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 해병대가 있는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해병대와는 아주 친숙하다"고 자신이 직접 친근감을 표했던 해병대 문제는 끝을 모르고 있다. 지난 주 충격적인 총기사고에 이어 11일에도 자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4대강 때문이다. 아니다'는 논쟁 속에서 폭우 피해도 심상치 않다. 홍준표 대표, 나경원 최고위원 등이 버텨봤지만 한나라당은 주말 워크숍에서 감세 철회, 복지 확대 등을 천명해 'MB노믹스'를 완전히 뒤집으면서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청와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현안 해결이 잘 되면 평창 효과가 꽤 가는 것이고, 현안이 지지부진하면 금방 사그러들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청와대는 이르면 금주 중 사정라인 인사를 통해 분위기를 일신한다는 복안이다. 어차피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로 인사요인이 생긴 만큼 법무부 장관, 청와대 민정수석 등 연쇄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것.
하지만 분위기가 심상찮다. 권재진 민정수석이 유력한 법무부 장관 인사가, 지난 5월 '정동기 파동'의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두 달 만에 다시 불거진 '권재진 장관' 카드
▲ 지난 2009년 9월 권재진 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이명박 대통령ⓒ청와대 |
권재진 수석은 류우익 전 주중대사와 더불어 지난 5월 개각에서도 입각설이 높았었지만 한나라당 일각의 반발과 '회전문 인사'라는 부담으로 막판에 두 사람은 빠졌다.
그러나 두 달 여 만에 권재진 카드가 다시 불거진 것. 이 대통령의 만류에도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하는 듯 사정라인 정비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청와대 내부에선 '강행' 기류가 세다.
하지만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내정이 현실화되면 반발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먼저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인선을 앞두고 대통령 측근과 특정 지역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선거 관리를 책임지는 자리에는 국민들의 눈에 공정하다고 평가 받을 수 있는 인물이 기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TK출신으로 대통령 참모인 권 수석의 법무 장관 기용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것.
권 수석이 법무장관에 내정될 경우 청문회도 시끌벅적할 것이 분명하다. 권 수석은 구체적 혐의는 제기되지 않았지만 부산저축은행 건으로도 구설에 올랐었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의 '총책'격이었던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접촉이 잦았던 기록도 남아있다. 흐지부지 정리됐던 '청와대 대포폰' 논란도 재점화될 수 있다.
게다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초등학교 7년 후배로 어린 시절부터 잘 아는 사이라는 것도 '득점 요인'은 아니다.
야당으로선 "총선,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최측근 인사를 사정라인 총책임자로 임명하냐"는 공세를 펴기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에 임명된 전례도 없다.
"김윤옥 여사와 친분도 돈독하다는데 바람직하지 않아"
이런 까닭에 여권 기류도 애매하다. 한나라당 친박계로 분류되는 검사 출신 한 의원은 "총장에 민정수석이 가는 건 문제지만, 법무장관에 민정수석 출신이 가는 것은, 임기 말에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인사가 법무 행정을 책임지는 게 좋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 출신 중진 의원도 "정해진 게 없어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게 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법조계 출신 소장파 의원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법무장관에 민정수석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권 수석이 김윤옥 여사와 친분이 돈독하다는 것도 다 알려졌는데 정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동기 민정수석이 감사원장으로 가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 아니냐"면서 "감사원 중립이 문제됐던 만큼, 청와대 수석 지낸 사람이 법무장관으로 가면 검찰 수사의 중립성에 영향이 갈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 홍준표 지도부와 첫 단추 어떻게 꿰나?
한 최고위원은 "결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 자리에서 사정라인 인선에 대한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는 '정동기 파동' 당시 선두에서 비토론을 제기한 바 있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이 대통령의 의중을 따를 경우 당청관계에는 화색이 돌겠지만, 청문회에서 방패막이 노릇을 감수해야하는 등 당의 정치적 부담이 거세질 수 있다. 당이 반대하고 나설 경우, 일은 복잡해진다. 반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경우 파장의 정도를 예측키도 힘들다.
<문화일보>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민정수석 돌려막을 자리 아니다"
이런 까닭에 <문화일보>조차 이날 사설을 통해 "대통령의 최측근 출신이 법무장관을 맡을 경우 내년 4월 총선·12월 대선이라는 국가적 정치일정을 담당할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관리자로서 과연 적임자인지부터 시비거리가 될 수 있다"면서 "정동기 전 민정수석을 감사원장으로 기용하려다가 중도하차시켰던 연초의 심각한 인사실책으로 또 기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신문은 "후임 검찰총장 역시 개정 형사소송법의 시행령 제정은 물론, 총·대선 일정에 비춰 정치적 중립에 한치도 어긋나지 않아야 할 검찰 수장으로서의 책임이 막중하다"면서 "'권재진 법무'를 기정사실화한 뒤 출신지역·학맥을 저울질해 짜깁기하는 '부속·변수(變數)인사'쯤으로 돌려막아도 될 자리가 아니다. 민정수석 후임도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인물 중 1인으로 채운다면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TK출신 권재진 법무장관-TK출신 노환균 민정수석-비TK출신 검찰총장' 구도를 분명히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의 '결심'만 남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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