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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도사, 축지법 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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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봉도사, 축지법 쓰신다

[기고]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시청 소감

역시 승부사다. 달랑 사진 몇 장으로 정리되어 가던 판을 다시 뒤흔든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통해 (강유미 씨, 팬이에요.) 정봉주 전 의원은 2011년 12월 23일에 찍었다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사진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공개했다. 의문을 해소하려면 당연히 23일 오후의 행적 전체를 공개해야 하나, 어떤 알 수 없는 이유에서 그는 이번에도 일부만 공개했다. 그럼 어떤가. 민국파가 주장하는 1시~2시대에 그 시간에 거기에 없었음만 증명하면 되지 않는가. 과연 그는 그 사진들로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했다. 전문가도 그 사진이 원본일 가능성이 크단다. 그로써 진실게임은 끝났다. 정봉주는 이겼다. 승리의 정봉주. 그럴까? 그럴 리 없다.

퀀텀 보이 봉도사

그 사진은 외려 한 가지 치명적 의문을 남긴다. 12월 23일 정 전 의원의 어머님께서 쓰러지셨다. 어머니가 쓰러졌다는데 당장 달려가지 않을 아들은 없다. 정 전 의원 자신도 그날 자신이 "1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병원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진들은 그 시간에 노원구의 병원에 있어야 할 사람을 엉뚱하게 홍대에 데려다 놓는다. 홍대에 있던 사람이 동시에 을지병원에도 있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같은 시간대에 자동차로 30분 넘게 떨어진 두 곳에 동시에 나타난다? 아무튼 한반도에서 축지법 능력을 가지신 분은 딱 두 분, 북한의 김정일과 남한의 허경영뿐이라 믿었는데, 이번에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봉도사도 축지법을 쓴다는 대특종을 했다. 2018년 언론대상감이다.

정봉주가 민국파의 증언을 반박하기 위해 김어준 방송에 제공한 사진들은 자승자박이 될 뿐이다. 거기에 따르면 정봉주가 23일 오후 내내 계속 홍대에 있었다는 얘긴데, 이는 민국파의 기억만이 아니라 정봉주가 주장하는 동선마저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그 사진으로 인해 23일 당일 민국파가 자신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말까지도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 사진에는 민국파의 모습이 버젓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이 동시에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그런데 왜 그는 23일 행적에서 애써 민국파의 존재를 지우려 했을까? 증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굳이 존재까지 지울 필요는 없었는데. 아무튼 그는 민국파를 반박하려다가 결국 제 주장의 신빙성을 스스로 무너뜨려 버렸다.

정봉주는 이제 23일 오후 일정을 다시 짜야 할 처지가 됐다. 그가 지난 3월 9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주장한 23일의 동선은 그 자신이 블랙하우스에 넘긴 증거(?)에 의해 완전히 무너졌다. 그로써 무력화된 것은 수감을 앞두고 있던 그 날의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일정이다.

1.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대책을 논의했다. ("검찰은 (..,) 수사관 5명을 제 자택으로 파견하였습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서 저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오전에 민변 사무실을 방문하여 변호사들과 회의를 하고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2. 어머니가 입원하신 하계동 병원에 갔다. ("저는 오후에 민변에서 어머니가 계신 을지병원으로 바로 이동해 어머니를 뵈었습니다.")

블랙하우스에 따르면 서초동에서 민변 변호사들과 밥을 먹었다는 그 시간에 정봉주는 홍대에 있었다. 어머니가 입원하신 하계동 병원에 갔다는 그 시간에도 그는 계속 홍대에 있었단다. (민국파는 정봉주가 서초동이 아니라 홍대에서 민변 변호사들을 만났다고 증언한다. 그날 거기에 없었다는 민국파의 증언이 외려 정봉주의 진술보다 더 정확한 셈. 희한하지 않은가?) 시간에 관해서는 기억이 헷갈려도, 착란증 환자가 아닌 이상 일어나지도 않았던 사건을 기억할 수는 없는 일. 고로 그날 정봉주는 민변 변호사들과 대책회의를 하고, 쓰러지신 어머니를 찾아 병원에도 갔을 게다. 그런데 그가 증거로 제시한 사진들은 그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1. 사진의 증거를 포기할까?

