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한 대학 졸업생 A씨는 최근 온라인 대학 익명게시판을 통해 재학시절 교수에게 당했던 성추행을 폭로했다.
A씨의 게시글에 따르면 재학 당시 학과교수가 사무실로 따로 불러 성추행을 했다는 내용이다. A씨는 "졸업한 상태지만 문뜩 가끔씩 떠오르는 그 기억때문에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받는다"고 했다. 또 "학생 당시에는 그런 피해를 겪어도 어느곳에 얘기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A씨 글에는 순식간에 같은 경험이 있었다고 폭로하는 졸업생과 재학생의 수십개 공감 댓글이 올라왔다. 또다른 피해자 B씨는 게시글을 통해 교수가 뒤에서 껴안거나 '내 여자친구해라' '3시간만 놀아주면 학원비줄께' 등 수치심을 느낄만한 발언에 자살시도까지 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또 다른 아산의 한 대학 익명게시판에는 지난 12일 통학버스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들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만한 행동을 해 놀랐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 역시 같은 통학버스를 타고 있었던 여학생들이 '진짜 집에만 있어야 하나' 등의 댓글이 달렸다.
최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거센 가운데 천안아산지역 대학가에서도 성추행·성폭력 피해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대학이 나서 이를 해결 할 마땅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해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 측에 피해를 호소하지 못한 학생들은 익명게시판을 통해 폭로하는 방법을 택한다. 대학은 익명게시판을 통해 논란이 일고 화제가 되어야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방적인 대책과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내 성폭력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구제를 요청할 별도의 창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대학에는 이 같은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는 교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성폭력 상담센터, 인권센터, 양성평등상담센터 등 이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 곳을 통해 성폭력과 관련된 상담이 이뤄진다. 천안· 아산 소재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천안· 아산지역 대학을 조사한 결과 성폭력 관련 상담 건수는 연간 평균 1건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아예 상담건수가 없는 대학도 있다.
한 대학 성폭력상담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교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성폭력 상담창구가 피해자 구제에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상담센터를 찾아갔다가 알려질까 두려워서' '그에 따른 보복이 있을까봐' 등을 꼽았다.
또 학생들이 교내 기관에 문서로 사례가 남게되면 또 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상담센터를 통해 피해를 호소하면 사실관계를 위해 선택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대면하는 절차 역시 피해자 입장에서는 상담자체를 꺼릴수 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성인이라고 해도 대학생은 아직 어린 나이다보니 피해가 성희롱인지 성폭력에 해당하는 것인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졸업이후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그때 그 행동이 성희롱이고 성폭력이였구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신입생때부터 성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을 이용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례가 얼굴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익명게시판을 찾게 될 수 밖게 없는 것"이라며 "이제는 대학도 피해학생을 기다리는 방식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얼굴이 노출되지 않는 전화상담이나 직접 찾아가는 상담도 적극 도입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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