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짜리 시한부 중앙지검장'으로 한상률 그림 로비 사건을 마무리한 한상대 검사장(연수원 13기)이 15일 검찰총장 자리에 내정됐다. '마지막 BBK 소방수'로 활약한 그를 총장에 내정한 것을 두고 정가에서는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검장을 지내다 지난 2월 1일 이례적으로 고검 산하 기관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내려간 한 검사장은 마침 2월 24일, 2년만에 귀국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 수사를 맡았다. 수사 착수 2개월도 안된 4월 15일 한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 전 청장이 갖는 무게감에 비하면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수사였다.
그림 로비를 통한 인사 청탁 혐의, 미국 체류 기간에 국내 주정업체 3, 4곳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 등이 기소 내용이었다.
그러나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이었던 이상득 의원 등 여권 거물급 인사에 대한 연임 로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간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이명박 대통령 관련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등은 사실상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 전 청장이 미국 체류 시절 대기업 3곳으로부터 수억 원의 자문료를 받아 챙긴 것도 "대가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상률 수사'는 철저히 개인 비리 차원, 그것도 최소한의 선에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사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귀국 3일만에 한 전 청장을 소환한 검찰은 곧바로 로비에 사용된 것으로 지목된 '학동마을' 원 소장처인 서미갤러리를 압수수색했다. 이처럼 요란을 떨었지만 정작 문제는 한 전 청장이 귀국한 지 2주 이상이 지난 후 계좌추적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야당이 입을 모아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한 전 청장 귀국과 비슷한 시점에 도곡동 땅-BBK 의혹의 핵심인 에리카 김 씨가 귀국했지만, 그에 대해서도 기소 유예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골치거리였던 도곡동 땅-BBK 의혹을 모두 검찰이 '세탁'해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기획 입국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을만큼 시점은 교묘했다.
당시 중앙지검장이 바뀐 것도 "우연이 아니다"라는 말들이 나왔다.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내다 서울고검장으로 간 한 전 청장은 일선 지검장을 지낸 적이 없다. 수사를 직접 지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수사통'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껄끄러운 인물이다. 게다가 서울고검장이 중앙지검장으로 내려간 전례가 없었다는 것도 많은 이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한 검사장은 결국 '한상률 전담반'으로 지검장 생활을 마치게 된 셈이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한 검사장의 청문회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한 검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여서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인사'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마음에 걸려하는 부분인 한 검사장의 '병역 면제' 부분도 청문회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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