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8일 야당 대표들과 상견례에서 가벼운 '입' 때문에 연거푸 면박을 당했다. 특히 99년 미국에서 한때 교우했던 인연으로 사석에서는 "형님"이라고 부르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대표가 돼서 왔으면 대표스러운 얘기를 하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계파' 문제. 대표 취임 일성으로 내년 총선에서 "계파 활동을 하면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혀 당내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는 홍 대표는 이날 손 대표와 상견례에서도 불쑥 이 문제를 끄집어 냈다.
두 사람은 두 차례나 포옹하는 등 친분을 과시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가다 홍 대표가 "민주당에도 (손학규) 계파가 있지 않은가. 정장선, 김부겸, 김동철 등 몇 사람이 있지 않은가. 한나라당 당직자 240여 명 중, 홍준표 계파는 딱 네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차가워져갔다.
손 대표는 "대표가 됐으니까 네 사람을 다 버려야 한다"고 조언하자 홍 대표는 배석한 민주당 당직자들을 둘러보면서 손 대표에게 "자기는 다 있으면서 나보고 그렇게 (말한다)"고 댓거리를 했다.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을 놓고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홍 대표가 손 대표는 '자기 사람' 위주로 당직 인선을 했다는 간접적인 비판인 셈이다.
손 대표는 "민주당에는 그런 게 없다"고 거듭 부인하자 홍 대표는 "왜 없는가. 이번에 보니까 김부겸도 사조직 담당하지 않았는가"고 거듭 불을 질렀다. 이에 손 대표는 "김부겸도 거물"이라 맞섰다. 김부겸 의원은 차기 당대표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홍 대표가 결정적인 '도발'을 했다. 홍 대표는 "이후 대표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에 손 대표가 "대표가 됐으면 대표스런 얘기를 하자"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자유선진당 변웅전,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를 차례로 만난 홍 대표는 여기서도 '아슬아슬한 발언 수위'를 이어갔다.
홍 대표는 변 대표에게 8월 국회에서의 현안 처리를 위한 자유선진당의 중재역할을 요청하면서 '보수대연합' 얘기를 꺼냈다. 변 대표는 "보수대연합 말씀이 나오면 흔히 '한나라당과 합당하는구나.'이렇게 오해하시는 국민들이 가끔 있다. 한나라당은 한나라당이고, 선진당은 선진당이다. 보수대연합이라는 것은 보수를 지향하는 국민 모두를 아우르자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선진당의 이런 반응을 보고도 홍 대표는 심대평 국민중심연합에게 대놓고 통합을 얘기했다. 홍 대표는 "선배는 당을 같이할 수도 있지 않느냐"며 "대통령도 몇차례 (심 대표를) 총리로 모시려 했는데 그게 안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심 대표는 "만난 첫날부터 무슨 그런.. 충청 민심을 많이 배려해달라"고 곤혹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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