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으로 미투(#Metoo)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카이스트(KAIST) 여성 대학원생들이 일부 교수 및 동료에 의해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 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가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7 연구환경실태조사’의 설문 항목 중 ‘학내 인권침해’에 대한 응답에서 밝혀졌다.
특히, 2016년 조사에 비해 피해여성이 더 증가한 것으로 밝혀져 이공계 국가주역들을 배출하는 주요 기관이 ‘미투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에 따르면, 이번 설문은 구글 문서도구 양식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진행됐으며 지난해 12월21일부터 올해 1월10일까지 응답자 1913명(총 5755명 중 33.24%)을 대상으로 결과가 작성됐다. 전체 응답자 중 여성은 429명이었다.
이들 여성 중 학내에서의 ‘성희롱·성추행’ 경험자는 58명(13.5%)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파악된 54명보다 4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 뿐 아니라, 다른 여성 대학원생이 ‘성희롱·성추행’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여성이 59명(13.75%)으로 조사돼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의 경우도 2017년과 같은 숫자인 59명의 여성이 다른 여성 대학원생의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목격했다고 답해 여성 대학원생에 대한 학교 내 추행이 줄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해당 여성 대학원생들에게 피해를 입힌 주체의 다수가 일부 교수, 연구실 동료 등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피해여성 중 일부는 중복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답했다.
2017년의 경우, 피해자들이 답한 가해 주체(중복)를 살펴보면, 16%가 지도교수, 18%가 지도교수 외 다른 교수, 49%가 연구실 동료, 18%가 연구실 외 다른 학생 등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가해 주체 중 교수가 34%에 달했다.
이는 2016년 설문에서 드러난 일부 교수들의 가해율 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당시 조사에서는 지도교수를 포함한 다른 교수에 의한 가해율이 18% 정도였다.
이들의 가해로 해당 여성 대학원생들은 우울증을 겪거나, 술·담배 등에 의존해야 했으며, 연구수행에 지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호흡 곤란 등 신체상 일시적 장애를 겪기도 했다.
피해 여성 대학원생들은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대부분 가족, 친구, 지인 등에게 토로하거나 묵인하며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의 경우, 당사자와 개인적인 해결을 시도하거나, 교내·외 상담·민원기관에 상담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대전시 유성구)는 “학생들의 경우, 지도교수가 자신의 학위취득에 결정적인 권한을 쥐고 있어 ‘미투’를 선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절대적으로 약자인 학생들을 위해서는 대학 자체 뿐 아니라, 상위 관계기관, 정부 등이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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