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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의 교훈, 탈핵은 절대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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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의 교훈, 탈핵은 절대적 과제"

[인터뷰] 하승수 "녹색당, 2014년 지방선거 목표로 창당"

최근 진보정당 진영은 그야말로 '카오스(혼란)' 상태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논의는 국민참여당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만나 표류 위기에 놓여 있다. 쟁점은 참여당이 과연 진보정당인가 여부다. 8월까지 실질적 모든 협상과 내부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지만, 발걸음은 한없이 더디기만 하다.

이 와중에 굳이 또 하나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예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내세웠다. 바로 '녹색'이다. 최근 장기표 씨가 '녹색사회민주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한 것과는 또 다른 흐름이다.

"지금껏 한 번도 어느 정당의 당원이었던 적이 없지만 녹색당이 탄생하는데 궂은 일이라도 일조하고 싶다"는 하승수 변호사를 지난 15일 만났다. 정보공개센터 소장이기도 한 하 변호사는 "이제 우리 사회도 녹색당이 생존 가능한 조건은 되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왜 지금 녹색당인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이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중적 지지를 최대한 끌어모으기 위한 '몸집 키우기'가 주된 목적이라면 이들의 목적은 다르다. 당장의 '의석'이나 '집권'을 보고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하 변호사는 "(총·대선에서) 야권의 연합, 연대에 방해가 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당분간은 '등대정당'에 머무르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지금 새로운 당을 만들려고 하는가"를 물었다. 10년, 20년을 보고 시작하는 것이라면 왜 하필 지금인가. 하 변호사는 두 가지 이유를 얘기했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풀뿌리 지역 정치 운동을 하면서 느낀 한계가 컸다. 중앙당도 없이 지역에서 하는 녹색 정치가 "지속성을 담보해내기 힘들다는 고민이 들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였다. 하 변호사는 "미래 세대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4년 부안의 방패장 반대 운동 이후 8년이 흘렀다. 그러나 바뀐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그동안은 나 역시 원자력은 위험하다, 비민주적 절차는 안 된다는 수준이었는데 후쿠시마 사태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탈핵은 절대 절명의 과제다. 지역 자치와도 연결돼 있다. 지역 분산적 에너지 정책으로의 국가적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에 시작해도 앞으로 20-30년이 걸린다.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낼 그릇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 녹색당 창당 준비하는 하승수 변호사.ⓒ프레시안(여정민)

그 고민의 결과가 녹색당이었다. 그러면서 하 변호사는 "성취형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탈핵과 같은 녹색 가치를 단순히 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화' 시키기 위해 당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는 얘기다. 그는 "지역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태풍이 지나가면 기껏 가꿔 놓은 풀뿌리를 다 뽑아놓곤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내년 이명박 정부가 준비하는 세계 핵안보 정상회의도 이들의 고민을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대대적인 안티 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정치공학적 흐름과는 별개로 창당을 서두르는 이유로 들렸다.

"기존 진보정당과 녹색당은 강조점 다르다"

하 변호사가 추구하는 녹색당은 유럽 녹색당을 모델로 한 것이다. 환경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뿐 아니라 정당 운용에 있어서도 '급진적 노선'을 취했던 유럽의 녹색당을 그대로 따라가겠다는 얘기다. 1980년 창당한 독일의 녹색당은 창당 이래로 남녀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여성정치인들의 비율이 매우 높다. 기존 진보정당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도 정당 문화의 차이 때문이다. 국민참여당 당원들이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없는 이유로 '문화적 차이'를 지적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또 현재 한국 정치 상황에서 기존 진보정당에서 탈핵은 결코 핵심적인 의제가 될 수 없다는 경험론적인 판단도 있다.


"현재 진보정당은 100가지 정책 목표를 다 나열해 놓고 다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엄청난 권력을 가졌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소수당은 핵심 의제 몇 가지도 현실화시키기가 어렵다. 기존 진보정당과 녹색당은 그 강조점이 다른 것이다. 백화점식 정책이 아니라 자기가 잘 할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것에 힘을 쏟는 것이 상호 보완적인 정치가 아닐까. 양쪽 다 상당 기간 소수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엄청난 다수당이 아니라면 역할이 다르다."

