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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남한땅 밟는 김정은, 상징적 장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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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남한땅 밟는 김정은, 상징적 장면 될 것"

비핵화 의지에 핵·미사일 모라토리엄까지…"미국이 대화 피할 명분 없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훈풍'을 예고하는 파격적 카드를 던진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일제히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에 호응할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모종의 결단을 내린 이상 미국도 북미 대화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밝힌 6개 항의 합의 사항 중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 대목을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꼽았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이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미국이 앞으로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역시 "미국이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사항 중 가장 낮은 것이 비핵화를 회담 테이블에 올리는 것이고 두 번째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가장 높은 단계가 비핵화 선언이었다"며 "북한은 미국의 강경파가 주장하는 비핵화 선언까지 다 들어줬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 되레 북미 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준형 교수는 "국내 정치 사정이 좋지 않을 때 대외적으로 강경론을 펼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다른 일이 잘 안 풀리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어떨까"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하지 못했던 일을 본인이 해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서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트럼프 정부가 이전 정부와는 다른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김정은이 (집권) 6년 동안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려고 나온 적이 두 번 있다. 지금과 2013년 6월이다. 2013년 6월 16일 북한은 미국에 고위급 회담 제의를 했지만 미국이 이를 무시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갈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미국도 무조건 북한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과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전략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사항을 들어준 것"이라며 북미 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했다.

▲ 6일 청와대에서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 수석 특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한국전쟁 이후, 북한 지도자 남한 땅 밟는 것 처음


남북이 오는 4월 말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한 점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의용 실장은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다. 두 차례 정상회담이 모두 평양에서 열렸다"며 "3차 정상회담이 판문점, 그것도 남측 지역에서 개최되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비록 판문점이기는 하지만 평화의 집은 군사분계선 남쪽 지역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여기에 온다는 것은 한국의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세 번 연속 평양에 가는 것보다는 모양새가 좋다"고 인정했다.

정 전 장관은 "판문점은 보안과 관련한 사안에서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지역"이라며 안전 문제 때문에 남한에 오기를 꺼려하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보더라도 판문점이 회담 개최 장소로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에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즉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하자고 한 건데, 장소가 판문점으로 정해졌다"며 "아마 우리 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 역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내려왔을 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들이 통일대교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이걸 본 북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로 내려오는 것은 경호 차원에서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판문점에서의 정상회담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한반도가 분단돼있고, 우리가 이러한 현실에 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굉장히 강력한 상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왜 분단이 됐는지에 대한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고통을 그대로 보여 줄뿐만 아니라, 분단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미래의 과제를 생각하게 하는 것까지 연결돼있다"고 덧붙였다.

비핵화 받고 남한 내려오고…김정은의 의도는

북한이 이처럼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과 함께 비핵화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미국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의도가 주목된다.

북한의 전향적 태도에 대해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 그만큼 북미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지난해 11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제 이걸 카드로 해서 미북 수교도 하고 경제지원도 받아내자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지난 5일 평양에 위치한 조선노동당 국무청사에서 정의용(오른쪽) 수석 특사를 비롯한 남한 특사단 일행을 맞이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청와대

김준형 교수는 "안보 위협과 자신감 때문이다. 이 두 개가 모순되는 것 같지만 실제 북한에는 동시에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체제 수호를 위해 핵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미국의 군사 공격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전쟁에 대한 공포가 있는 것인데 북한은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동시에 지금의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다. 예전보다 훨씬 과감하게 (대화든 무력이든) 공세를 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한국에 대한 신뢰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한국이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 특히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연기되면서 한국에 대한 신뢰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전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쟁 위협을 낮춰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며 "또 대화가 이뤄지면 그 과정에서 북한에 주어진 제재를 낮춰달라는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완화시켜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에게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이야기를 했는데, 과거에는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이 두 가지 중에 무엇이 김정은의 진심인지, 평화공세인지 아니면 예전처럼 해왔던 이야기를 진짜 실행에 옮기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만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더라도 협상을 통해 핵 포기로 이끌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단 대화가 열려서 전략적으로 서로 입장을 타진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무엇을 주고 받을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군사적 위협이나 체제 보장을 확실하게 해주고 핵을 포기시키는 전략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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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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