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를 오세훈으로 바꾸면
주어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무상보육 방침을 내놨다가 '무상급식도 못 하겠다는 판에 웬 무상보육?'이란 핀잔을 받고 있는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대신 오세훈 서울시장을 주어로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얘기가 될 겁니다.
'무상보육도 하겠다는 판에 무상급식에 웬 딴죽걸기?'
상황이 이렇습니다. 일생일대의 정치 도박에 나선 오세훈 시장에게 후방에서 '총질'을 합니다. 몇조원 들여서 무상보육 하겠다며 몇백억이 아까워 주민투표까지 강행하는 오세훈 시장의 '좀스런' 면모를 부각시킵니다.
'통 큰' 면모가 있긴 합니다. 오세훈 시장이 어제 밝혔습니다. 하수도요금을 2014년까지 두 배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서울시내 전역의 하수관거를 확대하려면 17조원의 돈이 들어가는데 이를 위해 현재 원가대비 37% 수준인 하수도 요금을 70%까지 올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딱히 뭐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원가보다 비싸게 올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원가의 70% 수준까지만 올리겠다는 것이기에 누가 뭐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만사불여튼튼이라고 수해방지는 꼭 해야 하는 사업이지요.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겁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충격은 피부에 와닿는 충격입니다. 하수도료가 갑자기 2배로 늘면 피부 체감도는 극대화됩니다. 좋은 말이 튀어나올 리 없습니다. 그게 세상인심이지요.
자칫하다간 이 또한 악재가 될지 모릅니다. '디자인 서울'과 '하수도료 2배 인상'이 격하게 교차하면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앞둔 오세훈 시장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릅니다.
한미연합사 지도마저
이번엔 동해입니다.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로 거추장스런 곤욕을 치렀던 이명박 정부가 이번엔 동해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됐습니다.
미국이 최근 국제수로기구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해야 한다는 서한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또한 같은 의견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간단히 말해 미국과 영국, 두 나라가 일본 편을 든 것입니다.
당장 나오는 반응이 매섭습니다. "미국은 미일동맹의 하부에 한미동맹을 넣고 있고 아직까지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지도에도 일본해로 나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우리 정부의 외교 노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한국일보)는 지적이 나옵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국제수로기구의 해도는 둘째치고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지도에까지 일본해로 단독표기돼 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2000년 조사에서 국제적으로 2.8%만이 동해를 병기했는데 2009년 조사에선 동해 병기 비율이 28%까지 올라왔다며 제 할 일 다 하고 있다는 투로 말했지만 설득력이 약합니다. 오히려 거꾸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28%의 나라가 동해를 병기하는 판에 최대 동맹국이라는 미국이, 그것도 버젓이 대한민국 영토에 자리 잡은 한미연합사령부가 일본해로 단독표기한 지도를 사용하는 것조차 바로잡지 못하는 정부를 어떤 국민이 이해하겠습니까?
순도 100% 포퓰리즘
'조선일보'가 보도했습니다. 여야가 손을 맞잡았답니다.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가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의 손실을 보상해주기로 했답니다. 2억원 이하 예금은 100%, 2억~3억원은 90%, 3억원 초과 예금은 80%를 보상해준다는 겁니다. 이에 소요되는 재원 2000억원은 저축은행이 분식회계를 해서 납부한 법인세와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낸 이자소득세 등으로 마련하기로 했답니다.
당초 5000만원까지만 보상해주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 그 이상 예금과 후순위채권까지 모두 보상해주려다가 '원칙없이 국가 재정을 투입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이런 수를 생각해낸 건데요.
그래봤자 마찬가지 같습니다. 특위 관계자는 "애초 분식회계와 부실이 없었다면 은행과 에금자들이 내지 않았어도 될 세금"이라고 주장했지만 어불성설입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그동안 숱한 분식회계로 사법처리나 행정처분을 받은 기업들 또한 법인세를 돌려받아야 합니다. 게다가 이자소득세는 분식회계나 부실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습니다. 어차피 그 돈도 정부 재정의 원천입니다.
사실 이렇게 따지는 게 무의미합니다. 세상이 다 압니다. 여야가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손실을 보상해주려는 것은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걸, 여당은 부산을 지키려 하고 야당은 부산을 공략하려 하다 보니 묘하게 입장이 일치했다는 걸 알만 한 사람은 다 압니다. 한나라당이 원칙을 고수하면 표가 추풍낙엽이 되고, 민주당이 원칙을 고수하면 부산은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돼 버립니다. 표에 눈이 먼 정치권에 원칙을 따져 물어 봤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우리는 지금 순도 100%의 포퓰리즘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미디어토씨'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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