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무상시리즈? 이건 왜 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무상시리즈? 이건 왜 뺄까?

[김종배의 it] 고교 무상교육 빠진 이유, 결국 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전면 무상보육을 주장하고 나섰다. 내년에 0세아를 대상으로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3~4년 안에 만 4세까지의 무상보육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허투루 하는 얘기가 아닌 것 같다. "복지부도 이 발표 내용을 알고 있다"고 말한 걸 보면 정부와도 꽤 깊은 얘기가 오간 모양이다.

좋다. 참 좋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무상보육을 주장하는 정당이 무상급식은 망국적 주장이라며 주민투표를 통해 저지하자니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권영세)"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좋다. 오세훈 서울시장만 맘 고쳐먹도록 하면 한나라당의 '모순'은 자동 해결된다. 복지정당이 되는 것이다.

한데 의아하고 궁금하다. 들으면 들을수록 허전하다. 한 가지가 빠져있다.

한나라당의 복지 시리즈는 대학 등록금 지원에 이어 무상보육에 이를 정도로 전방위에 걸쳐 있다. 한데 희한하게 고교 무상교육은 빠져있다. 이치로 따지면 대학 등록금 지원보다 고교 수업료 지원이 우선 돼야 할 텐데 이상하게 이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3+1의 복지 시리즈에 반값 등록금을 끼워 넣었으면서도 고교 무상교육 실현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않고 있다.

돈 때문은 아니다. 대학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5~7조원이 들어가는 반면에 일반고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2조원이면 된다고 하니까 애당초 돈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이미 내놓은 방안 때문일까? 올해부터 출생하는 둘째 자녀에게는 고교 수업료를 면제해주기로 한 방안 때문일까? 올해부터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는 수업료 면제를 해주니까 그것으로 됐다고 보는 것일까? 하지만 이건 너무 궁색하다.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 모든 고교생에게 수업료를 면제해줄 수 없다면 모를까 2조원 안팎이라면 통 크게 첫째 자녀에게도, 일반고 학생에게도 수업료를 면제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다. 둘째 자녀에 한해 고교 수업료를 면제해주는 방안은 교육복지 차원이 아니라 저출산 대책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따라서 결이 다른 해법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다. 그럼 반값 등록금이 걸린다. 교육복지 차원에서 보면 반값 등록금과 고교 무상교육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반값 등록금은 운위하면서 고교 무상교육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대뜸 눈에 들어오는 게 나이다. 수혜자의 나이 말이다.

등록금 지원을 받는 수혜자는 대학생들로 대부분이 한 표를 행사하는 20대 유권자다. 무상보육도 그렇다. 0세부터 4세까지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대부분이 20대 말에서 30대 초중반의 유권자다. 원조 복지방안인 무상급식의 수혜자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니까 30대에서 40대에 걸쳐있는 유권자들이다. 반면에 고교생을 자녀로 둔 부모는 대부분이 50대의 유권자들이다.

차이가 확연하다. 20~40대 유권자와 50대 유권자는 성향이 다르고 탄력이 다르다. 20~40대 유권자는 상대적으로 야당 성향이 강한 반면 50대 유권자는 상대적으로 여당 성향이 강하다. 20~40대 유권자는 상대적으로 표심의 탄력성이 높은 반면 50대 유권자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렇게 대별한 다음에 '기회비용' 개념을 적용하면 얼추 속내가 드러난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50대 유권자는 '집토끼'이니 그리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대신 표심의 탄력성이 높은 20~40대에 공을 들여 한 표라도 더 건지는 게 급선무다. 민주당 입장도 마찬가지다. 50대 유권자는 '너무 먼 그대'이기에 그리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대신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20~40대에게 공을 들여 한 표라도 더 굳히는 게 급선무다.

노인 틀니 지원사업도 이 계산법으로 읽을 수 있다. 한다한다 하면서도 계속 미적대는 가장 큰 이유는 치과의사들의 반발 때문만은 아니다. 65세 이상 노인 유권자의 경우 50대보다 성향이 더 뚜렷하고 표심 탄력성은 더 떨어진다.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원칙으로 따지면 대학 등록금 지원보다 고교 무상교육에 우선 재정지원을 해야 하는데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대학 등록금에만 신경 쓰는 이유, 그건 역시 표 때문이다.

* 이 글은 '미디어토씨'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편집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