2. 기존의 진술을 포기할까?

사진은 포기하기에는 증거로서 너무 강력하다. 하지만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고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지 않을 아들이 어디에 있는가? 고로 병원에 있어야 할 그가 홍대에 있었다고 말하는 사진들의 메타데이터를 의심할 수밖에.

사진의 메타데이터가 조작되지 않았다면, 그가 병원에 간 것은 그가 주장하는 그 시간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즉, 어떤 알 수 없는 이유에서 그가 병원에 들른 시간을 슬쩍 앞으로 당겨놓은 것이다. 이 경우 그가 병원에 간 시간은 명진 스님을 만난 이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민국파의 증언도 되살아날 수 있다. 즉 그는 정봉주가 고의로든 실수로든 잘못 얘기한 병원방문 시간에 낚여 렉싱턴 호텔에 간 시간을 1시~2시 사이로 잘못 기억했던 것이다. 사실 민국파 역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위험까지 무릅쓰고 거짓말로 정봉주를 위해할 이유가 없다. 한편, 피해자 A도 역시 그 일을 당하고 일산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가 진 상태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

사실 1시~2시 사이에 그가 홍대에 있었다는 증거는 진즉에 제시된 바 있다. 오후 1시 49분에 홍대에서 찍은 사진이 이미 공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봉주 측에서 그동안 그 사진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왜? 그 사진이 민국파만이 아니라 자기들 진술까지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그 자폭 전술을 다시 꺼내든 걸 보니 좀 급했나 보다. 그 사진들만 공개되면 모든 의혹이 해소될 거라고 온갖 블러핑을 하더니, 이번에도 역시 780장 전체가 아니라 그 중의 달랑 몇 장, 그것도 촬영시간을 아예 못 알아보게 모자이크 처리까지 해서 내보낸다. 대체 그 모자이크로 뭘 감추고 싶었을까? 그의 말대로 5분~10분 간격으로 연속해 찍은 사진들이 있다면, 그걸로 23일 오후 일정 구성해서 제시하면 될 일. 그건 안 하고 왜 쓸데없이 블러핑만 할까?

진실은 뭘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그동안 주장해 온 동선이 무너진 이상, 정봉주에게는 자신이 가진 사진에 근거해 23일 당일의 행적을 재구성해 언론에 공개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 그 동선 중에 혹시 렉싱턴 호텔에 들를 틈은 없었는지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알리바이를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제시하는 것은 아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게다. 왜? 할 수만 있다면 진즉에 했을 테니까. 내 생각에 그는 비판자들이 성추행 추정시간을 댈 때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통해 유리한 사진만 골라 까는 식으로 대응할 것 같다. (옛날에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이 네덜란드에 5:0으로 진 적이 있다. 그 경기 영상을 내게 주면, 편집을 통해 이기게는 못 해도 0:0으로 비기게는 만들 수 있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화면 갈무리. ⓒSBS

