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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갑자기 '유신헌법ㆍ긴급조치' 옹호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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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갑자기 '유신헌법ㆍ긴급조치' 옹호하는 까닭은?"

'민청학련 무죄' 판결에 검찰 분리 항소…"박근혜 눈치보나?"

박정희 정권의 장기집권 계획을 드러내는 유신헌법은 정당했을까? 또 이를 반대하는 이들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몰아붙여 8명을 사형시키고 200여 명에게 중형을 선고했던 '인민혁명당(인혁당)과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은 정당한 판결이었을까?

40년 전인 1972년 발표된 유신헌법에 맞섰다가 '간첩'의 누명을 쓰고 스러져가야 했던, 이른바 '사법살인'의 피해자들에 대해 사법부가 최근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과거사 청산 작업의 일환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검찰 일부가 반기를 들고 있는 사실이 1일 알려졌다. 재심을 신청해 무죄를 선고받은 일부 관련자들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

검찰이 표면적으로 들고 있는 항소 이유는 '법리오해와 사실오인'이지만, 민청학련 관련자들은 "유신독재를 정당화하고 반민주적 과거로 회귀하려는 정권 차원의 움직임"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민청학련 관련자 대부분 '무죄'인데 검찰 뒤늦게 "유신 위헌 아닌데 왜?"

민청학련 비상대책위원회(상임대표 이철)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법집행의 형평성까지 유린하면서 민청학련 관련자를 선별하고 분리해 항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사법부의 재심 개시 결정에 불복하여 항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에 따르면, 민청학련 관련자였던 권진관, 서창석, 송운학 씨는 지난 6월 재심 재판부로부터 긴급조치위반 등 반유신 민주화운동까지 무죄를 선고 받았다. 200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재심 결과 대부분이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예비음모, 반공법 등에서 무죄를, 긴급조치 위반은 면소 판결을 내린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판결 전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검찰이 들고 있는 항소 이유는 "헌법재판소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에 대해 위헌판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심지어 "긴급조치가 국회 의결을 거친 것 이상의 국민적 동의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안보상황과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합헌적이고 합법적이며, 불가피한 조치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청학련 비대위는 "법리적 문제보다 심각한 것은 검찰의 역사인식 그 자체"라며 "검찰이 스스로 과거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옹호하는 유신독재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지만 법정에서는 그렇지 않았으니 진술의 임의성이 있다'는 검찰의 주장은 가혹한 고문으로 사법살인마저 서슴없이 자행했던 유신독재의 만행을 정당화하려는 반인권적 의식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미래 특정 권력 의식해 '긴급조치 합헌이며 합법'이라 주장하나?"

이런 검찰의 태도는 인혁당, 민청학련 사건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다른 재심과 비교해 돌출적 행동임은 분명하다. 사건 관련자 및 유족 100여 명이 지난 2008년부터 재심을 청구해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에서 이들 대부분은 무죄 및 손해배상을 선고 받고 있다.

지난 7월에만 하더라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철 전 코레일 사장 등 민청학련 관련자 8명과 유족은 총4억5000만 원의 형사보상을 서울중앙지법 형사 31부(부장판사 성낙송)로부터 선고 받았다.

법원의 일관된 판단은 "당시 중앙정보부는 조사 받는 이들을 구타하고 물고문, 전기고문, 잠 안 재우기 등의 가혹행위를 했으며, 민청학련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서 내란을 예비했다는 허위자백을 하도록 강요했으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 증거에 상당하나 의심이 들고, 피해자들이 폭동을 모의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은 국가정보원 자체의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자체 조사 결과와도 부합한다. 국정원 진실위는 지난 2009년 10월 "인혁당, 민청학련은 무리하게 이들 단체를 반국가단체로 만들어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불리한 진술의 강요나 핵심인물을 찾기 위한 고문이나 가혹행위가 자행됐다"고 고백했다.

또 이들은 "이제는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헌법적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 결별하려는 국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일부 재심 신청자만 특정해 항소를 제기하자, 일부에서는 정치적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민청학련 관련자 중 한 사람인 장영달 전 의원은 "검찰이 미래의 특정 권력을 의식해 항소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신헌법을 만들어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현재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비대위 "헌재, 과거사 청산에 명확한 기준 제시해야"

민청학련 비대위는 현 정부를 향해 "유신독재 만행에 대한 정당화 책동을 즉각 중단하고 진지하고 엄숙한 자세로 과거사 청산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사법부는 대법원의 긴급조치 위헌 판결에 입각해 긴급조치 관련 재심을 신속히 진행하고 검찰 항소의 빌미를 제공한 헌법재판소는 과거사 청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밖에도 이들은 △검찰의 과거사 청산 협조 △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정치권의 점검 및 보완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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