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 실시 여부와 관련해 16일 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주민투표 시행 절차상 위법한 부분이 없으므로 오는 24일 실시되는 투표는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하종대 부장판사)는 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무상급식은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고 예산에 관한 사항이어서 법률상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고, 청구인 서명부에 불법·무효·대리 서명이 많아 주민투표 청구가 위법하다"며 낸 '무상급식 주민투표청구 수리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총 서명자 81만5817명 중 32.8%인 26만 7475명이 무효로 판명났지만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본 것이다.
법원 결정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적극 홍보해왔었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꼭 승리해야 한다"는 발언을 언론에 흘려놓고, 후에 이를 부인하는 방식으로 선거법 위반 소지를 피해다니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부재자 투표 등록을 했다.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고, 한나라당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은 오 시장의 시장직 사퇴까지 시사했다.
이 모든 게 법원 결정을 앞두고 이뤄졌고 보수 언론은 이들의 행보를 대대적으로 부각시켰다.
물론 주민투표 관련 법적 쟁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날 기각된 주민투표 청구 위법 소송 외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헌법재판소에 낸 '주민투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학교급식 권한쟁의 심판'이 진행 중이다.
또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가 무효라며 지난 1월에 오 시장이 낸 '무효확인 청구 소송'도 대법원에 계류된 상황이다.
한나라, MB 메시지 적극 수용…속내는 '전전긍긍'?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비판하자, 한나라당도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적극 받아들여 전면 무상급식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급식과 의료까지 무상으로 하자는 것은 복지 포퓰리즘으로, 국민이 걱정하는 부분인 만큼 당에서 인식을 같이해 대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은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하는 서울지역 당협위원회에 패널티를 주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오세훈 시장 본인은 전날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낙인감 방지법'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하는 등, '타겟'을 민주당으로 삼아 보수 세력 결집을 꾀하고 있다. 당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법원의 기각 결정에 대해서도 "이번 결정은 주민투표가 합법적으로 준비됐다는 법원의 판단으로서 당연한 결과"라며 "그동안 민주당 등이 주민투표를 부정하며 펼쳐온 일부의 주장이 음해와 방해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신지호 "3만 2000표로 당선됐는데, 4만 8000표 모아야 하는 상황"
그러나 한나라당 안에서도 공개적으로는 낙관적인 전망은 내놓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나라당 서울시당 산하 포퓰리즘반대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지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론조사상으로는 단계적 무상급식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그분들이 과연 투표장에 다 나와 줄 것인가 하는 점(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어 "예를 들어서 제 지역구인 도봉갑의 경우 제가 지난 총선에서 3만 2000표 정도를 득표해 당선이 됐는데 저희 지역구에서 투표율이 3분의 1이 넘기 위해서는 약 한 4만 8000명 정도가 투표를 해야 됩니다. 그러니까 이게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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