긍정의 화법이었지만 현재 진보정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녹색당의 출현으로 한국 정치는 새로운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은 성장 중심 담론과 복지 담론이 서로 경쟁해 왔다. 녹색은 또 다른 새로운 흐름이다. 미래의 한국 정치는 성장과 복지, 녹색이라는 3자 대결 구도로 재편될 것이다. 이제까지의 보수-진보와는 다른 프레임이다."

그가 "나는 진보가 아니"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유럽 녹색당을 보더라도 전통적 좌파부터 우파까지 다 참여한다"며 녹색당에 진보정당 딱지를 붙이는 것에 고개를 저었다.

"정권교체 목표와 녹색의 가치 상호 모순되지 않는다"


ⓒ프레시안(여정민)
하 변호사는 녹색당 창당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최근 진보정당 통합이 어려워지니 아예 별도의 독자 정당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정치 생태계도 다양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자연 생태계도 다양성이 존재해야 건강하다고 한다. 유럽 정치의 장점도 바로 그것이다. 우리도 녹색의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정치도 좀 더 건강해질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현재 진보신당 내의 이른바 '독자파' 그룹의 일부가 녹색당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현역 정치인 가운데 가장 '녹색 정치'를 꿈꾸는 정치인라는 점도 이들의 행보에 따가운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 변호사는 "진보신당 내에서도 참여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녹색인지 아닌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말이었지만 "하필 왜 지금이냐"는 반론은 그럼에도 여전히 남는다. 하승수 변호사는 "지금이 아니라면 또 언제가 있겠냐"고 되물었다. "정권교체 등 전체 정치세력의 목표와 (녹색의 가치가) 상호 모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희망은 충분히 존중해줄 수 있다. 다양함이 인정될 수 있다면 오히려 그 속에 연대가 가능하다. 연대란 원래 차이를 인정할 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라는 전체 정치세력의 목표와 (녹색당의 목표가) 충분히 조화 가능하다. 총선은 가능하다면 상징적인 수준에서라도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선에서는 탈핵과 같은 의제가 정책적으로 안착될 수 있었으면 한다."

얼핏 들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말로도 들렸다. 선거에 관심이 없다면 굳이 정당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하 변호사는 "2014년 지방선거"를 얘기했다.

"풀뿌리 운동을 해 온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2014년 지방선거다. 그동안 지방선거를 통해 무엇인가를 바꿔 보려 노력했지만 1~2년 준비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2014년에 지역 차원에서 기존의 성장과 개발 중심 담론을 벗어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빠르지 않다. 정치권의 복잡한 논의와 무관하게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10~20년 봐야겠지만 모든 답은 사람에게 있다"

하 변호사와 함께 녹색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은 서형원 과천시의원, 김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이현민 부안 시민발전소장 등이다. 올해 하반기 창당 준비위원회를 띄우는 것이 목표라는 그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왜 하필 지금 녹색당이냐"는 첫 질문과 함께 꼭 묻고 싶던 말이었다. "성공할 수 있을까?"

기존 진보정당이 아닌 새 정당을 만들겠다는 그들을 실눈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비슷한 질문을 내놓을 것이다. 현재의 진보정당 통합 움직임과 별도로 우리 정치는 소수 정당이 살아남기 어려운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는 답했다.

"지방선거 때 풀뿌리 후보를 내고 '아이들이 행복한 지역', '지역 아동센터' 등을 얘기하면 '한 번도 투표 해본 적 없는데 이번엔 투표 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꽤 만났다. 내가 경험한 정치는 그런 것이었다. 녹색당이 해야 할 정치도 그런 것이다.

10년~20년을 보고 해야 한다. 쉽게 해결될 과제도 아니고 사람들의 역량을 키우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결국 모든 답은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본다. 사람을 키워 사람의 마음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올해 실시된 두 차례의 주 의회 선거에서 독일 녹색당은 높은 득표율을 올리며 약진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이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탈원자력 정책'을 공식화할 수 있었던 것은 30여년간 녹색정치 덕분이다. 한국에선 어쩌면 이 시간이 더 앞당겨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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