장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핵발전소 부지의 핵폐기물은 언젠가는 최종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하는 다른 어딘가로 이동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2005년 경주 중저준위 핵폐기장 부지 선정으로 핵폐기물 문제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더 큰 뇌관은 여전히 살아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나 재활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 중저준위 핵폐기물보다 100만 배 방사능 독성이 강한 고준위 핵폐기물인데 이 고준위 핵폐기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아직 전 세계 어디에도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고준위핵폐기장은 없다. 단지 처분장 부지를 선정한 국가들만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그들이다. 핀란드는 심지층 처분방식(땅속 500미터 지하 화강암반에 동굴을 파서 묻는 방식)으로 처분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추진 중이나 정작 완공 후 사용허가까지 날지는 의문이다. 한편 스웨덴의 경우, 원자력 안전규제 기 은 심지층 처분방식의 처분장 건설허가를 내줬지만 해당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환경법정'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추진 과정이 중단된 상황에 처했다.

어디를 가도 사람이 살고 있고 웬만한 땅에는 지하수가 흐르는 우리나라 어디에 고준위 핵폐기장을 마련할 것인가. 지질학자들은 지질학적으로 그나마 안정화된 땅은 수도권이라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권에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핵발전소 부지의 주민들은 최종 처분장이 확정되기 전에는 부지별 임시 건식저장고가 '임시'가 아닌 '최종' 처분장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수십 년간 핵폐기장을 반대한 이유 중의 하나로 위험한 핵폐기물은 되도록 이동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동하다 발생하는 사고로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2003년 부안핵폐기장 반대를 외치는 위도 주민들. ⓒ함께사는길(이성수)

공론화로 풀겠다고?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열쇠는 핵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물이 차서 넘치면 수도꼭지를 잠가야 한다. 그런데 이미 나온 핵폐기물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나는 이에 책임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당장에 부지별로 포화되는 조밀 습식저장풀은 어쩔 것인가. 월성원전은 중수로라서 핵폐기물 양이 많아 이미 건식저장고가 있는데 이마저도 꽉 차서 내년까지 새로운 건식저장고를 만들지 못하면 월성 1, 2, 3, 4호기를 멈춰야 한다. 영광의 한빛원전은 2024년이 되면 조밀 습식저장풀이 꽉 찬다.

사용후핵연료를 빼내서 보관할 곳이 없다면 원전은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부지별 임시 건식저장고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재공론화로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공론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정직하고 선명하게 답해야 옳다. 그래야 이 답 없는 문제의 답을 우리 사회가 만들 수 있다. 최소한 논의라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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