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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사퇴 부메랑, 김정태 3연임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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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사퇴 부메랑, 김정태 3연임 저지?

'뿔난' 금융당국, 하나금융에 고강도 압박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의 2013년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지난 13일부터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개별 금융사를 상대로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20명이나 되는 검사단을 구성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단 검사 기간은 4월 2일까지이지만, 금감원은 필요한 경우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사실상 무기한 검사를 공언했다. 특검단에는 IT 전문인력까지 포함돼 주전산 시스템과 클라우드 서버 등을 샅샅이 훑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 위원장은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에 대해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해 감독기관의 권위를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특정 금융사를 상대로 사실상 무기한 특별검사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된 의혹으로 전격 사퇴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있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하나금융 사장이었던 최흥식 전 금감원장. 2013년 채용비리 의혹으로 최 전 원장은 취임 6개월 만에 사퇴했다. ⓒ연합뉴스

"금융사 회장에게 금감원장이 당했다"


금감원 창립 이래 수장이 없는 공백 사태가 처음으로 벌어졌고, 취임 6개월 밖에 안 된 금감원장이 사퇴한 배경에는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려는 최흥식 전 금감원장에 대한 반격이라는 시각이 금감원 내에서 적지 않다. 최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재직 시 친구 아들을 추천했다는 2013년 자료가 유출됐는데, 하나은행 측이 이 자료를 흘렸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금감원의 상위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 최종구 위원장조차 이런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회의에서 "알려진 제보가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경영진들도 제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금감원 노동조합도 15일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의 채용청탁 의혹으로 물러난 데 대해 "임명 시점에 예고된 참사였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에서 "하나금융 임원 출신을 금감원장으로 임명한 결정은 감독기구 독립성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것이며, 청와대가 강조하는 적폐청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최 전 원장의) 임명을 반대한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조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발언처럼 최 전 원장의 낙마를 초래한 채용 특혜 의혹은 하나금융 내부에서 흘러나왔다고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겨냥했다.

노조는 "누군가 최 원장의 약점을 이용해 상투를 쥐고 흔드는 사태가 초래됐다"며 "새로운 원장은 '주인이 불명확한 지배구조를 이용해 대리인이 사익을 추구하려는 금융회사'에 경종을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인이 불명확한 지배구조'는 지배적 대주주가 없는 하나금융을, '사익을 추구하려는 대리인'은 3연임 확정을 앞둔 김 회장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노조는 "새 원장은 금융산업정책을 관장하는 금융위의 규제 완화 압력도 견뎌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금융산업 지원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충실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금융당국은 김정태 회장의 '셀프 3연임'에도 다시 한 번 제동을 걸고 나섰다. 15일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부터 국내 9개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점검한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은행 등 거대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후진적이어서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들을 선임하는 방식이어서 사외이사가 경영진에 끌려다니는 '거수기'로 전락해 회장 연임안이 이사회를 통과하기 쉽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사회와 사외이사가 무력화된 탓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셀프 연임'에 사실상 걸림돌이 없는 실정이라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회사는 오랜 기간 검증을 거쳐 차기 CEO를 뽑는 반면,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평균적으로 회장 임기 만료 40일 전 차기 CEO 선출을 시작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금융당국은 이날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추천위원회에 CEO의 참여를 금지하는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런 제도 개선을 위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및 시행령,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하고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은 3분기 중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서슬 퍼런 압박 속에 오는 23일 예정된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안'이 통과될지도 금융권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2년 하나금융그룹의 수장이 된 김정태 회장은 2015년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 노동조합 측의 반대가 거세고, 최흥식 금감원장의 사퇴까지 이어진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김 회장의 3연임 반대를 권고한 상태다. 서스틴베스트는 김 회장의 3연임 반대 이유로 KEB하나은행에 대한 인사 개입 의혹과 김 회장 아들과 금융지주 계열사 간 부당거래 의혹,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부실대출 의혹 등을 제시하면서 "사회적 신뢰가 저하됐고 기업 및 주주가치에 중대한 훼손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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