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립합창단 노모(여 49) 단무장과 단원간의 감정 싸움이 마침내 법정으로까지 비화돼 앞으로의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재 역할을 해야될 김해시는 양측의 팽팽한 주장에 대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시의 행정 능력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본지 <프레시안>은 문제의 중심에 있는 단무장과 단원을 차례로 만나 그들이 억울해 하는 사연을 각각 들어봤다.
먼저, 경남 김해시립합창단 노모(여 49) 단무장은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최근 자신을 향해 제기된 갑질의혹 보도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허위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Y씨(여 47) 등 2명을 지난 21일 오후 김해중부경찰서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경제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 중이며, Y씨 등은 오는 29일 경찰에 출석해 첫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노 단무장은 또 Y씨 등이 제보한 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김해지역 K매체와 K매체의 보도내용을 해당 단무장에게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옮기 듯 보도(단무장 주장)한 B경제(인터넷 매체) 등 두 곳은 변호사와 상의 후 언론중재위에 재소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Y씨 등은 지난 13일 K매체를 찾아가 노 단무장이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마음에 들지 않는 단원을 해촉 되도록 종용하고, 외부공연으로 벌어들인 수익금도 단원들에게 제때 배분하지 않았다. 단원이 여행을 가면 지휘자 등에게 줄 선물을 사오라고 권유하고 단원들을 A, B등급으로 나눠 부르는 등의 갑질을 했다고 폭로해 K매체는 다음날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노 단무장은 “지난해 합창단을 떠난 Y씨 등 2명이 단원 시절 때 단무장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허무맹랑한 내용(의혹)을 언론에 제보하고, 보도케 해 정신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유무와 관계없이 한밤중에 김해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직무정지 처분까지 받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노 단무장은 “저 같은 피해자가 미투(me too) 운동에 어정쩡하게 ‘숟가락’ 걸치듯 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고, 묵과할 수가 없다. 아무리 사회가 이런 식으로 가지만 자기 실력이 없어서 떨어졌다고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사람을 잡고 이런 식으로 분탕질 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제기된 갑질의혹은 단원들께 확인해보면 사실무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6년 전의 일을 갖고 지금에 와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Y씨 등 2명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실력이 부족해서 오디션에서 탈락했고, 추가 오디션에도 응시할 수 있었는데도 거부했다. 나는 너무 억울하다. 당시 이들 두 명이 단원으로 있을 때 여성비하발언(A, B 등급분류)을 했다면 지금까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립합창단은 어디까지나 실력으로 말해야한다. 떨어졌다고 이렇게 하나의 합창단을, 자신들이 몸담고 있었던 곳을 이런 식의 분탕질로 분위기를 흩트려서는 안 된다"고 분개했다.
이어 언론에 제보한 Y씨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노 단무장의 갑질의혹에 대해 K매체에 제보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다. 노 단무장은 지금 언론(A, B매체)에 보도된 말 한끝 차이로 자신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저희를 고소했다"며 상반된 얘기를 전했다.