정봉주가 정봉주에게


아무튼 정봉주가 제 입으로 한 얘기를 뒤집고, 거짓말로 애먼 사람 유령 만들고, 사진 780장 들고 타짜 행세하는 상황에서,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이가 있다. 바로 피해여성 A 씨다. 성추행이 일어난 시기는 12월 23일 오후. 장소는 렉싱턴호텔 카페 룸. 묘사도 '구체적'이다. 창문이 없고 하얀 테이블이 있는 방. 문간에는 옷걸이. "준비하는 게 어느 언론사냐?" "성형수술 시켜줄 수 있다." "졸업도 축하해 주려고 했는데." '신빙성'도 있다. 당시에 남자친구에게 보낸 메일이 증거로 남아 있고, 복수의 친구들이 증인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증거를 조작하러 7년 전으로 돌아가는 건 현대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성추행은 은밀한 곳에서 이루어지기에 직접적 증거란 게 존재하기 힘들다. 그리하여 법정에 내놓을 수 있는 게 기껏해야 피해자의 증언, 혹은 제3자의 증언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경우 우리는 그의 증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직접적 증거는 없어도 사실로 인정해야 할까? 아니면 직접적 증거가 없으니 허위로 기각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원칙'이 존재한다. 그 원칙을 누군가 분명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얘기해준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성범죄는 뇌물죄와 비슷하다. 증거가 없다. 그래서 철저하게 본인(피해자)의 증언, 혹은 제3자의 증언에 근거해 처벌할 수 있다. 피해자의 진술의 일관성, 구체성, 신빙성이 있으면 처벌할 수 있다. 방송을 보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미투 운동, 제보를 해야 처벌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건 그때만 바짝 긴장하다가 시간이 지나 사람들에게 잊힐 때쯤 2차, 3차 가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왕따를 시키고, 역할을 뺏고, 투명인간 취급하고 그러면서 제보한 사람으로 하여금 '내 편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다수가 피해자 편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당신이 피해자라는 데에 100% 동의하며 가해자의 처벌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누구의 말일까? 바로 우리 정봉주 전 의원의 말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것이 '미투 사건'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기본적 자세다. 피해자 A 씨의 진술은 일관적이고,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 그녀의 주장은 7년 전에 보낸 메일과 기꺼이 증인으로 나서주겠다는 친구들의 증언으로 뒷받침된다. 고로 정봉주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가해자 역시 (시효만 지나지 않았다면) "본인(피해자)의 증언, 혹은 제3자의 증언에 근거해 처벌할 수 있다." 정봉주라고 자신이 제시한 이 일반적 원칙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내가 바쁜 시간 쪼개서 그의 신도들에게 온갖 쌍욕 먹어가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실은 그날 정봉주 전 의원의 이 발언에 깊이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그의 말대로 우리는,

"다수가 피해자 편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당신이 피해자라는 데에 100% 동의하며 가해자의 처벌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정봉주가 역설해왔던 일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방송을 보는 분들"을 향해 "다수가 피해자 편이라는 걸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우리는 당신이 피해자라는 데에 100% 동의하며 가해자의 처벌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일갈하던 그 정봉주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쌍욕 먹어가며 그의 말을 몸으로 실천할 때, 정작 그의 지지자들은 뭐 하고 있을까? 정봉주가 막으라던 성추행 2차, 3차 가해를 하고 있다. 피해를 상대화하고 ('기껏해야 키스 미수사건이야')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고('먼저 유혹하려다 채여서 저런다.'), 얼굴을 안 드러낸다고 피해자를 "투명인간" 만든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 아니라며?') 실명을 드러내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걸 미리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얼마 전 미권스 회원들이 사건과 무관한 제3자를 성추행 폭로여성으로 지목해 집단린치를 가하다가 고소당했다. 그 여성의 사진을 돌려보며 "확실히 코(성형) 하면 예쁘겠네." "성적으로 너무 문란한 기자인가?" 등 희롱을 한 혐의란다.

고소당한 이가 무려 100여 명. 댓글의 처참한 수준으로 보아 단체로 성희롱 전과자가 될 듯하다. 왜들 저러는 걸까? 저들이 정봉주를 '미래권력'으로 만들겠다고 모인 것은 아마도 정치인 정봉주가 표방하는 개혁적·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였으리라. 그 가치에는 물론 성 평등의 가치도 포함될 게다. 그리하여 한 여성이 성범죄를 폭로했을 때, 비겁하게 방관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정봉주가 하라는 대로 모두 그의 옆에 서서

"우리는 당신이 피해자라는 데에 100% 동의하며 가해자의 처벌로 이어지길 바란다."

