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기존 입장을 뒤집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자료를 유출시킨데 대해 민주당이 "교과부가 법적 책임을 지고 유출자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호원까지 배치한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자료를 열람하게 했던 교과부가 돌연 서약서도 받지 않고 원자료를 CD로 제출해 믿음은 산산조각 났고 배신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교과부는 지난 7월 교과위의원들에게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공개시 법적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고 수능 원자료를 열람만 시켰다.
그러나 불과 두달만인 지난달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게 "원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서약서 없이 CD로 이를 건내준 것이다.
민주당 교과위원들은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고 "교과부 스스로 천명했던, 수능 자료 공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것이 시급하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또 "국회 교과위는 여야를 떠나 자체적인 진상 조사를 위한 협의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며 "여당이 이를 거부하면 스스로 국회의원의 권위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얄팍하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야당의 정치공세 운운하며 사건을 덮는 수치스러운 모습을 더이상 보이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교과위 한나라당 간사 임해규 의원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우리 한나라당 의원들은 진작 공개 되었어야 될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오히려 공개됨으로써 학부모, 학생들이 선택을 하는데 보다 좋은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엄호했다.
'수능성적 공개론자' 이주호 차관의 입김?
이번 수능 성적에 따른 고교별 서열 공개는 '교과부의 수능 원자료 CD, 조전혁 의원에 제공→조전혁 의원이 학교 서열을 분석한 후 조선일보에 제공→조선일보의 학교 실명 공개'의 과정을 거쳤다.
민주당 의원들이 교과부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1차 책임이 "원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던 교과부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료 제공시 원자료를 토대로 서열을 분석, 공개할 것을 과연 교과부가 예측 못했겠느냐는 점이 지적된다. 수능 원자료 공개 관련 재판은 교과부의 상고로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중인 사실 역시, 교과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납득할 수 없게 만든다.
이와 관련해 이주호 교과부 차관의 입김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차관은 입각 이전인 17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수능 원자료 공개'를 주장해왔던 현정권 실세다.
실제로 "수능 원자료 공개시 파장이 올 것"이라던 교과부는 "성적이 좋지 않은 학교에 대한 지원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수능 점수에 따른 고교 서열이 공개된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양성광 교과부 인재기획분석관은 "입학사정관 제도가 잘 정착되면 수능성적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기정사실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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