실제 노 단무장은 공개석상(김해부시장 방문 때)에서 여기는 A급단원이고 저기는 B급단원이다. 거의 실력을 따져 A급만 무대에 세워라, B급만 무대에 세우라는 비하 발언을 시시때때로 수도 없이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단무장은 “자기에 대해 말을 잘하는 단원은 친절하게 많은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은 단원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Y씨는 또 “그 예로 단원의 근무평정을 들며 일부 단원의 경우 잦은 지각출석에도 노 단무장은 자신의 권한인 복무태도 점수를 10점 만점으로 줬다. 복무평정 기준표(제15조)에는 단원이 지각하면 1회당 감점(1점)을 주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연말쯤에 노 단무장과 크게 다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소위 자기(단무장)가 말하는 급이 되는 단원은 무대에 세우고 급이 안 되는 단원은 안 세우겠다고 말해 평균 50대1~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단한 단원들인데 급이 어디 있나, 다 검증된 단원인데 급을 따져서 세우냐, 이건 아니다 싶어 다툼(싸움)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Y씨는 그(다툼) 이후로 "다음 타깃(해촉)이 되겠구나 하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합창단 분위기 자체가 토를 달면 안 된다. 조금만 이렇다 저렇다고 하는 말을 하면 바로 흔히 얘기하는 ‘좌파’가 된다. 즉 자기가 어떠한 일을 하는 부분(어디에서 연주하고 얼마를 받느냐, 연습시간은 얼 만큼 되느냐)에 있어서 질문을 하게 되면 소위 말하는 시끄러운 단원이 되는 것이다. 단무장이 합창단 분위기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페라 외부공연(2015년) 연주비도 보통 연주가 끝나면 10일 이내에 입금되는 게 관례인데 40일이 지나도 입금되지 않아 지휘자에게 해명을 요구한 적도 있었고, 출연진에도 입금여부를 확인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고 답해 지휘자에게 오페라단체가 우리를 속인 것 같다. 단장이 직접 나서 사죄를 해야 된다며, 왁자지껄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그다음 날 바로 개인(단원)통장으로 입금됐다"고 주장했다.
Y씨는 또한 “저희들은 합창단 생활을 17년이나 했다. 이런 식으로 못해서 떨어졌다, 실력이 안 되서 떨어졌다고 하는 것은 너무 자존심 상하는 문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Y씨는 노 단무장이 선물을 사오라는 부분에 대해 "노골적으로 선물을 사오라고 종용했던 것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예요. 말의 어휘를 어떻게 쓰느냐면, 단원들이 외국에 나가게 되면 못해도 일주일 정도는 출석하지 못한다. 저희들은 1년에 쓸 수 있는 연가가 있고 그 연가를 다 쓰면 추가로 쓸 수 있는 게 없다. 연주를 가게 되면 못해도 이틀 정도는 또 빼야 되는데 그 부분을 자기(단무장)가 빠르게 그냥 처리를 해줬다. 이 과정에서 외국에 나가는 단원에게 같다오면 지위자께는 선물을 좀 드려야 되지 않겠나, 그렇게 얘기를 했다"면서 당시 합창단 분위기를 전했다.
Y씨는 계속해서 "단무장의 그 말은 지휘자에게 줄 선물을 사오라는 직접적인 말과 뭐가 다르나. 그런 식으로 해서 단원들에게 선물을 사오게 한다. 선물을 가져다주는 단원(선물 쇼핑백)도 육안으로 자주목격 했고, 선물을 가져다 준 사람(단원)도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Y씨는 자신들이 해촉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갑자기 내려간 복무점수를 꼽았다.
"복무점수는 2017년도에 단원들을 잘라내기에 좋은 점수(16점)로 내려갔는데 2016년도에는 전체 단원이 복무점수 20점을 받았다. 노 단무장은 지휘자에게 저희들을 해촉되도록 입김을 넣은 적이 없다고 하지만 갑자기 낮아진 복무점수 정황을 곰곰이 생각해 볼 때 단무장이 관여하지 않았겠냐는 의혹(생각)을 떨칠 수 없고, 저희와 같이 또 다른 단원들의 추가 피해(해촉)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언론에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디션심사의 부당한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다.
Y씨는 "단원들의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면 재계약을 위한 오디션심사를 외부 인사에 위탁해 진행한다. 노 단무장은 특정 단원들을 지칭해 공항이나 기차역으로 나가 오디션심사를 위해 참석하는 위원들을 픽업 해오라는 갑질(위력)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Y씨는 "오디션심사위원과 픽업을 나간 단원이 함께 차량을 타고 약 30~40분간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해를 불러 올 수 있는 단원-심사위원 픽업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불신으로 시작된 양측의 신경전이 결국 법정싸움으로 비화되자 김해시민들은 시의 관리감독에 책임을 거론하면서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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