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카이스트(KAIST·총장 신성철) 여성 대학원생들의 ‘성희롱·성추행’에 대한 고충이 설문을 통해 밝혀진 가운데 카이스트 대학의 전문기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상태인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14일 카이스트 대학원생들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총학생회 차원에서 대학원생들의 ‘연구환경실태조사’를 진행하며 학내 부조리 및 인권침해실태를 파악하고 있는데, 매년 여성 대학원생들의 ‘성희롱·성추행’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17년도 설문조사에서도 여성 대학원생 429명 중 13.5%인 58명이 교수 또는 동료 등에 의해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피해 입은 인원수만 놓고 보면, 전년에 조사된 수치보다 다소 높은 것이다.
문제는 대학원 총학 자체조사가 진행된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여성 대학원생들의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학원 총학의 경우, 자체적으로 인권센터를 구성해 피해학생들의 상담을 담당하거나, 사안에 따라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학 본부 차원의 노력은 피해 학생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피해 학생들이 대학 본부에서 운영하는 상담실과 인권윤리센터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 때문으로 학생들은 자신들의 피해내용이 교수 또는 교내에 알려져 2차 피해를 입을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희롱·성추행’ 피해자는 수차례에 걸친 상담 뿐 아니라, 심리치료 기관 또는 사법기관으로의 인계 등 복잡한 처리절차가 수반되는데 대학 차원에서 나서서 이 같은 일을 진행할 수 있겠냐는 반문도 따른다.
카이스트 대학본부에서 운영하는 상담실과 인권윤리센터는 대학원생 5700여명을 포함해 학부생, 교수, 직원 등 2만여명을 담당해야 하는데, 인권윤리센터의 경우, 센터장을 포함해 겨우 3명만이 일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센터장은 또다른 보직을 겸하고 있어 사실상 이름만 걸어놓은 상태라는 지적이다.
인권윤리센터 측은 상담실과 대학원 총학 인권센터 등과 벨트를 구축해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에 대한 피해 상담과 조치 등에 적극 힘쓸 계획임을 밝혔지만, 대학본부의 기능에 회의적인 대학원 총학 인권센터가 벨트 구축안에 불참키로 함으로써 사실상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인권윤리센터 산하에 교수, 학부생, 대학원생 등으로 조직된 포용성위원회가 지난해 9월 설치됐지만, 최근까지 한 번도 회의를 하지 않는 등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대학원 총학 차원에서는 대학 본부의 기능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자체 상담기능 강화를 위해 전문상담사 자격획득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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