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지지율 고공행진, 진보개혁 진영의 수세가 완연한 가운데 10.28 재보선 선거운동의 막이 올랐다.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전초전이자, 여야 지도부의 명운이 걸린 10.28 재보선 선거운동은 15일 양당 거물의 만남에서 시작했다. 선거운동은 이날부터 27일까지 2주일 간 진행된다.
여야 모두 초미의 관심은 수원 장안, 안산 상록을 등 수도권 선거에 쏠려 있다. 이 곳 승리 여부가 재보선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2곳의 선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3승 고지' 등정의 분수령이다.
이를 증명하듯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각각 수원과 안산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수도권 표심잡기에 나섰다.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지도부도 '진보 후보' 임종인 후보 지원을 위해 안산에서 열린 출정식에 참석, 지지를 호소했다.
수원 장안 선거 화두는 여도 야도 '손학규'
수원 장안 지역의 화제는 역시 손학규 전 대표의 '참전'이다. '한나라당 대 손학규'의 대결이다.
▲ 수원 장안 지역 유세에 나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 ⓒ 연합 |
정몽준 대표는 이날 수원 경기도당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지역발전론'을 내세우며 "수원, 안산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통령과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이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저와 한나라당은 수원과 안산이 명품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장안의 박찬숙 후보 출정식에는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은 안상수 원내대표와 선대위원장을 맡은 남경필 의원이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개그맨 심현섭 씨와 함께 이 지역에서 의원직을 상실한 박종희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남 의원은 100여명의 당원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손학규 전 대표와 민주당 이찬열 후보의 '당적 변경' 사실을 강조하며 "한나라당 출신이 이곳에 와서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를 떨어뜨린다는 데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손 전 대표 만나면 빨리 춘천으로 돌아가라고 말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안상수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마디로 충직하게 집 지키는 한나라당 사람과 변절하고 집 나간 민주당 사람과의 싸움"이라며 손 전 대표의 당적 변경을 직격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버리고 야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나갔다가 수원 장안을 대리정치의 시험장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박찬숙 후보는 "수원 장안에 미소금융 경기도지부를 설치하도록 약속을 받았고, 지하철 4호선 연장과 관련해 당에서 10억 원의 예비타당성 조사비 지원 약속도 받았다"며 '지역발전론'을 강조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옆에서 박 후보의 물음에 연신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찬열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은 손학규 전 대표의 스케쥴은 이날 새벽 6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꽉 짜여져 있었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정말 강행군이다"라며 한숨부터 쉬었다. 손 전 대표는 오전 유세에 이어 만석공원 노인정에 들러 직접 배식을 하기도 했다. 손 전 대표가 일일이 악수를 건네자 노인들은 "아니 이게 누구야", "변함 없는것 같다"고 말을 건냈다. 손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손학규다. 이번에 선거에서 이찬열 후보를 꼭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찬열 후보는 "20조 원이 들어갈 4대강 사업에 앞으로 얼마가 더 들어갈지 모른다. 이 정부 들어 나라 빚이 109조원이 들었는데 4대강 사업마저 서민 세금으로 메워야할 판"이라며 "야당 후보를 뽑아서 4대강 사업을 저지하고 국민의 재산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도 이날 오전 성균관대역 앞에서 안동섭 후보 출정식에 참석하고, 지지 유세에 나섰다.
수원 장안에 거주하는 오승열씨(59세, 가명)는 선거 얘기가 나오자마자 "손학규가 왔다면서"라고 관심을 보였다. 오 씨는 "손학규가 인지도가 높지만 대권에 나오려고 당을 옮긴 사람 아니냐. 여기 사람들은 떫떠름한 감정이 있다"면서도 "한나라당 뽑아놨는데 그 전하고 똑같더라. 바꾸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경인일보, OBS, 경기방송이 공동으로 지난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가 32.6%로 선두를 달렸지만 23.6%의 민주당 이찬열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아 변수는 많다. 민주노동당 안동섭 후보는 7.8%로 나왔다.
안산 상록을, 야권 후보 단일화에 촉각
접전 양상은 안산 상록을도 마찬가지. 같은 조사에서 안산 상록을 재선거 관련 민주당 김영환 후보는 29.0%로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의 24.6%보다 앞서지만 오차범위 내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야3당이 지지하는 '진보 후보'인 무소속 임종인 후보가 21.8%로 뒤를 바짝 쫒고 있다.
송진섭 후보는 '지역발전'을 내세웠다. 송 후보의 선거 포스터에는 정몽준 대표와 함께 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힘있는 여당'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반면 민주당 김영환 후보는 과학기술부 장관 등의 이력을 통한 인지도를 무기로 내세웠다. '인물론'을 통해 시장 재임시절 '비리 스캔들'에 휘말렸던 송진섭 후보와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 안산 재선거 후보. 왼쪽부터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 민주당 김영환 후보, 맨 오른쪽이 무소속 임종인 후보 ⓒ뉴시스 |
정몽준 대표는 수원 장안에 이어 안산 상록을 지역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방문해 "두 번이나 안산시장을 역임한 송 후보가 안산 발전의 기관차가 될 것"이라며 "예산 5조원의 신안산선 사업 등을 힘도 없는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할 수 있겠느냐"고 송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안산 상록을 지역구의 한 음식점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고 "이번 재보선에서는 민주개혁진영을 지지하는 국민 여러분이 이명박 정부의 독주와 독선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야당, 민주당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월피동 한양아파트 앞 유세에서 "깨끗한 정치, 일관된 정치를 하는 김영환을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장관을 지낸 인맥과 경험이 있다. 초선을 뽑지 말고 김영환을 3선으로 만들어달라"고 지지했다.
김 후보는 또한 최고위원회의에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상록구에서 4만2000표로 승리했다. 선거혁명의 진원지로서 안산의 명예를 회복하고 노 전 대통령의 영전에 승리를 바치겠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과거 자신의 경력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였다.
안산 선대위원장을 맡은 김근태 전 의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오만한 이명박 정권, 부자감세, 서민증세를 일삼는 시대착오적인 한나라당 정권을 준엄하게 심판해 달라"면서 "안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민주개혁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무소속 임종인 후보도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오전 출정식에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가 참석했다. 화두는 단연 '단일화' 여부였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을 이기려면 종자가 좋아야 하는데 안산 선거에서 제대로 된 종자는 임종인 후보 뿐"이라고 말했고 노 대표도 "야3당 대표가 임 후보를 지원하고 있고, 민주당도 야당 공조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고 임 후보를 중심으로 한 '야권 단일화'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선대본부 관계자는 "지지율 1위에게 '지지율 3위로 단일화 해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임 후보 측은 "이제 선거 시작이다. 단일화 논의는 아직 지지부진하지만 앞으로 두고봐야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적극적인 의사를 표했다.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 측도 여권 단일화 여부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송 후보 측은 "저 쪽에서 단일화를 하면 위협적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고, 단일화 논의가 늦어질 수록 그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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