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최근 잇따른 '미투'(#Metoo·나도 당했다)로 드러난 성범죄 대다수는 업무상 지위를 앞세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범행에 적용하는 죄목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경찰 입건자는 최근 꾸준히 늘어 5년 사이에 16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올라온 경찰청 범죄통계에는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업무상 위력'이란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사회·경제·정치적 지위 등을 이용한 범행에 적용하는 개념이다.
가해자의 위세에 눌려 성관계를 갖거나 추행을 하면 이 조문이 적용돼 처벌을 받게 된다.
2011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으로 경찰에 입건된 이는 121명이었다.
하지만 2012년 163명으로 증가하고서 2013년 231명으로 처음 200명을 넘어섰다. 이후 2014년에는 234명으로 늘었다가, 2015년에는 308명으로 처음 300명대를 넘어섰다.
2016년에는 321명까지 증가했다. 5년 사이에 165%나 증가한 것이다.
세부 죄목별로 보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은 2011년 119명, 2012년 162명이었다가, 2013년 213명으로 처음으로 200명을 넘어섰다.
이어 2014년 219명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290명, 2016년에는 305명까지 늘어났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입건자는 2011년 2명, 2012년 1명이었지만, 2013년 18명으로 훌쩍 증가했다.
이후 2014년 15명, 2015년 18명, 2016년 16명으로 10명대 후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은 특히 2013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2013년 6월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6월 이전까지는 피해자가 고소 등 처벌 의사를 표시해야지만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었다.
업무상 위력으로 발생한 성범죄는 특성상 더욱 외부에 알리기가 어렵고,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처벌 의사를 밝히기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다.
하지만 친고죄 폐지 후 수사 기관이 관련 혐의를 인지하기만 해도 수사가 가능해지면서 입건 건수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미투로까지 이어진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입건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자체가 증가했다기보다는 수면 아래 있었던 범행이 법률 체계 정비와 사회적 인식 변화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별로 구분해 보면 업무상 위계에 의한 간음 입건자는 2011∼2016년 100% 남성이었다.
하지만 업무상 위계에 의한 추행은 드물긴 하지만 여성 입건자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1명, 2012년 2명이었던 관련 혐의 입건자는 2015년 4명으로 늘어났으며, 2016년에는 7명까지 증가했다.
남성도 역시 성추행 피해자일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입건자는 올해 초 서지현 검사로부터 촉발된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청은 13일 현재까지 미투와 관련한 가해자로 지목된 55명의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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