고 함께 외쳐주는 사회. 그런 사회 만들자고 거기 모인 거 아닌가? 그런 그들이 지금 뭔 짓을 하고 있는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정봉주가 제대로 지적한 것처럼, 성폭행 사건은 뇌물죄처럼 직접적 증거가 있기 힘들기 때문에, 피해자나 목격자의 증언만으로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피해자는 일관적이며, 구체적이며, 신빙성 있는 진술을 남겼다. 7년 전의 메일과 친구들의 증언까지 확보한 상태다. 정봉주 자신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이 정도 증거와 증언이면 법정에서 빼도 박도 못 한다. 정봉주 본인도 이를 안다. 그래서 이 논란의 성격을 가리켜 "증거 대 증인"이라고 얘기했던 것이다. 즉, 저쪽에는 증인이 있으니, 자기는 거기에 '증거'로 맞서겠다는 거다. 그 증거라는 게 바로 당일 찍었다는 780장의 사진이다. 그럼 왜 그에게는 사진이 무려 780장이나 필요했을까? 거기엔 이유가 있다.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성추행은 23일 오후 어느 시점에 약 20분 동안에 벌어졌다. 홍대에서 출발할 경우 최소 40분, 다른 데에 있다가 들러서 갈 경우 최소 30분의 시간만 있으면, 그 사이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고로 정봉주가 가진 사진이 현장부재의 "증거"가 되려면, 그 사진들이 23일 오후 전체를 커버해야 하며, 30~40분의 간극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촘촘한 연속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그 사진들이 "5분에서 10분 간격"을 두고 연속적으로 촬영됐다고 말한 것이다. 정말 그 사진들의 연속체 안에 30~40분을 넘는 간극이 없을 경우 그로써 그의 알리바이는 증명되니까. 실제로 그는 자기가 그것을 증명했노라고 여러 번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그 증명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지난번엔 검찰에 사진들을 제출한다며 달랑 한 장을 공개하더니, 이번에는 방송을 통해 모든 사진을 공개한다고 신나게 블러핑만 하고는 사진 달랑 몇 장만 내놨다. 그나마 내놓은 사진도 촬영 시간은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다. 모자이크는 왜 쳤을까? 그건 누구의 요구였을까? 한 마디로 검증을 맡기겠다는 방송사에까지 연속성의 증명을 안 한 것이다. 얼마나 귀한 사진이기에 내놓기 아까워하는 걸까?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복당 심사를 맡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에까지 그 사진들을 비밀에 부쳐뒀다가 결국 만장일치로 복당이 불허됐다. 아니, 그토록 원하던 복당까지 포기해 가며 사진들을 비밀에 부쳐야 할 이유가 뭘까?

합리적으로 추정 가능한 이유는 단 하나. 알리바이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왜 못 했을까? 그야 물론 그날 성추행이 일어난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아마 이게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사진들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하지 못하고, 블러핑이나 하며 소모적인 진실게임을 벌이는 걸 게다. 공론의 장에서는 게임을 논리적 교착상태로 만들어 놓고, 사안을 법정으로 가져가면 잘 하면 싸움에서 비길 수도 있다. 왜? 피해자나 민국파를 고소하지 않는 이상 법정에 피해자나 증인들이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오지 않는 한 성추행 여부는 확정되기 어렵다. 양측의 맞고소가 쌍방기각으로 끝나는 것. 정봉주와 변호인단은 아마 이걸 바랄 게다.

참으로 이상하다. 논란을 끝낼 종결자라 주장하면서 정작 그 사진들은 공개하지 않는다. 제시한 사진이 그동안 자신이 주장해온 동선과 어긋나는 이유 역시 끝내 설명하지 않는다. 그리고 '<프레시안>이 도대체 뭐 하러 정봉주의 출마를 저지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엔, 그건 경찰한테 가서 물어보란다. 어이가 없다. 대한민국 경찰이 자기를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범행의 동기까지 창작해 드려야 하나? 흑터뷰의 강유미 기자(<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오직 이분 때문에 본다.), 다음 주에는 정봉주 유세현장 찾아가서 꼭 물어봐 주기를 바란다.

"사진은 왜 끝내 안 까세요?"
"모자이크는 왜 했어요?"
"을지병원에는 대체 몇 시에 다녀오신 거예요?"
"님 출마 저지해서 <프레시안>이 뭘 얻어요?"
"피해여성은 뭘 타고 7년 전으로 가 증거를 심어놓고 왔을까요?"

"출소 후에도 A에게 연락하신 거, 이젠 기억나시나요?"

하나의 거짓말을 하게 되면, 결국 세계 전체를 날조하게 되는 법. 손바닥으로 어디 하늘이 가려지던가? 그래 봤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고, 여성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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