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 아파트 특별공급(일반분양 1690가구 중 특별공급 458 가구)을 놓고 '금수저 청약'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분양가가 최소 10억 원이 넘고, 중도금 대출도 안 되는 이런 아파트라면 '현금 부자'이거나 어디선가 현금을 끌어댈 '금수저' 정도는 되어야 청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아파트들의 일반분양 물량 중 상당수가 특별공급 대상이 되고 있다. 특별공급은 사회적 취약계층의 내집마련을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고가의 아파트 특별공급 분양은 이 정책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21일 발표된 디에이치자이 개포 특별공급 당첨자에는 만 20대 이하 당첨자 14명이 포함됐다.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10년 이상 장기복무 군인, 북한 이탈 주민 등을 대상으로 각 담당기관의 추천을 받는 기관추천 특별공급 당첨자 중 19세 1명, 20대 4명 등 총 5명이 포함됐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도 20대 당첨자가 9명이 나왔다. 만 27세 1명, 28세 2명, 29세 6명이다.
"중도금 대출도 안 되는 10억 아파트가 어떻게 취약계층 특별공급용이냐"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맞벌이 3인 가구의 경우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여야 지원할 수 있는 소득 기준도 적용된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160만으로 최소 10억 원이며, 분양가 9억 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공하지 않아 중도금 대출도 안 된다. 즉, 계약금과 중도금만으로도 현금 7억 원 이상이 있어야 청약에 무리가 없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연 소득 7000만 원인 신혼부부가 이 아파트를 사려면 한 푼도 안 쓰고 10년을 모아야 한다. 결국 '금수저'가 아니면 이 아파트는 당첨돼도 현금을 동원하기 어렵다. 특별공급 당첨자들이 증여를 통해 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금수저'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약자의 주거 안정을 돕는다는 특별공급제도가 '금수저들의 리그'로 악용되도록 고가 아파트를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가 어떻게 특별공급의 대상이 되고,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계층이냐"는 분통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반발을 의식해, 이 아파트 당첨자에 대해 자금조달 계획서는 물론 증여세 탈루 여부를 집중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또 분양'이라는 이 아파트는 분양가와 주변 시세와의 차이가 5억~7억 원 정도로 매우 커서, 증여세를 내고도 상당한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분양가를 최대한 낮추도록 압박만 하는 정부의 어설픈 규제로, '현금 부자'나 '금수저'만 신청할 수 있고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아파트들이 늘고 있다. 반면, 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은 대출 문턱까지 높아져 내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는 '초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